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퇴임 후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온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침묵을 깨고, 최근 잇따라 발생한 총기난사 사고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공포와 증오 분위기를 조성하는 지도자의 말을 단호하게 배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는 공포와 증오의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인종차별주의적 정서를 정상적인 것처럼 만드는 지도자들, 우리와 다르게 생긴 이들을 악마화하거나 이민자 등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고 암시하는 지도자들, 다른 사람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거나 미국이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속한다고 넌지시 말하는 지도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언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이 같은 언어는 노예제도와 짐 크로 법(인종 분리 정책), 홀로코스트, 르완다 대학살, 발칸반도의 인종 청소 등의 근본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런 언어는 우리 정치와 공적 생활에서 발붙일 곳이 없다"면서 "이제 인종과 신념, 정당과는 상관없이 선한 의지를 가진 대다수의 미국인이 분명하게 말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외신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성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있은 지 몇 시간 뒤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암시적으로 비난했다"고 표현했다.
WP는 오바마가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가 성명에서 날카롭게 비난한 이민자와 소수민족을 향한 선동적인 수사는 트럼프 재선 캠프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또 이번 성명은 오마바가 2017년 임기를 마친 이후 내놓은 정치적 성명 중 가장 강력한 성명이라고 전했다. WP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조차 거부할 정도로 정치 개입을 피해온 오바마가 이 같은 발언을 내놓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성명을 통해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총기난사 빈도에 있어서는 지구상 어떤 나라도 미국을 따라오지는 못한다"며 "우리 수준으로 총기를 용인하는 선진국은 없다"고 적었다. 오바마는 이어 "우리 모두가 일어서서 공직자들에게 총기법 개정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주장하기 전까지 이러한 비극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대국민 성명을 통해 "모든 미국인이 인종주의와 편견,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사건 예방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면서도 총기 문제를 정신 건강과 비디오 게임과 연관 짓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건의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saewkim9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