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보호예수 등 주관사 배정 기준 존재
대형사 중심 배정 아쉬워…"주관사 리스크 관리 차원"
[편집자] 이 기사는 4월 25일 오후 4시29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이광수 기자] "최상단 가격을 써냈는데도 못받았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는 작년 하반기 IPO(기업공개)의 대어로 손꼽혔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모주를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했다. 수요예측 참여 건수와 신청 수량을 따져본 단순 경쟁률은 295.63대 1. 높은 경쟁률탓에 실제 청약한 규모에 못 미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단 한 주도 배정을 못받게 되자 상당히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최근 IPO시장에선 넷마블게임즈와 ING생명 등 대형 IPO에 기관투자가들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지난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전날 공모가를 확정한 넷마블게임즈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대형 운용사들은 물량을 만족할만큼 받았지만, 일부 소형 운용사들은 청약 물량을 전혀 못받거나 아주 미미한 규모만 배정받게 되면서 주관 증권사들의 공모주 배정 기준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주관사 각자 배분 기준 있어…리스크 관리 차원"
공모주 배정 기준 논란은 주관 증권사가 공모 자금에 경쟁률을 나누는 식의 기계적인 물량 배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통용되는 기준은 있다.
첫째는 가격이다. 25일 넷마블게임즈의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제이피모간은 전날 넷마블게임즈의 공모가를 공모가 밴드(12만1000원~15만7000원)의 최상단인 15만7000원에 확정했다고 밝혔다. 공모가 상단인 15만7000원을 제시한 신청 수는 전체 1049건의 절반 가량인 526건, 상단을 초과한 가격을 제시한 곳은 250건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넷마블게임즈처럼 최상단에 공모가가 확정된 경우, 그 아래를 적어낸 곳은 배정받기가 힘들다고 보면 된다"며 "경쟁률이 240.74대 1이라고 하지만 최상단을 기준으로 자르면 실제로 물량을 배정받은 쪽 기준 경쟁률은 이보다 높지 않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대로 많은 물량을 써내도 공모가 밴드 중단을 써낼 경우 배정된 물량이 거의 없었을 확률이 높다.
보호예수기간도 물량 배정 기준의 주된 요인이다. 가격이 똑같다면 보호예수 기간을 길게 제시할수록 물량을 받는데 유리하다. 넷마블게임즈의 경우 6개월 보호예수를 제시한 경우가 3개월 보호예수 보다 2~3배 정도 많은 물량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또, 지원 기관이 제시한 펀드에 불특정 다수가 많이 참여했으면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특정 기관의 일임자산의 경우엔 배분 비율이 공모펀드 등에 비해서 불리하다"며 "불특정 다수가 투자한 펀드가 물량 배정에 유리하다. 이는 더 많은 이들이 공모주 혜택을 받기 위한 시장 룰"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물량 배분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있다"며 "증권사 입장에선 해당 물량을 오래 갖고있기보단 물량을 잘 소화할 수 있는 곳에 빠르게 배정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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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기관 중심 배정은 다소 아쉬워"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형기관에 편중된 물량 탓에 중소형 운용사나 자문사들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실제 한 대형 증권사 IPO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배분 기준이 다르지만 큰 기관과 작은 기관간 차별을 두는 경향은 관행상 있어왔다"며 "평소 기여도 등에 따라 큰 기관을 중심으로 배분하기도 한다"고 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작년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로 나선 두산밥캣의 경우 300억원 정도 미달이 났었다"며 "당시 한투가 300억 가량을 대형 운용사를 통해서 통째로 배정했는데, 중소형사에게 기회 자체가 오지 않은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또 기준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다보니, 해당 주관사와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으면 물량 배정에서 유리하다는 식의 루머도 흘러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실제로 개인적인 관계로 물량을 더 배정하는 경우가 아주 없진 않겠지만 그 차이가 크진 않을 것"이라며 "친하다는 의미가 개인적인 친밀도가 아닌, 해당 주관사에 사업적으로 좀 더 많은 기여 등을 뜻하는 것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부작용도 있다. 결과적으로 대형 증권사에 물량이 몰리다 보니 중소형 운용사에서는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많이 쓰는 습성이 생겼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써낸 물량보다 더 적게 배정될 것을 가정하고 능력 이상의 물량을 적어내기도 한다"며 "막상 원하는만큼 배정하면 해당 물량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간혹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해당 기관은 6개월동안 공모주 청약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결국 중소형 운용사들이 덩치를 키우거나 당국이 깊게 관여하지 않고선 현실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도 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이나 펀드나 규모가 큰 게 유리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결국 공모주를 담는 중소형사들도 규모를 키우려고 하는 것 아니냐. 규모가 작은 100억~500억대 공모주 청약시엔 불이익이 없지만 1조 이상 대형 청약에는 대형 운용사가 유리한 것이 현실이고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