A씨, 질병관리청 상대 예방접종 피해보상소송 승소
법원 "예방접종-발병 간 시간적 근접성·관련성 인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받았다가 마비 증세가 와 질병을 얻은 환자에 대해 보건당국이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환자의 발병과 예방접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소 각하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자료사진[사진=뉴스핌DB] 2020.10.20 obliviate12@newspim.com |
A씨는 지난 2014년 10월 7일 용인시 소재 보건소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하고 같은 달 18일 오른쪽 다리와 허리 부분에 힘이 빠지는 증세를 느껴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길랑-바레증후군(급성 이완성 마비증후군의 일종)'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후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예방접종에 대한 피해보상을 신청했으나 질병관리청(질병청)은 2017년 7월 "길랑바레증후군과 예방접종과의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씨는 다시 이의신청을 했고 질병청은 같은해 12월 A씨의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당시 질병청은 "A씨가 증상 발생 전 설사 증상으로 내원한 병원에서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길랑바레증후군은 주요 선행 원인인 '위장관 감염' 이후 발병한 것"이라며 "백신에 의한 가능성이 불명확해 예방접종과의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질병청의 피해보상신청 거부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은 "A씨의 소 제기는 행정소송 제소기간을 경과한 것으로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각하 판결했다. 다만 "예방접종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돼 길랑바레증후군이 나타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부가적 판단을 덧붙였다.
2심은 그러나 이 같은 1심 판단을 뒤집고 "질병청이 2017년 12월 경 A씨에 대해 한 예방접종 피해보상신청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대한의사협회 사실조회회신 내용과 B대학교병원의 신체감정촉탁결과를 종합해보면 A씨의 길랑바레증후군은 예방접종과 위장관 감염이 모두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위장관 감염에 의해 A씨 증상이 발병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방접종과 발병 사이에 시간적 근접성이 인정되고 길랑바레증후군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는 이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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