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사태에도 꿋꿋이 버텼지만…선거 참패, 결국 탈당
사실상 계파로서 의미 잃어…'책임론' 중진 거취도 주목
[서울=뉴스핌] 조현정 기자 = 친박계의 맏형이자 8선의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탈당을 선언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친박 핵심 인사들의 거취 표명이 이어질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서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랫동안 몸 담고 마음을 다했던 당을 떠난다"며 "총선 패배 이후 2년여 동안 고민해 왔고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제는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리겠다"고 밝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부터 친박계 핵심으로 활동해 왔던 서 의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도 꿋꿋하게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이번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에는 결국 버티지 못했다.
그가 한국당을 떠나면서 친박계는 사실상 사라지는 단계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박 컨트롤 타워'가 물러났기 때문에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 상황이다. 나머지 친박계 의원들도 각각 흩어진 모양새로, 사실상 계파로서의 의미를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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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 서청원 의원 SNS> |
또 다른 친박계 핵심이었던 최경환 의원은 구속된 상태이며 홍문종 의원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정현 의원은 지난해 1월 탈당했다.
여기에 친박인 정종섭 의원도 최근 비공개 초선 모임에서 불출마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친박계 의원 일부도 불출마를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실제 실행으로 옮겨질 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의 한 의원은 "(서 의원의 탈당은) 친박과 관련된 이들이 더 이상 당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는 뜻은 아닌 것 같고 계파 싸움 조짐이 보이니 일단 한 발을 뺀 것 아니겠느냐"며 "(친박계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하든, 당에서 나가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의 탈당 선언으로 지방선거 패배 책임자로 지목된 다른 중진의 거취도 주목된다. 앞서 새누리당에서 당 대표를 지내며 비박계 좌장으로 불린 김무성 의원은 15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보수 정당의 재건을 위해서 저부터 내려놓고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6년 20대 총선 패배의 책임자 중 한 명이라는 지적을 받는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당내에서는 '중진 2선 후퇴'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초선인 윤상직 의원은 "김 의원과 뜻을 함께 하겠다"며 불출마 대열에 합류했으며 김정훈 의원도 "보수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기존 사람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고 말해 불출마를 시사했다.
특히 다른 계파, 중진 의원들을 향해 불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정작 본인이 불출마를 하겠다는 이들은 드물기 때문에 한국당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서 의원은 정계 은퇴를 내세울 만큼 자기 희생이 없는 것 같다"며 "남은 친박 의원들도 정치적인 거취를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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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尹 서울구치소 CCTV 열람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감 중 특혜 제공 여부와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 당시 서울구치소 폐쇄회로(CC)TV를 열람하기 위해 현장검증에 나섰다.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와 수감 특혜 의혹 등을 점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1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와 수감 특혜 의혹 등을 점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2025.09.01 jeongwon1026@newspim.com
김용민 의원은 "국민의힘은 오늘 현장검증이 '망신주기용'이자 인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검증 절차에는 참여하지 않고 뒤에서 정치적 언사만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의원 불참에 유감을 표했다.
김 의원은 "오늘 검증해야 할 사안은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에서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며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구치소에서 편하게 지내고 있다는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할 것"이라며 현장검증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전현희 의원도 "CCTV를 열람하는 것은 윤석열에 대한 망신주기 목적이 아니다. 중대 범죄자의 체포영장 거부라는 법치주의 파괴 행태와 구치소 측의 특혜는 없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함이다"며 "법치주의를 바로세우고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의 일환인 현장검증에 국민의힘이 자리를 비운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조금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치를 무시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연출하는 등 수사방해를 일삼고 있다"며 "오늘 현장검증을 통해 특혜 및 수사방해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수용규칙 위반 등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구치소 측에 8월 한달 간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 접견 횟수와 구치소 내 변호인 접견방 개수, 변호인 접견 규정 일체 등의 자료를 요청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과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변호인 접견 관련 자료와 윤 전 대통령의 총 접견 시간 및 인원 등 통계 자료를 요구했다.
jeongwon1026@newspim.com
2025-09-01 11:08

[변상문의 화랑담배] 제1회 산세타령
변상문의 '화랑담배'는 6·25전쟁 이야기이다. 6·25전쟁 때 희생된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고, 그 위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제목을 '화랑담배'로 정했다.
[자료= 인공지능 AI 이미지]
판소리 춘향가에는 '산세타령'이라는 눈대목(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이 있다. 방자가 춘향이에게 이몽룡의 사람됨을 각 지방 산세에 비유하며 설명하는 대목이다.
방자가 춘향이에게 "여보게 춘향이! 낭군을 얻으려면 뚜렷한 서울 양반 낭군을 얻지. 아, 어찌 시골 무지랭이를 얻으려는가?" 했다. 이에 춘향이가 "미친 녀석! 낭군도 시골 서울이 다르단 말이냐?"하며, 방자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이불 개듯 개어 방자 귀에 쑤셔 넣었다. 방자는 "하믄 다르지야. 인걸은 지령이라. 사람이 하는 것은, 산세 따라 나는 법이여. 내가 우리 도련님 성품을 이를 테니 잘 들어 보소. 경상도 산세는 산이 웅장 허기로 사람이 나면 정직하고. 전라도 산세는 산이 촉(비옥함)하기로 사람이 나면 재주가 있고. 충청도 산세는 산이 순순하기로 사람이 나면 인정이 있고. 경기도 올라, 한양 터 보면 천운봉이 높고 백운대 섰다. 삼각산 세 가지 북주가 되고 인왕산이 주산이요, 종남산이 안산인디 동작이 수구를 막았기로, 사람이 나면 선할 때 선하고 악하기로 들면 별악지상(別惡之象)이라."
서울 남산 아래, 선할 때 선하지만 악하기로 들면 별악지상(別惡之象)인 땅. 그곳이 지금의 용산기지다. 이몽룡이 장원급제하고 남원골 춘향이를 만나러 간 길도 남대문-용산고-용산기지 23번 게이트-한강나루-남태령-과천 길이다.
용산은 용산구 효창공원 일대와 원효로 서쪽 일대 구릉지대를 말한다. 한강을 따라 서쪽으로 흐르는 구릉이 마치 용이 꿈틀대는 모습이어서 용산이라 불렀다. 대통령실이 들어선 국방부, 합참 지역의 구릉은 둔지산(屯之山)이다. 조선시대 때 직업군인 집단 거주 마을이 있었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는 일본군 병참기지로, 병자호란 때는 청나라군 후방지휘소였다. 임오군란 때는 흥선 대원군이 용산기지 캠프 코이너에서 청나라로 납치돼 갔다. 용산고 앞에서 청나라군과 조선군 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1894년 7월 청일전쟁이 터졌다. 일본군 소장 오시마가 이끄는 8000여 명의 일본군이 용산기지에 주둔했다. 조선총독부, 조선주차군사령부가 용산기지에 터를 잡았다. 부대 정문은 용산역 맞은편 아모레 퍼시픽 건물과 용산우체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200m 정도 들어가면 나오는 문이다. 어김없는 별악지상(別惡之象) 땅이었다.
1950년 6월 25일 01:00 용산기지 내 육군본부 상황실에 전화벨이 울렸다. 당직 장교 작전국 대위 조병운이 수화기를 들었다. "충성! 옹진반도 제17연대입니다. 현재 시간 국사봉 북쪽 능선으로 병력 미상의 북한군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03:00 또 전화벨이 울렸다. "충성! 문산 제1사단입니다. 북한군이 구화리에서 도하용 주정(舟艇)을 운반하고 있습니다" 03:30 또 전화벨이 울렸다. "충성! 의정부 제7사단입니다. 적 포탄이 전 진지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창밖에는 태풍 엘시가 비를 뿌리고 있었다. 육군본부 정보국 당직 장교 중위 김종필은 정보국장 장도영 대령에게 "전 전선에서 북한군이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전군에 비상을 내려야 합니다. 국장님께서 빨리 상황실로 오셔야겠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용산기지가 또다시 별악지상(別惡之象)의 땅이 되고 있었다.
/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2025-09-01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