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연속 ETF 자금 유출…기관 수요 '급랭'
"금 대비로 보면 바닥 임박"…상대가치 주목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BTC) 가격이 중동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기관 자금 이탈, 거시 불확실성 확산이라는 삼중 악재 속에서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쟁 리스크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흐름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금 대비 가격 흐름을 근거로 "바닥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비트코인(BTC) 가격은 한국 시간 3월 2일 오후 8시 55분 기준 24시간 전에 비해 0.23% 내린 6만6324달러에 거래되며 아시아 장중 고점 대비 오름폭을 다소 축소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아시아 거래 시간 대에 한때 6만7000달러에 근접했으나 이란이 중동에서 공격을 강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을 타격했다는 보도가 전해지자 오름폭을 일부 반납했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ETH)은 1.7% 하락한 1950달러, XRP는 1.7% 내린 1.36달러, 솔라나(SOL)는 1.4% 하락한 84.07달러에 거래되는 등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내림세다.

미국 주가 지수 선물도 하락 전환하는 등 위험자산 전반이 약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공급 차질 우려 속 국제 유가는 8% 이상 급등했으며 금 선물 가격은 지난 1월 30일 이후 다시 한번 53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강세 흐름이다.
CNN,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바레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내 미국 자산을 향한 미사일 공격을 강화했다. 사우디 아람코의 라스 타누라 정유시설도 공격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이란의 핵심 대리세력인 헤즈볼라를 겨냥해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21셰어스의 거시 전략 책임자 스티븐 콜트먼은 "이란은 인접국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액화천연가스(LNG) 흐름 교란 시도를 통해 미국의 분쟁 지속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쟁이 일반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재정적자 확대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운다며, 초기 충격 이후 가치저장 수단으로 인식되는 자산에는 상승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까지 비트코인에서 뚜렷한 안전자산 수요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4개월 연속 ETF 자금 유출…기관 수요 '급랭'
암호화폐 시장의 약세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요인은 기관 자금 이탈이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미국 상장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최근 4개월 연속 자금이 빠져나가며 총 63억9000만달러(약 9조3000억원)가 유출됐다. 이는 2024년 1월 출시 이후 최장기간 월간 순유출 기록이다. 이더리움 ETF 역시 같은 기간 27억6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비트코인은 2025년 10월 약 12만6000달러 고점 이후 현재 6만7000달러 안팎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더는 지난해 8월 4950달러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현물 ETF는 2024년 초 등장 이후 기관 참여를 가장 투명하게 보여주는 창구로 평가됐다. 특히 친(親)암호화폐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자금 유입이 급증하며 강세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초 급락 이후 수요는 급격히 식었다. 최근 간헐적 유입이 나타나고 있으나, 추세적 반등으로 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금 대비로 보면 바닥 임박"…고래는 매집
한편 브라질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메르카도 비트코인의 리서치 총괄 로니 수스터는 금 대비 비트코인 가격 흐름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달러 기준 최고점은 2025년 10월 약 12만6000달러였지만, 금 가격으로 환산한 상대 기준에서는 이미 2025년 1월에 고점을 형성했다. 이는 이후 상승 구간에서 실제 자금의 힘이 약해지고 있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수스터는 과거 사이클을 근거로 12~13개월 주기를 적용할 경우, 금 대비 기준의 저점은 2026년 2월 무렵 형성될 가능성이 있으며 3월부터 점진적 회복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 가격이 아니라 '금과의 교환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바닥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는 거시 환경 변화와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 임기 이후 공격적 관세 정책, 미국 내 제도적 갈등, 중국·이란과의 긴장 고조가 이어졌고, 글로벌 불확실성 지수는 급등했다. 금 가격은 지난 1년간 80% 이상 상승해 5280달러까지 치솟았다. 자금이 금으로 이동하면서 비트코인은 달러 대비보다 금 대비 먼저 약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공포에 따른 매도세가 전부는 아니다. 수스터는 단기 자금이 빠져나가는 사이 대형 투자자, 이른바 '고래'들은 하락 구간을 매집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부다비의 무바달라 투자회사와 알 와르다 인베스트먼트는 2월 중순 현물 비트코인 ETF 노출을 확대했다.
수스터는 과거 시장 흐름을 돌아보면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여 자산을 급히 매도하던 시기에 오히려 차분히 매수에 나섰던 전략이, 시장이 과열돼 낙관론이 극에 달했을 때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보다 더 높은 성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특정 시점을 정확히 예측해 한 번에 매수하기보다는, 일정 금액을 나눠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달러코스트애버리징(DCA) 전략을 통해 평균 매입 단가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현재 가격 수준이 확정적인 '최저점'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역사적 통계에 비춰볼 때 지금과 같이 시장 심리가 위축된 구간은 장기 투자자가 평균 매입 단가를 구축해 나가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영역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