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리포트, '속뜻' 파악하면 훌륭한 투자 참고서
목표주가·투자의견보다 '실적 추정치' 추이 주목
팩트만 걸러내 참고하고 가치판단 배제
[뉴스핌=우수연 기자] "우리나라 증권사 리포트는 객관성 측면에서 업자들 사이에서도 신뢰도가 없습니다. 리포트 대부분이 오른다고 하죠. 매수 일색입니다."
한때 국내 리서치센터의 개혁을 외치며 여의도 증권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한 전임 증권사 사장의 말이다. 증권업계조차 믿어주지 않는 주식 리포트라니. 그의 말대로 실제 국내서 매도 리포트 비중이 형편없었던 건 사실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각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발간 비중을 살펴보면 상위 14개 증권사에 모두 외국계 증권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나마 가장 많은 매도 의견을 낸 국내 증권사는 케이프투자증권. 이 또한 매도 리포트 비중은 1.3%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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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들은 정말 가치가 없는 걸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애널리스트들이 내는 리포트의 행간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정보 접근성 측면에선 외국계 증권사보다 서로 왕래가 빈번한 국내 증권사가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다만 표현이 우회적일 뿐이란 것이다. 애널리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속뜻을 파악한다면 국내 증권사가 발간하는 리포트야말로 훌륭한 투자 참고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사에서 리포트를 직접 작성하는 애널리스트, RA(리서치어시스턴트) 및 펀드매니저 등 기관투자자들에게 그 방법을 물었다. 물론 이는 일부 시장참가자들의 의견일 수 있다. 일반화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1. 투자의견·목표주가에 집착 말라
리포트에서 제시하는 투자의견은 인플레이션이 심하다. 대략적으로 '적극매수'는 매수, '매수'는 중립, '중립'은 매도로 생각하면 된다. 다만 주가에 큰 변화가 없는데 증권사에서 신규로 매수 의견을 낸 종목이나, 비중확대 의견을 처음으로 제시한 종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중립' 의견은 대부분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 '매도' 혹은 '비중축소' 정도로 통용된다. 투자의견은 '중립'인데 목표가를 올리는 경우는 상투일 수 있다. 반대로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 두 번 이상 목표주가를 떨어뜨린 경우는 주가 하락을 염두에 둬야 한다.
2. 목표주가는 실제주가를 후행한다
목표주가는 실제주가 흐름에 연동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뚝심 있는 애널리스트라도 주가가 치솟는데 나홀로 주가를 떨어뜨릴 수 없다. 따라서 목표주가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를 제시한 논리, 조정한 이유를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목표-실제주가 괴리율 공시 등 각종 제도를 강화하면서 애널리스트의 목표주가는 더더욱 시장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결국 실제주가와 뚝 떨어진 소신 있는 수치 제시가 어려워졌으며 목표주가의 의미는 한층 퇴색됐다는 전언이다.
3. 목표주가보다 실적추정치가 중요하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표는 바로 실적추정치다. 리포트에서 제시하고 있는 실적추정치의 흐름만 살펴도 애널리스트가 해당 기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에 관계없이 리포트에 제시된 실적추정치가 상향 조정된다면 모멘텀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반대로 하나둘 추정치가 꺾이기 시작한다면? 기업 어닝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4. 시장의 돈키호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컨센서스와 상반되는 투자의견이나 실적추정치를 내놓는 리포트가 간혹 눈에 띈다. 물론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를 외치는 용기는 칭찬받아 마땅하나, 그 논리가 빈약하다면 시장의 '돈키호테'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당국의 미공개정보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기업 IR 담당자들이 더 이상 애널리스트들에게 실적추정치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없다. 이는 개별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최근 간혹 경력이 짧은 애널리스트들이 실적 추정 과정에서 착오가 생겨 컨센서스와 동떨어진 수치를 내놓기도 한다. 애널리스트의 경력과 과거의 추정 적중률 등도 함께 점검해 보라.
또한 애널리스트가 한번 중립(매도)으로 잡은 뷰(view)를 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자신의 주장을 꺾기 위해선 그동안 본인이 주장해 왔던 논거와 밸류에이션 측정 방법 등을 모두 바꿔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매도 보고서를 내놓는 경우 이전까지 해당 애널리스트의 의견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라. 만일 강력한 매수를 외치다가 갑자기 매도로 돌아선 경우가 있다면 매도의 논거가 무엇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너무 올라서 밸류에이션이 비싸다는 식의 간단한 논리라면 곤란하다. 부정적 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더욱 강력한 근거가 필요한 법이다.
5. 팩트만 걸러내라
증권사 리포트에 눈에 띄는 새로운 정보가 있다? 이 정도는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이 알고 있는 팩트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는 사실만으로 섣불리 뛰어들지 말라. 해당 내용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가치판단에는 귀 기울이지 말라. 팩트만 취하고 그에 대한 가치판단은 스스로 해야 한다.
또 하나의 팁은 리포트에 보면 간혹 조건을 제시하고 해당 조건이 충족할 경우 목표주가를 조정하겠다는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2분기 중국 공장을 증축, 관련 매출이 가시화될 경우 목표주가를 조정하겠다'는 식이다. 이 경우 해당 조건은 실제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 내부자 정보로 의심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사안일수록 이 같은 표현을 빌려 우회적으로 언급하곤 한다.
6. 베스트 애널리스트, 특히 중소형사 베스트 애널 주목
베스트 애널리스트. 물론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실력만으로 선발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발은 매니저들의 투표로 이뤄진다. 물론 리포트의 정확성이나 적시성 등 정량적인 평가도 포함되지만 프레젠테이션(PT)나 마케팅 능력 등 정성적인 평가도 상당 부분 포함된다.
업계에선 대형 하우스의 경우 이 같은 정성적인 평가에서 매우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대형 증권사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도 뛰어나지만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선정된 중소형사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정성적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한 '실력' 측면에서 인정받는 연구원이 많다. 해당 업종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있고 시장을 선도하는 중소형 증권사의 베스트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