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이회창 키즈...앞서거니 뒤서거니 부상
朴 대통령 탄핵으로 인생 역전...정치권서 '주가' 급락
[뉴스핌=조정한 기자] 지난 18~19대 국회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렸던 '3명의 여자'가 있다. 서울대 출신·'이회창 키즈'라는 공통점에도 불구, 정치적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그들은 지금 보수진영의 몰락과 함께 각자 위치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이혜훈 전 바른정당 대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서울대 출신 '여성 트로이카'로 불렸고 비슷한 시기에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여성 대변인' 발탁 경쟁을 시작으로 숙명적인 '라이벌'이 됐다. 정치권에선 끊임없이 "누가 더 났다"는 식의 평가로 경쟁을 부추겼다.
2016년 6·4 지방선거 당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에서 정 후보, 나경원 중앙선대위 부위원장, 이혜훈 최고위원이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 밖에선 '재원(才媛)' vs 당에선 '경쟁자'
서울대 82학번인 나 의원과 이 전 대표는 여성 대변인 자리를 놓고 서울대 후배인 조 전 장관(외교학과 84학번)에게 밀렸고, 스포트라이트를 원했던 두 사람은 각각 여성, 경제특보를 맡으며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밖에선 각 분야에서 최고의 '엘리트'였지만, 당 내에선 자의든 타의든 늘 '같은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나 의원과 이 전 대표는 2010년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당시 '며느리론'을 강조하던 이 전 대표는 나 의원을 향해 '꽃단장만 하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당내 주류인 친이계(친 이명박) 지원을 받은 나 의원이 최고위원직에 당선됐고, 이 전 대표는 무대 위에서 내려왔다. 당시 이 전 대표가 전당대회가 끝난 뒤 소리 내어 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과 나 의원도 2004년 총선을 치르며 공천을 놓고 서로 서운함이 쌓였다.
조 전 장관과 이 전 대표는 2013년 예기치 못한 자리에서 부딪혔다. 박근혜 정부에서 친이(친이명박계), 친박도 아닌 '중립성향'으로 알려진 조 전 장관이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 하마평에 올랐던 이 전 대표는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대변인을 하는 등 '친박' 이미지를 굳혔던 터라 실망감이 컸다.
서로 밀치고 밀던 세 여성은 공교롭게도 19대 총선에서 모두 낙천의 고배를 마시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7 관광인 신년인사회에서 조윤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나경원 의원(오른쪽)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높은 자리가 예상치 못한 화살로 돌아오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이들의 운명도 극적으로 바뀐다. '보수'라는 큰 배가 쪼개지고 침몰하면서 '자리의 무게감'이 화살이 돼 꽂혔다.
이 전 대표는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 의원들이 창당한 '바른정당'에서 친유계(친유승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 대표까지 올랐다. 하지만 취임 74일 만에 금품수수 의혹을 받으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당내 비주류들의 작품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각종 '설(說)'이 난무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청와대 정무수석·문체부 장관 등 최고의 전성기를 보낸 조 전 장관은 그야말로 급전직하 '나락'으로 추락했다. 조 전 장관은 최근 재판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2년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7월 1심에서 국회 위증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난지 불과 180일 만에 다시 재수감된 것.
'비박계' 나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출마했지만 '친박계' 정진석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비박계 의원들이 창당한 '바른정당' 합류에 '보류'를 선언하면서 보수 진영에서 표류하고 있다.
최근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인 나 의원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평창올림픽 단일팀 반대서한을 보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평화 올림픽 훼방꾼'으로 불리며 비난받고 있다. 이날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나 의원의 위원직 파면 요구에는 무려 26만명이 참여했다.
[뉴스핌 Newspim]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