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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코노믹포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서울이코노믹포럼 강연 전문

기사입력 : 2018년04월10일 12:30

최종수정 : 2018년04월17일 17:48

‘북핵문제 해결방안과 남북관계 전망’ 강연

[뉴스핌=서영욱, 조아영 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서울이코노믹포럼’에 참석해 “북한은 세계 수준에 맞는 경제, 교육, 사회 분야 체제를 갖춰 정상국가로 나아가길 원할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끊임없이 격려한다면 한반도에 새로운 봄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뉴스핌 창간 15주년 기념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윤청 기자 deepblue@

다음은 이종석 전 장관의 ‘북핵문제 해결방안과 남북관계 전망’ 강연 전문이다. 

반갑습니다. 뉴스핌 15주년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중요한 발표를 하게 돼 영광스럽습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한반도가 크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에 대해서 어떤 분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에 의심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네 가지 소주제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지금 우리 한반도에 불어 닥친 정세의 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지, 특징에 대해서입니다. 이 변화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가장 큰 변화는 비핵화입니다. 비핵화에 대해서 북한 핵문제에 대해 어떤 걸 유념해야 할 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4월 27일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바탕으로 남북관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지 전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5월 말, 또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과제를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동안 남북문제를 공부해 온 연구자로서 느낀 건 현재 한반도에 불어닥친 변화는 1945년 분단 이후 73년 만에 한반도 대결 구도를 해소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기회가 왔다는 것입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한 달 간격으로 연쇄 개최되는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대결구도의 기본 축인 남북 대결과 북미 대결이 두 정상회담으로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대결 구도를 해소할 수 있는 합의가 두 차례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미 간 대결구도가 남북 간 긴장완화 정세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다시 또 긴장과 대결로 빠져드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 두 대결구도가 한 번에 해결되지 않으면 한반도 냉전, 대결 상황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입니다. 우리는 평화번영의 한반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임동원 전 장관님이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서 북한에게 도움이 된다며 설득했습니다. 정동영 당시 장관님이 북한 특사로 가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북핵 6자회담 참석을 설득했고 그 결과 회담에 나왔습니다. 한반도 위기 원인을 제공하는 북한 지도자가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수동적으로 대화에 나왔습니다. 잠정적으로 평화 국면은 열렸지만 능동적으로 먼저 전략은 안내놨습니다. 지금은 한반도 정세의 거대한 변화 엔진 돌리는 게 김정은 위원장으로 과거 한반도 정세와는 다른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상당히 지금 좋은 현상입니다. 

또 하나는 다들 말하는 것처럼 이 거대한 변화는 과거에 많은 정책 담당자들이 노력했지만 잘 안됐습니다. 지금은 남북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서 진행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해서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했습니다. 최고 지도자들이 자기의 정치적 승부수를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것이 탑다운(Top-Down) 방식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상향식 단계적(Bottom-Up) 접근은 과거에 많이 했고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그렇지만 한반도에서는 협상 대표들이 모여 큰 일괄적 합의를 하고 이행 로드맵을 마련해 봤지만, 서로 간 갈등 속에서 만들어진 작은 장애요소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말 그대로였습니다. 이행 과정, 논의과정에서 나오는 악마들은 지도자들이 정치적 관점에서 가지를 치고 제거하는 탑다운 방식이 훨씬 더 한반도에서는 유리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까지 탑다운 방식에 나서는 것입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도 회담이 있을 것이고, 아베 총리도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최고 지도자들이 먼저 합의에 참여하는 탑다운 방식을 보여줄 것입니다. 어쩌면 한반도 데탕트 국면을 이어나가고 발전시켜나가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 정세에서 유념해서 볼 것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급변하는 것입니다. 3월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중 관계는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저조차도 상상 못했던 일입니다. 이러한 북중 관계 복원의 의미는 북중 관계가 동맹적 요소가 강화된 '신전략적 협력관계'로 복원된다는 것입니다. 단순 복원이 아니라 아마 북중 관계는 한미동맹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갈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그 노선으로 가겠다는 것입니다. 북중 관계 회복하고 적극적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전제가 비핵화를 명확히 밝힌 것입니다. 북중 관계에서 경제 협력도 있습니다. 북한이 대외 경제를 개방하고 교류하겠다는 것입니다. 시장 경제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전제입니다. 

북중관계 복원이 한반도 변화 속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는 입장만 밝히면 비핵화의 과정은 동시에 단계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주고받을 것입니다. 북미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미국이 몰아붙이지 못할 것입니다. 미국 역시 오히려 북중 관계 복원이 현실적 안목에서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한반도 정세 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북한 핵문제가 해결된다면 새로운 한반도로 나아갈 기회를 얻고 남북경협 중심의 북방경제 시대가 열린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이 온통 핵·미사일 발사하는 이야기만 봤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호전적, 모험적이고 북한 경제에는 관심이 없는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이는 한쪽만 본 것입니다. 그동안 김정은은 북한 지도자가 된 이후에 경제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경제생활도 김정일 시절보다 안정시켰습니다. 김정은이 경제에 관심을 갖는 건 북한 주민들이 하루 세끼 먹고 사는 수준을 북한 사회의 유토피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절대로 핵을 포기하겠다고 이야기 안했을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꿈은, 그것이 될 지 안 될지는 판단에 따라 다르지만, 고도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는 북한 지도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자신감도 있습니다. 김정은은 이미 북한 정권을 안정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고도성장 속에서 새로운 북한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중국이 사회경제를 포기하고 70년간 고속 성장한 것처럼 북한이 노동당 통치 아래 경제성장하는 것입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김정은이 외국 기업의 투자 받아들여 발전시키겠다고 경제특구를 만들었습니다. 2013년 3월 법안을 만들고 특구를 22개 만들었습니다. 경제 개발은 외국 자본을 받아들여 과거 김정일식으로 무기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경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핵을 포기하고 경제개발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체제 안전 보장과 핵 포기 그 아래 있는 진정한 목적이라고 봅니다. 

남북경협이 이루어지면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김정일을 설득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비교우위를 지닌 부문이 있습니다. 그런 기업이 북한에 들어가서 사업을 하면 됩니다. 이미 북한은 정리된 상태입니다.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매일같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오로지 3면 바다에서 개발하다 3면 육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를 살리고 남북 경제도 살리는 시대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북핵 해결의 가닥이 잡히면 이런 시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현 단계에서 유념해야할 사항을 네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기존의 판단과 분석에 의존하지말고 창조적, 실용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대담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미국이 북한에 군사위협을 해소하고 체제 안정 보장을 해주면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라 오랫동안 주장했습니다. 북미대화도 낙관적으로 봤습니다. 그렇게 생각했던 저였지만 5월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할 것이라 생각도 못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4월 중 회담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4월 중에 중국을 방문해서 정상회담 열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비교적 낙관적으로 본 그 이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기존 분석에 치우치지 말고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기존 분석에 의존하고 그에 기초해서 이야기합니다. 이제 기존의 분석이 뭐가 틀렸는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자꾸 기존 분석에 의존해서 회의적으로 말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이 핵을 고도화하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 시간 버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기극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기극은 그 후폭풍이 최소화될 때 가능한 전략입니다. 정말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면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에 중국 방문까지 뒷감당이 너무 어려워집니다. 

분명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에게 대화 시에는 핵과 미사일로 도발하는 전략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실상 모라토리움입니. 한미 연합군사훈련에도 북한에서는 어떤 비난도 없습니다. 과거에는 북한을 한 주제로 설득시키려면 지난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북한은 자기 살점 두 개를 떼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 상황이 잘 진행될지 아닐지는 더 지켜보고 노력해야 하지만, 김정은이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있다고 바라보는 것은 올바른 분석이 아닙니다. 

둘째, 북한 핵문제가 해결된다고 전제했을 때 그 이후에 어떤 한반도를 만들 것인지 비전에 대한 최소 몇 가지 사항의 공유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핵을 포기했다면 단순히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될 것인가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한반도 비핵지대화 구상이 가능합니다. 남북한의 핵무기 보유 금지는 물론 핵관련 자산 도입도 금지해 어떤 것도 보유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남북, 미국, 중국 등 동북아의 공동 안보를 지향해야 합니다.남북협력 역시 남북을 넘어서서 전체적인 북방경제 실현과 남북경제공동체를 지향해야 합니다. 이런 명료한 비전 공유가 필요합니다. 

비핵화, 평화협정 이에 대한 개념 공유도 필요합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비핵화는 다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도 다릅니다. 김정은의 비핵화와 우리의 비핵화가 다릅니다. 기본 개념은 '핵 없는 북한'이 비핵화입니다. 공동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평화협정과 관련해 남북 평화협정과 미중 보장 형태가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북미 협정을 주장했습니다. 역사적으로나 현재 역학구조로나 남북이 평화협정 맺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현 시점에 맞지 않습니다. 국제 사회 합의 내용과도 맞지 않습니다. 남북미중 4자 간 협정이 필요합니다.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정부의 중재가 계속되어야 합니다. 현재 불신이 큽니다. 두 주체가 뭐를 하겠다고 결심해도 둘이 만났을 때 잘못하면 사소한 말 한 마디로 서로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습니다. 역시 북미 정상회담 과정 속에서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중재와 조율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번 한반도에서 역할이 큽니다.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 한국 정부가 깊숙히 개입해야 합니다. 북미가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타결하겠지만 여기에 우리 정부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고 양쪽을 중재해야 합니다.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와 남북경협 분야 성과가 굉장히 제한될 것입니다. 5월 열릴 북미정상회담과 4·27 남북정상회담은 의제가 서로 같습니다. 의제 교집합 영역이 굉장히 큽니다. 한반도 문제 해결 핵심은 비핵화입니다. 핵심적 의제로 다루겠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서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해도 합의문에 그대로 표현되기는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결과는 자기 성과로 삼고 싶어합니다. 가급적 북미 사이 큰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트럽프는 남북 정상회담 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놓는 것이 아니라 북미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놓길 원할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마찬가지로 북미 대타결을 원합니다. 남북 회담에서 사실 합의되는 건 추상적 수준입니다.

남북 회담 합의는 북미의 디딤돌이고 파격적이거나 대단히 커다란 실행적 합의는 북미 회담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 얘기는 비핵화 합의 수준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남북회담에서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1단계라도 해제시킬 만한 합의가 가능합니다. 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려서 한반도에서 새로운 희망이 생겼지만 남북 회담에 있어서는 성과 제한으로 나타납니다. 이 점은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북미 간 포괄절 일괄 타결을 한다면 가장 큰 공헌은 문재인 대통령이 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대담한 합의를 보게 하기 위해 나서서 조율할 수 있습니다. 관련 자료가 당분간 공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번 남북 회담은 비핵화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미로 가기 위한 디딤돌입니다. 관전 포인트가 이것입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평화체제 구축 분야 합의에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핵화와 연계돼 있지만 상대적으로 독자적 합의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군사적 긴장완화가 중요합니다. 이런 부분이 남북 회담에서 중요한 과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NLL(북방한계선) 평화해상경계선을 선포하거나 정전협정에 바탕을 둔 DMZ(비무장지대)를 원상복원하고 그 안에 있는 GP(Guard Post, 경계초소)를 철거할 수 있습니다. 우리만이 아니라 북한도 해야 합니다. 양쪽 모두 철거하면 우리 부담도, 위험도 없어지겠죠. 평화체제 관련 비전과 로드맵에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해 봅니다. 

남북 간 경제 분야 합의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비제재 분야에서 남북 관계의 근본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으면 좋을 것입니다. 항구적 정상화를 위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평양과 서울에 대표부를 설치하면 남북관계 정상화에 상징적, 실질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비제재 분야는 어차피 경제제재가 있는 상황에서는 건드리기 어렵습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추석 ‘성묘 위한 고향방문단’ 교환은 가능합니다. 경제협력은 식량이나 비료를 달라는 건 옛 방식입니다. 북한은 낙후된 의료보건분야 지원을 원합니다. 그 분야에서 협력을 합의한다면 북한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내 북미회담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한반도 정세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연내 한 번 더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5월 북미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면 대북제재가 완화될 것입니다. 그러면 남북은 경제협력에 나서야 합니다. 합의는 8~10월 사이가 좋을 것 같습니다. 맞춤형 한반도 공동번영 구상을 북한에 제시하고 실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장은 경협을 논의하기 힘들지만 이때 다시 만나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북미정상회담 방향은 먼저 포괄적인 일괄타결을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 정상이 만나 종국적인 목표에 대한 합의 선언이죠. 북한의 핵 폐기를 서로 명시하고 교환하는 포괄적 일괄타결 방식이 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양 정상이 로드맵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이행 로드맵은 빠른 시간 내에 만나서 합의해야 합니다. 이 합의까지 되려면 포괄적 일괄타결이 돼야 합니다. 이것만으로는 북미정상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미국과 북한 내 서로 불신이 강해 당장 북한 경제제재가 완화되지 않습니다. 서로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생 분야에서 제재 완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북한이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의구심도 있죠. 북한 합의가 잘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을 위해서는 선행조치가 필요합니다. 양측 정상이 큰 포괄적 타결이라는 이행 로드맵을 만들어 당장 또는 3개월 내 즉각 조치하도록 합의해야 합니다. 이걸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패의 기준입니다. 이것이 만들어지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있구나, 핵 포기 대신 경제 발전시킬 수 있겠구나”라고 서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봤을 때 북미 간 합의는 양자만이 아닌 국제적 평화협정입니다. 북미, 남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6자회담 재개로 북한의 이런 합의가 일탈하지 않도록 의지를 북돋아주기 위해 6자회담을 복원시켜야 합니다. 미국에서도 정권 교체가 합의사항에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클린턴에서 부시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미국이 북한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정권교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가급적 2년6개월 안에 2020년 말까지 이행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괄타결안 표는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하는 예입니다. 북미가 만난다면 원칙적으로 선언할 것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을 반드시 비핵화시켜야 하고 북한 입장에서는 군사적 제재를 하지 않고 체제 안전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이를 중심으로 그동안 있었던 선언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를 집어넣은 원칙적 합의를 포함한 포괄적 일괄타결이 있을 것입니다.

서로의 목표를 교환해야 합니다. 큰 관점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 미사일을 폐기하고 비핵화 검증 기구 수용을 바랄 것입니다. 북한이 바라는 것은 북미 수교입니다. 평양 주재 연락사무소 설치가 중요합니다. 북한이 미국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 정권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북한을 인정하고 평화협정, 경제협정 등 2년6개월 내 실현을 약속해야 합니다. 이것이 포괄적 일괄타결입니다.

이행 로드맵을 한 번에 만들기는 어려워 10월 말까지는 만들어야 합니다. 포괄적 일괄타결과 북한 김정은이 말한 단계적 동시조치는 모순적인 것이 아닙니다. 김정은이 말한 의미를 더 들어보고 판단해야겠지만 단계적 동시조치라고 한번 말한 것을 일괄타결 반대로 이해하면 안될 것입니다.

합의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포괄적 일괄타결의 이행보증을 위해 선행 신뢰조치입니다. 북한이 핵 미사일 동결 선언 IAEA 사찰 복귀, 풍계리 시험장 페쇄 등을 수행해 줘야 합니다. 미국 입장에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평양 주재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민생관련 대북제재를 해제해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 해제를 미국이 주도한다면 서로 주고받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런 형태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 다음 다가올 한반도는 다른 것입니다. 김정은과 김정일이 원하는 북한은 다릅니다. 경제, 교육, 사회 분야에서 세계 수준에 맞춰 나가는 것, 정상국가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정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면서 북한을 끊임없이 격려한다면 새롭게 닥친 봄이 한반도 공동번영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뉴스핌 Newspim] 서영욱 기자(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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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국정 지지율 30.1%…부정평가 66.7% '경고등' [서울=뉴스핌] 김종원 전문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1%가 나왔다. 지난 2주 전 뉴스핌 정기 여론조사 38.1%보다 8%포인트가 빠졌다. 반면 부정 지지율은 66.7%로 2주 전 59.3%보다 7.4%포인트가 오른 70%에 육박했다. 정부·여당의 4·10 22대 총선 참패에 따른 국정 심판 여파가 아직도 전 연령과 전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취임 2년을 맞는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번 정례 여론조사는 뉴스핌 의뢰로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간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4·10 총선 민의에 따른 윤 대통령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지난 29일 첫 영수회담 결과는 아직 민심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좀 더 여론의 추이를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례 조사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 15.2%, '잘하고 있는 편' 14.9%로 국정 긍정 평가는 30.1%였다. 4·10 총선 직후 2주 전인 지난 4월 15·16일 뉴스핌 정기조사 때 긍정평가 38.1%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지지율이 뉴스핌 정기 여론조사에서 30%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사실상 국정 장악과 국정 운영 동력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부정평가는 '매우 잘 못하고 있다' 57.2%, '잘 못하는 편' 9.5%로 국민 10명 중 7명에 가까운 66.7%였다. 지난 2주 전 조사 59.3%보다 7.4%포인트가 많아졌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부정 격차는 지난 2주 전 조사와 비교해서 21.2%포인트에서 36.6%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에서 부정평가가 79.2%로 가장 높았다. 40대 77.4%, 50대 70.4%로 30·40·50세대 10명 7명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70대 이상에서만 부정 41.0%, 긍정 48.0%로 긍정 평가가 조금 앞섰다. 지역별로는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의 전통 지지층인 대구경북(TK)에서도 긍정 40.9%, 부정 54.4%로 부정 수치가 10%포인트를 훌쩍 넘어섰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긍정 35.5%, 부정 61.6%로 긍·부정 격차가 절반 가까이 됐다. 광주전남전북 호남에서는 부정 80.9%, 긍정 16.5%로 10명 중 8명이 부정적이었다. 정당별 지지층에서도 지지층이 없는 무당층의 69.1%가 부정, 긍정 27.9%로 10명 중 7명 가까이가 부정적 평가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이유에 대해 "지난달 29일 이재명 야당 대표와 취임 후 700여 일 만에 첫 영수회담을 했지만 국론 분열과 민생 위기를 타개할 뚜렷한 해법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4·10 총선 참패 이후 단행한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찐윤' 인사를 임명하는 등 윤 대통령의 변하지 않는 일방적·독선적 국정운영 스타일과 함께 답이 보이지 않는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국민 피로감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민생 경제 불안감 등 여론이 악화되면서 지지층 마저 대거 이탈하며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가상번호 임의걸기(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응답률은 2.9%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kjw8619@newspim.com 2024-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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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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