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 세력 확보와 집안 단속 등 대책 마련 나설듯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경영권 유지에 비상이 걸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다른 세력과 결탁해 협공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본인의 대학 학사 학위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코너에 몰린 조 회장이 경영권 사수를 위해 내놓을 대응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 "인하대 학사 학위 취소 처분 정당"...학사 박탈 위기 놓인 조원태
16일 재계,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조 회장의 인하대 학사학위 취소 처분에 대해 인하대 법인 정석인하학원이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원고 청구 기각을 결정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18년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1998년 인하대 3학년으로 편입학한 조 회장의 졸업 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점을 근거로 학사학위 취소를 통보했다. 정석인하학원은 이에 불복해 지난해 1월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이번에 기각된 것이다.
정석인하학원은 이번 행정심판 기각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따라서 조 회장의 최종 학위 취소 여부는 행정소송 결과를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기각 결정 자체로 조 회장은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조 회장은 인하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학위가 취소된다면 조 회장의 최종학력은 '고졸'이 된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둔 조 회장으로서는 심각한 악재를 만난 셈이다.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해도 모자랄 때 오히려 더 큰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 '3자 회동' 조현아, 공세 수위 높일까
조 전 부사장이 최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와 반도건설 관계자들과 3자 회동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조 회장을 협공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조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적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조 전 부사장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은 "조 전 부사장이 누구와 언제 만났는지 세세하게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계속 관계자들을 만나며 협의 중인 것은 맞다"며 조 전 부사장의 활발한 움직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6.49%다. 여기에 KCGI 17.29%, 반도건설 8.28%이 조 전 부사장 편에 선다면 총 31.98%의 지분을 갖게 된다.
반면 조 회장은 자신의 지분 6.52%에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특수관계인 4.15%, '백기사'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지분 10%를 합쳐도 32%대에 불과하다. 간신히 조 전 부사장 측을 앞선다.

주총에서 안건 통과를 위해 40% 가까운 지분을 확보해야하는 점을 가정하면 4.11%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 등 다른 주주들의 결정에 따라 결과는 쉽게 뒤집힐 수 있다.
3월 주총 전까지 주주간 이합집산이 활발히 이뤄질 수밖에 없는 형국에서 조 회장의 학위와 관련한 이번 악재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쟁자로 분류되는 조 전 부사장 역시 이번 계기로 조 회장에 대한 물밑 공세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엎친 데 덮친 격' 조원태, 경영권 방어 가능할까
잇따른 악재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조 회장도 경영권 방어 대책 마련에 더욱 고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 회장은 최근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주요 주주들과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국인, 소액 주주 등을 설득할만한 지배구조 개선책 등 미래 전략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집안 단속'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의 협공 움직임이 관측된 만큼, 이 부분이 경영권 사수의 핵심 과제로 더욱 부각됐다.
다만 깊어질대로 깊어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조 전 부사장 등 가족들을 회유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선 힘을 모아 경영권을 지켜낸 뒤, 조 전 부사장과 조 전무에게 분할 경영을 제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iamky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