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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예술가 이야기] 눈동자가 없는 초상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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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37)

1920년 1월 24일 파리의 자선병원에서 한 아름다운 남자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에 관한 소문과 평판은 다양했다. 수많은 여인들과 염문을 뿌린 당대 최고의 미남, 어느 곳에도 안착하지 않은 보헤미안, 술과 마약에 중독된 결핵 환자, 인간의 내면과 꿈으로의 상승 의지를 그린 독특한 화가 등. 그는 바로 당대의 풍운아 모딜리아니였다.
36세로 삶을 마감한 화가 모딜리아니. 그 짧은 삶마저도 항상 가난하고 고독하며 우수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럼에도 오직 ‘모딜리아니’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관심사는 언제나 ‘사람’이었다. 그래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일관된 주제는 인물이나 인체였다. 그림은 대부분 초상화나 누드화이고 심지어 조각품도 모두 사람을 소재로 한 것이었다.
그의 삶은 처참했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헐값에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또 가난하고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비정한 현실을 잊으려고 술과 마약에 빠지고 난폭하고 기이한 행동들을 일삼았다. 결국 모딜리아니는 뛰어난 재주에도 불구하고 평생 성공을 모른 채 세상을 뜨게 된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을 보면 세상과 인간에 대한 따스한 애정과 연민이 느껴진다.

모딜리아니는 에콜 드 파리(Ecole de Paris) 화파에 속한다. 이는 특정 화풍은 아니며, 20세기 초에 유럽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에 몰려 든 이방인 화가 집단을 말한다. 흔히 몽파르나스 화파로도 불리는데, 이는 제1차 세계대전 전후에 파리 시내 몽파르나스 지역에 외국 화가, 음악인, 문인들이 모여 창작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 화파에 속하는 인물은 모딜리아니와 같이 대체로 유대인이 많았다. 벨라루스 태생의 마르크 샤갈, 리투아니아에서 온 카임 수틴과 자크 립시츠, 불가리아 출신의 줄스 파스킨, 폴란드 태생의 모이즈 키슬링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 그룹에 속하지만 유대인이 아닌 유명 화가로는 스페인 태생의 파블로 피카소가 있었다. 또 미국의 문인 헤밍웨이와 에즈라 파운드도 이곳을 거쳐 갔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는 1884년 이탈리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의 모딜리아니는 그림에 뛰어난 소질을 지니고 있었지만, 너무나 병약했던 그는 폐결핵, 늑막염, 장티푸스, 폐렴 등 질병을 연달아 앓았고 이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하였다. 이후 당시 이탈리아 최고의 미술선생이던 미켈리의 화실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다.
17살이 되던 해에는 폐병이 재발하여 요양한 후 어머니와 함께 로마와 피렌체 등지의 미술관을 여행하며 예술가로서의 잠재력을 본격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당시 어머니의 일기장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이 어린아이의 영혼 속에 무엇이 감추어져 있는지 잠자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아마도 예술가가 아닐까?”

모딜리아니는 그의 나이 22세가 되던 1906년에 파리로 나와 몽마르트르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는 한 미술학교에서 인체 데생 수업을 듣는다. 이 무렵 모리스 위트리요와 알게 되어 죽을 때까지 친구로 지냈다. 또 독일 출신의 화가 루트비히 마이트너를 알게 되었는데, 마이트너는 그를 ‘최후의 진정한 보헤미안’이라고 불렀다.
1908년 처음으로 심사나 시상식 없이 참가비만 내면 그림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전시회인 앙데팡당(Independant)에 《유대인 여인》 등 회화 6점을 출품해 화가로서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그는 병약한 체질에도 불구하고 파리의 예술가들과 함께 방탕한 생활을 즐긴다. 이 무렵 조각가 자크 립시츠와 제이콥 엡스타인을 알게 된다. 1913년부터는 몽파르나스로 거처를 옮긴 뒤에는 키슬링, 수틴, 피카소 등과 친교를 맺는다. 이 무렵 그린 누드화는 관능적인 몸짓과 표정에도 불구하고 비장함과 차가움을 내포하고 있다.
1917년 12월 모딜리아니는 친구의 도움으로 라피트 거리의 한 화랑에서 최초이자 최후의 개인전을 연다. 화랑은 모딜리아니의 아름다운 누드 두 점을 쇼윈도에 걸었다. 그 그림들은 통행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운수 사납게 그들 중에는 경찰관도 있었다. 경찰관은 이들 두 장의 그림을 철거할 것을 명했다. 이렇게 허망하게 그의 개인전은 끝나버렸다.

‘큰 모자를 쓴 잔느 에뷔테른’, 캔버스에 유채, 53x 37.5cm 개인소장 <사진=이철환>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이중적이다. 외형은 매우 육감적인데, 내면에는 우수와 신비적인 요소가 깃들어 있다. 그가 그린 인물들의 마음속에는 속된 감정과 신비로운 꿈이 동시에 들어 있는 듯하다. 육감과 우수 그리고 신비라는 모딜리아니가 꿈꾸던 아름다움의 정수는 그의 부인 잔느 에뷔테른을 모델로 약 3년의 기간 동안에 그린 그림에서 가장 잘 나타나고 있다.
긴 목에 긴 얼굴, 선이 분명한 얼굴에 꿈꾸는 듯한 표정, 눈동자 없는 눈, 모딜리아니가 그린 인물들의 내면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듯하면서도 두터운 베일에 싸여 있기도 하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우수의 감정과 신비로운 꿈이 동시에 들어 있다. 모딜리아니는 이처럼 감각적인 세계를 추구하면서도 감각 너머의 세계를 그렸다.
모딜리아니의 인물 그림에는 눈동자가 없다. 그 사람들은 쓸쓸함, 고고함, 신비함, 도도함, 애잔함 등의 모든 감정을 싣고 그윽하게 우리를 바라보는 듯하다. 눈동자가 없기에 무엇인가 공허해 보인다. 이 채워질 수 없는 공허는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들이 꿈꾸었던 것이기도 하다.
어느 날 잔느가 모딜리아니에게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눈동자를 그릴 것”이라고 답했다. 둘이 결혼생활을 시작한 얼마 후 그는 마침내 초상화에 잔느의 눈동자를 그려 넣게 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모딜리아니는 이 세상과 잔느 곁을 떠나고 만다.

조각가 자크 립시츠는 모딜리아니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예술작품은 모딜리아니 개인의 시선을 담은 결과물이다. 작업할 땐 마치 신들린 사람 같았고, 한번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데생을 계속했는데, 이미 그린 것을 수정하는 법도 없고 한 순간도 생각하느라 멈추는 법도 없었다. 곁에서 보기에 완전히 본능적인 확신과 넘치는 감수성으로 작업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의 이탈리아 기질과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애착이 그런 식으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립시츠의 표현처럼 모딜리아니 그림은 역동적인 생의 약동과 신비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모딜리아니라는 인물을 생각할 때면 차갑고 묘사적인 세계보다는 몽상과 시의 세계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모딜리아니와 그의 아내이자 모델이었던 잔느 에뷔테른(Jeanne Ebuterne)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이 세상 가장 슬픈 연가 중의 하나이다. 3년여의 세월 동안 그들은 열렬히 사랑했고 그 사랑에 기뻐하고 또 슬퍼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2004년 《모딜리아니》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역사상 화가 중 가장 미남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잘생긴 모딜리아니 주변에는 늘 여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후에 약혼녀가 된 잔느 에뷔테른은 다른 어떤 여자와도 달랐다. 잔느는 모딜리아니에게 그 어떤 계산 없이 순수한 사랑을 바친 유일한 여인이었다.
두 사람은 파리 몽파르나스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잔느의 우아한 자태와 잔잔한 미소를 보고 모딜리아니는 금방 사랑에 빠졌다. 준수한 용모의 모딜리아니가 사랑을 고백하자 수줍음 많은 소녀는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점차 열렬한 사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프랑스 중상류 가정인 잔느의 집안에서는 그들의 결합을 극렬히 반대했다. 모딜리아니가 14살이나 나이가 많았으며, 거기다 병약하고 술과 마약에 찌든 건달에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둘은 동거에 들어간다. 당시 모딜리아니가 33세, 잔느는 19세였다.

이후 그들은 지중해 연안의 코트다쥐르로 보금자리를 옮겨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잔느는 모델로서 모딜리아니의 작업을 성심껏 도왔다. 그녀는 평소 “죽어서도 당신의 모델이 되어 드릴게요!”라고 자주 말했다. 그러나 이듬해 모딜리아니의 건강이 악화되자 니스로 옮겼고, 거기서 잔느가 첫딸을 낳았다. 두 사람은 가난했지만 견딜 수 있었다. 잔느의 헌신적인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둘이 같이 사는 동안에도 모딜리아니의 괴팍한 성격과 행동은 이어졌다. 여전히 술과 대마초를 피웠으며 잔느를 폭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잔느는 모딜리아니와의 사랑을 거의 종교적인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녀에게는 모딜리아니와 함께 한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이었다. 이러한 잔느의 헌신이 있었기에 이 기간 중 모딜리아니는 잔느의 초상화를 26점이나 그리는 등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뱃속에 둘째가 생기게 되었지만 추운겨울에 난로조차 피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잔느는 친정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 모딜리아니는 잔느가 그리워질 때면 잔느의 집으로 가곤 했다. 커다란 집 밖에서 아무리 잔느를 불러본들 안에서는 아무 기별이 없었다. 잔느의 부모가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하도록 단단히 통제했던 것이다. 그럴 때면 모딜리아니는 문 앞에서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돌아가곤 했다.

1920년 1월, 건강이 악화된 모딜리아니는 여러 날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다. 이상하게 여긴 이웃이 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초죽음이 된 모딜리아니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1월 22일 파리 자선병원에 입원한 모딜리아니는 입원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 이렇게 그는 결핵성 뇌막염으로 36세의 짧은 일생을 마친다. 당시 잔느는 남편의 죽음을 몰랐다. 뒤늦게야 잔느는 남편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지막 만남을 시체 안치실에서 주검과 함께 가질 수밖에 없었다.
모딜리아니의 장례식은 1920년 1월 찬바람이 부는 어느 날 치러졌다. 그러나 부인인 잔느는 그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 전 날 잔느가 자신의 친정집 5층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의 뱃속에는 8개월 된 둘째아이가 있었다. 잔느의 부모는 그녀의 시신을 모딜리아가 있는 묘지가 아니 다른 곳에 묻었다. 가족의 앙금이 풀려 잔느의 유해가 모딜리아니 묘지에 합장된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영원히 하나가 되었다.
모딜리아니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1884년 7월 12일 리보르노(이탈리아)에서 태어나다. 1920년 1월 24일 파리에서 죽다. 이제 바로 영광을 차지하려는 순간에 죽음이 그를 데려가다.” 그 곁에는 잔느의 묘비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잔느 에뷔테른. 1898년 4월 6일 태어나다. 1920년 1월 25일 파리에서 죽다. 모든 것을 모딜리아니에게 바친 헌신적인 반려자.”

모딜리아니는 살아 있었던 동안 헐값에 작품을 팔아 겨우 생계를 연명했던 가난한 화가였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 후부터는 그의 작품이 비싼 값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2010년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소파에 앉은 누드 (Nu assis sur un divan)》가 6,900만 달러에 팔리며 화제를 모았다. 그의 또 다른 작품 《누워 있는 나부((Nu couche)》는 2015.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7,040만 달러에 낙찰돼 세계 미술 작품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비싼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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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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