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득, 이승만 추모식서 7번 박사 호칭
윤창현 "대통령 말이 아깝나…건국·호국 만들어낸 분"
이인영 "이승만, 국부 아냐…김구가 됐어야"
김기현 "與, 진영 논리로 매몰시켜…전체주의 사고방식"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박삼득 보훈처장이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추모식에서 '박사' 호칭을 사용하자 미래통합당이 분노를 표출했다.
보훈처는 올해 추모사 뿐 아니라 공식 페이스북과 보도자료에서도 이승만 전 대통령을 '박사'로 표기했다. 통합당은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려는 의도이자, 여당이 다음 정권도 집권하려는 계획적인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했다.
지난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부는 김구 선생"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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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내대표(왼쪽)와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오른쪽)이 악수하고 있다. 2020.07.19 pangbin@newspim.com |
◆ 통합당 "文 정부, 역사 뒤바꿀 수 없어…존경 표하는게 도리"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윤창현·최승재·지성호·한무경 의원 등은 지난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서거 55주기 추모식에 참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추모식에는 양아들인 이인수 박사 부부 등 유족을 비롯해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외 70여명이 참석했다. 박 처장은 이날 추모사를 읽으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박사'로 불렀다.
이 전 대통령의 추모식 행사에 참석한 윤창현 통합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처장이) 7번 정도 박사라고 불렀다. 당시 참석자들이 웅성웅성 거리면서 왜 박사라고 부르냐는 항의 멘트도 날렸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이라는 말이 그렇게 아까운건지 잘 모르겠다"며 "건국과 호국, 부국의 개념으로 역사를 보면, 이 전 대통령은 나라를 세웠고 6·25 전쟁에서 나라를 지켜낸 분이다. 건국과 호국을 만들어낸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19 테마에서는 과가 있었다. 그러나 공과 과는 따로 봐야한다"며 "과만 보면서 공을 없앤다는 것은 아주 편협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 역시 "대한민국 역사가 언제부터 시작인 것인가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문 정부) 사람들은 자신들의 계통이 아니면 대한민국의 주체세력이 아니라는 '이념의 강직성 편벽증' 위험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재 통합당 의원은 박 처장의 자격을 비난했다. 그는 "보훈처장은 공직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직함을 부를 때 최고직책을 사용한다"며 "그런데 추모식이라는 공식행사에서 대놓고 박사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은 상당히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개적인 역사부정이다. 국민들 역시 의아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행동"이라며 "이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공직자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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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7.23 leehs@newspim.com |
◆ 이인영, 인사청문회서 "이승만 국부 아냐"…野 "전체주의 사고방식"
이승만 전 대통령의 호칭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제기됐다.
박진 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를 향해 "이승만 정부는 괴뢰정권인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국민이 선출한 선거를 통해서 정부가 세워졌기 때문에 그 실체적인 진실을 바라볼 때 괴뢰정권이라는 주장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국부가 아니다. 우리의 국부는 김구가 됐어야 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답변에 대해 "이승만 정부가 괴뢰정권이냐고 물어보니 여러가지 의견이 있어서 꼭 동의하기가 어렵다면서도 단도직입적으로 이승만을 국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며 "이 전 대통령을 국부로 생각하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며 일갈했다.
최승재 통합당 의원 역시 "국사책을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이 초대 정부를 이끌었다고 돼 있다"며 "그런데 장관이 된다는 분이 현재 역사를 부정하고, 그런 식으로 말한다는 것은 상당히 우월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통합당 내에서는 박 처장의 '박사' 호칭은 2년도 남지 않은 2022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이념 등을 몰아내 진영논리로 채운다는 것이다.
김기현 의원은 "민주당이 진영 논리로 모든 것을 매몰시키고 있어 대한민국이 혼돈에 빠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에 국부가 어디있나. 그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전체주의"라고 질타했다.
윤창현 의원은 박 처장의 '박사' 호칭은 계획적인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역사를 자기 뜻대로 재단하려고 하고, 1980년대 운동권 논리가 아직도 죽지않고 살아서 우리들한테 다가오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80년대 당시 우리나라를 미국의 식민지로 봤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부상했다. 이제와서 운동권 논리를 부활시키려는 것은 향후 자신들의 집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끌고가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