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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코로나보다 무서운 폭우...수해현장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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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뉴스핌] 전경훈 기자 =  "기자님 제 이야기 좀 들어주시렵니까? 우리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좀 제발 누가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흙탕물 범벅인 옷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다가왔다. 한 눈에 보기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마을 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에게 눈물을 머금고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마을의 이야기를 꼭 세상에 전해달라며.

구례군 어디를 돌아다녀봐도 폭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17일 임시공휴일을 맞아 찾아간 전남 구례군. 이곳은 지난 7~8일 380mm의 기록적인 폭우로 섬진강 지류인 서지천 제방이 붕괴돼 오일시장과 양정마을 등이 모두 물에 잠겼다. 침수된 주택만 1184동에 이른다. 전국에서도 폭우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 꼽혔다.

구례 5일 시장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길가에는 침수 흔적이 가득한 차량들만 널브러져 있었다. 10여일이 지났지만 그날의 참담한 현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 폭우에 침수된 마을...마음까지 침수됐다

지난 7~8일 내렸던 폭우는 마트 전체를 잠기게 할 정도로 참혹했다. 마트에서 판매 중이던 물건은 판매할 수 없어서 전부 버려할 정도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구례 읍내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흙탕물이 마을의 모든 걸 집어삼킨 듯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마트는 물이 가득차 판매 중이었던 상품들을 전부 버리고 있었다. 물 먹은 두유팩, 깨진 맥주병 등이 당시 참혹했던 현장을 말해주는 듯 했다.

주변의 가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단 한 곳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는 없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한 가전제품 등을 버리는 것 뿐이었다.

이들은 이번 피해 원인이 섬진강 댐 수위조절의 실패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체장들은 수자원공사가 집중호우에 대비해 미리 방류하지 않다가 폭우 상황에 2000t에 가까운 물을 긴급 방류하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자원공사는 댐의 운영 기준을 지켰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상청 예보가 불확실했고 댐을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관리해 운영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기상청과 한수원은 수자원공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정부 기관끼리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기관들끼리 네 탓 공방이 이어질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구례군민들의 몫이 됐다. 피해를 입은 군민들은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지만 기관들끼리 서로 네 탓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인재(人災)라는 것이고, 그럼 분명히 막을 수 있는 재해였다"고 하소연 했다. 

◆ 애지중지 키운 표고버섯 2t이 물에 잠겼다

출하를 앞두고 있던 버섯 농가에 몰아친 물벼락은 농가 주인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 농가에서 애지중지 키운 '표고버섯 배지'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까만 스티로폼처럼 생긴 동그란 물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표고버섯 배지였다. 구례군 마산면의 버섯 농가 주인인 중년의 남성은 물에 젖은 배지를 포대에 버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7~8일 내렸던 폭우는 버섯만 쓸어간 것이 아니라 농가 주인들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앗아갔다. 스마트팜의 건물은 무너졌고, 제어시스템 등은 침수 돼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했다.

배지에 대해 잘 모르던 기자에게 그는 배지에 대해 설명했다. 버섯 배지는 참나무 톳밥을 뭉쳐 만든거라고 했다. 약 10일부터 14일까지 수확을 거친 후 약 3주기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보통은 1주기를 약 한 달로 본다.

3번 수확을 거치면 버섯이 힘을 못써서 새로운 배지로 갈아 치운다고 했다. 이렇게 애지중지 키운 표고버섯은 출하를 앞두고 있었다. 버섯의 무게만 무려 2t이나 됐다.

폭우로 피해 입은 것도 상심이 큰데 2톤이나 되는 양을 혼자 치워야 할 상황이 오니 더욱 암담했다. 그렇게 끙끙 앓던 중 버섯 농가를 돕겠다는 이들이 나타났다. 구례 산동청년회 회원들이었다. 40여 명의 회원들은 자신들도 폭우 피해를 입은 구례에 살고 있지만 더 큰 피해를 입은 버섯 농가를 위해 기꺼이 찾아왔다고 했다.

◆ 폭염·코로나 겹쳐 일손도 부족했다

농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봉사자들이 사비를 모아 살수차 4대를 끌고 왔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오전 9시 밖에 안됐지만 바깥 날씨는 30도가 넘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하고 싶어도 스마트팜 안은 '찜질방' 수준이었다. 마스크는 다들 쓰고 있었다. 전국에서 연일 수백명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고, 광주에서도 유흥주점발 코로나 확진자가 확산하면서 외부활동이 위험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들은 농가의 어려움을 모른척 할 수 없었다.

코로나의 위험보다 농가를 돕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산동청년회 회원들은 흙탕물로 뒤덮인 스마트팜 내부를 청소하기 위해 사비로 살수차 4대도 끌고왔다. 그러면서 "우리 뉴스에 나오는거냐. 그럼 사진 많이 찍어달라"며 웃었다. 마음이 고왔다.

이 버섯 농가는 스마트팜 9개실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폭우로 9개실에서 키우던 모든 버섯은 상품화가 불가능 했다. 바닥에 떨어진 표고버섯 배지를 줍기 위해 20여 명씩 조를 짜서 들어갔다. 면장갑을 끼고, 쌀포대를 들었다.

물을 머금은 배지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바닥에 떨어진 수백개의 배지를 줍고 허리를 펴니 '뚜둑' 소리가 났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가만히 있어도 숨 쉬기 힘든 날씨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스마트팜 안에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배지를 줍는 것도 일이었다. 물을 머금고 있어서 더욱 무거워진 배지는 1개실 당 20여 명이 투입 됐지만 이 많은 양을 치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을 더 부를 순 없냐고 물었더니 "코로나 때문에 전남 지역 외에서는 자원봉사자를 군에서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5일째 치우고 있지만 여전히 끝이 안보인다고 했다. 도울 수 있는 인원이 최대한 빨리 와서 돕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런 말들을 듣고 있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이들을 도왔다. 부서진 배지와 흙탕물이 섞여서 운동화가 푹 잠겼다. 질펀한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했는데도 넘어졌다. 다들 장화를 신고 작업복을 입은 이유가 있었다. 

◆ 자원봉사자 '덕분에'

마음만큼은 20대인 산동청년회 회원들이 배지를 줍고 있다. 힘은 진짜 20대인 기자 보다 좋았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떨어진 배지를 빨리 줍기 위해 삽도 이용해봤지만 엄청난 양에 끝이 보이지가 않았다. 허리 한번 펴는게 사치일 정도였다. 이 많은 양을 언제 치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온몸에서 흘리는 땀은 구멍이란 구멍에서 정말 비 오듯 줄줄 흘렀다. 옷은 물론 마스크까지 땀에 젖었다.

웃음 많던 봉사자들도 어느새 말이 없어질 정도로 지쳐가고 있었다.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는 순간에도 "힘드면 좀 쉬세요"라며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기에 괜찮다며 더 열심히 포대에 배지를 담았다. 

◆ 사비 털어 김밥을 준비해온 봉사자들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김밥이지만 보람차게 땀 흘린 뒤 먹는 김밥은 꿀맛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1~2개실의 청소가 다 끝나갈 무렵 정오가 됐다. 밥부터 먹고 하자고 했다. 뜨끈한 국물의 컵라면과 김밥은 자원봉사자들이 사비로 준비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농가에서 식사라도 대접한다고 했는데 봉사자들은 부담 느끼지 마라며 사비로 준비해 왔다고 했다.

산동청년회 회원들은 "기자님 취재를 하시지 왜 일을 하고 계시냐"며 "고생 하시니까 두줄 드세요"라고 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음식들인데 땀 흘린 뒤 먹는 김밥·라면은 최고였다. 거기에 봉사자들의 마음씨까지 더해져 최고의 음식이 됐다.

배불리 먹고 나니 햇빛은 더욱 뜨거워졌다. 살이 익어가는게 느껴질 정도의 더위였지만 다들 아랑곳 하지 않고 밥 먹었으니 오후에도 열심히 일해보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 처참했던 수해 현장이 조금은 밝아졌다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치우는데 얼마가 걸릴지 모르던 현장이 깨끗해졌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오후 1시부터 다시 배지를 줍는 작업이 시작됐다. 점심 식사 전에 그래도 다들 쉬지 않고 배지를 가득 채운 포대를 수십, 수백번 나르다 보니 선반과 바닥에 가득 찼던 배지를 다 치웠다. 이제는 살수차를 이용해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작업을 해야했다.

1개실당 산동면 청년들 2명이 들어가서 깨끗하게 씻어주는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삼촌뻘 회원이 보이기에 청년회 나이 기준이 몇 살까지냐고 물었더니 '50살'까지라고 했다. 시골에서는 50살도 총각 소리 듣는다며 웃었다.

마음만은 20대처럼 젊은 청년회 모두가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에 오후 4시쯤 하루 작업이 마무리 됐다. 엄청나게 쌓인 포대를 보니 열심히 일했다는 기쁨도 잠시 이 많은 양을 다 버려야 하는 농가 주인들의 마음을 떠올리니 마냥 좋아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섯 농가 주인은 내부는 봉사자들 덕분에 깨끗해졌지만 스마트팜 외부는 복구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들 5일 시장이나 읍내만 관심 갖지 농가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버섯 농가 가족들은 "그래도 봉사자들 덕분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어느정도 깨끗해진 모습을 보니 봉사자들이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폭우로 침수된 시설과 버섯 값만 해도 6~7억원 정도의 재산 피해를 봤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긴 했지만 우리들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피해를 봤는데 재정은 한정 됐으니 얼마나 지원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지원 금액을 떠나서도 어디서부터 뭘 해야할지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 휴가 대신 봉사를 택한 가족들

버섯 농가 외에도 손이 닿지 않은 다른 수해현장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이진선씨 가족이다. 휴가를 반납하고 뜻 깊은 일을 하고 싶다며 중학교 2학년 딸과 봉사활동에 참여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버섯 농가를 돕는 작업이 끝났지만 아직 날이 밝았다. 봉사자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들이 아직 많을 것이라 생각해서 수해 현장을 더 찾아다녔다.

무작정 차를 끌고 골목 구석구석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구례터미널 인근 철물판매점에서 안전모를 닦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해 피해를 입은 가족들이냐고 물었더니 광주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라고 했다. 이진선씨 가족은 중학교 2학년 딸과 여름 휴가 대신 봉사활동을 택했다고 했다.

이씨는 SNS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구례의 참혹했던 현장들을 보고 곧바로 구례군에 전화를 걸었다. 수해복구에 동참하겠다고.

임시공휴일이었지만 편안한 휴식 대신 타인의 고통을 덜어내고자 하는 봉사자들이 많았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하지만 야속하게도 광주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전날 저녁 봉사자들의 접수를 제한한다는 연락이 오면서 봉사에 참여하지 못할뻔 한 해프닝도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발열체크를 실시하고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서야 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씨 가족처럼 공휴일까지 반납하고 봉사를 한 이들은 17일에만 1400여 명이 모였다고 했다.

철물점 주인은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할 때 전국에서 모인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세상에 쓸쓸히 나 홀로 남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고 했다.

물이 5미터 넘게 차오르면서 버섯 농가에서 키우던 철창 안 강아지가 죽었다. 농가 주인은 자신은 목숨을 건졌지만 가족이나 다름 없던 강아지가 죽은 슬픔에 세상 모든걸 잃은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첨단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좋아졌어도 대자연의 힘 앞에 한 없이 사람은 한 없이 약해지는 모습을 봤다. 정부 기관이 네 탓 공방을 벌일 동안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들은 세상에 혼자 남았다고 포기하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원봉사자들이 모였다.

과거 태안 기름유출때도 그랬다. 전문가들은 깨끗했던 바다로 돌아오려면 100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전국에서 몰려든 123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고작 10년도 되지 않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물론 그때 상황과 또 다른 측면은 있지만 그래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이 말이 하고 싶었다. 힘든 이들에게 "힘내라!" 이 말만큼 잔인한 말도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혹독한 겨울을 지나 새싹을 틔우고 봄꽃이 만개하듯 좋은 날이 반드시 올테니. "힘내시라"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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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F-21, 내년 3월 양산 1호기 출고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형 전투기(KF-21) 양산 1호기 출고 행사가 내년 3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리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뉴스핌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초 2026년 연말로 잡혔던 일정이 약 10개월 앞당겨지는 '조기 실전배치 시나리오'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KF-21(당시 KF-X) 사업은 2015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약 8조원(70억~80억달러 수준) 규모의 체계개발을 승인하면서 본궤도에 올랐고, 인도네시아가 개발비 20% 분담을 약속하며 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후 설계안 확정(2019년)과 2020년 9월 최종조립 착수 과정을 거쳐 2021년 4월 시제 1호기(001번기) 출고 및 명명식에서 공식 제식명 'KF-21 보라매'가 부여됐다.​​ 지난해 11월 29일 1000소티 비행을 달성한 한국형 전투기 KF-21. 이로써 전체 약 2000소티 중 절반을 완료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2025.12.09 gomsi@newspim.com 시제기는 단좌 4대·복좌 2대를 포함해 총 6대가 제작됐고, 2022년 7월 첫 비행에 성공한 뒤 2023년 초음속 돌파, 야간·무장분리 시험을 포함해 2024~2025년까지 누적 2000회 수준의 시험비행을 소화하면서 블록Ⅰ(공대공 중심) 체계개발 막바지 단계에 올라와 있다. 방위사업청과 공군은 이 시험 데이터를 토대로 2026년까지 '초도양산+작전운용시험·평가'를 동시에 진행해 공군 F-4E, F-5 등 노후 3세대 전투기를 순차적으로 대체한다는 이정표를 세워왔다.​ 당초 KF-21 양산기 전력화 로드맵은 2024년 양산계약, 2025년 최종조립, 2026년 하반기 대량 양산 출고 및 전투적합 판정, 2026~2028년 초도 대대급 배치 순으로 짜여 있었다. 실제로 방추위는 2025년 3월께 '올해 20대·내년 20대' 방식의 1·2차 양산계약(20+20대)을 의결했고, 1조9000억원 안팎(1차 20대 기준 약 1조9000억원)의 초도 물량 계약이 체결되면서 사천 KAI 공장은 2025년 5월부터 양산 1호기 최종조립에 들어간 상태다.​ 이 기본 시나리오에서 2026년 연말로 잡혀 있던 '양산 출고식'을 10개월가량 당겨 2026년 3월 사천에서 여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업계에선 "양산 1호기·2호기를 포함한 초기 물량의 기체·엔진·전장 계통 신뢰성 검증이 예상보다 순조롭고, 공군의 F-4E 조기 퇴역·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전력 공백 우려가 일정 단축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만 10년 만에 양산형을 내놓는 만큼, 대통령 참석을 전제로 한 '국가급 이벤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KF-21 시제 1호기 출고식은 2021년 4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그 자리에서 "2032년까지 120대 실전배치" 목표가 공개되면서 한국의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도약을 대내외에 과시한 바 있다. [사천=뉴스핌]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사천시 고정익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4.09 photo@newspim.com 내년 3월로 예고되는 이번 출고행사는 시제기가 아닌 '양산형 1호기'가 주인공인 만큼, 시제기 롤아웃 이후 약 4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다시 사천을 찾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순방 과정에서 KF-21을 한국 방산 수출 패키지의 핵심 품목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향후 수출형 블록Ⅱ·블록Ⅲ 개발과 현지 공동생산·부품 협력 구상을 함께 홍보해 왔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산업부 안팎에선 "양산형 출고식이 사실상 '수출형 보라매'의 첫 공개 무대가 될 수 있는 만큼, 대통령 주관 행사로 격상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현 시점에서 군·방산업계가 그리는 '3·6·9 시나리오'의 뼈대는 비교적 선명하다. 내년 3월 사천 출고식을 통해 양산 1호기를 공개하고, 6월까지 공군·방사청 공동의 전투적합 판정(전투운용능력 평가)을 마친 뒤, 9월 전후로 공군 작전부대에 초도 인도를 시작한다는 시간표다.​ KF-21 블록Ⅰ양산기는 2026년 상반기 대량 출고 이후 강릉 제18전투비행단과 예천 제16전투비행단에 각각 1개 전투비행대대(20대 안팎) 규모로 나뉘어 초도 배치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어 2028년 이후 공대지·다목적 능력을 강화한 블록Ⅱ 80대는 횡성 제8전투비행단, 충북 지역 제19전투비행단 등으로 확산 배치돼 공군의 F-5, 구형 F-16 전력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계획이다. 지난 11월 5일 국산항공기 FA-50와 함께 비행하는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의 KF-21. [사진=공군 제공] 2025.12.09 gomsi@newspim.com KF-21 사업은 개념연구 착수(2000년대 초) 이후 예산·기술 이전 문제로 수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지만,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10년 만에 양산형 출고 단계에 진입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전투기 체계개발-양산-수출까지 독자 사이클을 돌리는 소수 국가 반열에 올랐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KF-21 양산형 출고는 단순히 새 전투기를 들여놓는 차원을 넘어, 한국이 10년 주기의 전투기 개발·개량 사이클을 스스로 설계해 가는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며 "2015년 개발 승인에서 2025년 양산 1호기, 2032년 120대 전력화로 이어지는 연표는 한국이 명실상부 '전투기 개발·수출국'으로 올라섰다는 증표"라고 했다. gomsi@newspim.com 2025-12-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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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조희대 대법원장 입건 후 사건 검토 [과천=뉴스핌] 김현구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입건하고 본격적인 사건 검토에 들어갔다. 공수처 관계자는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 고발건은 한 두건이 아니다. 어떤 건은 수사 4부, 어떤 건은 1·3부 등에 있다"고 밝혔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뉴스핌DB] 공수처는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선별해 사건화하는 것이 아닌 '자동입건'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수의 고소·고발이 접수된 조 대법원장은 피의자 신분이 유력하다. 조 대법원장은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지정 배당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아울러 공수처는 최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사건은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등이 2022년 전 전 위원장을 사직시키기 위해 특별 감사를 진행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수사1부(나창수 부장검사)는 지난 4일 감사원 운영쇄신태스크포스(TF)와 심의지원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공수처는 사건의 처분 시기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공수처 관계자는 "(처분 시기는) 수사팀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 (처분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술자리 접대 의혹'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 부장판사가 1인당 100만~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고급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돈을 낸 적 없다는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대법원 법원감사위원회는 해당 의혹을 심의한 후 "현재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지 부장판사에게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향후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비위행위에 해당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사건을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고, 수사팀은 최근 그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택시 앱 사용 기록 등과 달리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hyun9@newspim.com 2025-12-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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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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