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부장님, 그게말입니다” 소통막는 계급언어 ‘존댓말’

기사입력 : 2017년02월25일 09:00

최종수정 : 2017년02월25일 17:23

농경사회 공동체 생활환경의 산물…유교문화도 한몫
낯선사람 뭐라 불러야 할지 난감, 기준은 ‘오직 나이’
자신의 존대와 상대의 반말로 계급 형성, 수직의 굴레

[뉴스핌=김규희 기자] 우리는 질문하기 어려운 한국사회에 살고 있다. 어떨 때는 질문이 나에게 부메랑이 된다. 윗사람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하고, 때론 어처구니 없는 질문으로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럴 바에야 입닫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야!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에 내가 뭐라 답변하니?” (나이 많은 사람)

“아니 ‘야’라고 하실건 아니고요.” (나이 적은 사람)

“당신이 젊은 사람이니까 내가 좀 ‘야’라고 하는게 뭐가 나빠!” (나이 많은 사람)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헌법재판소 심판정을 나오는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김평우 변호사(72)가 한 언론사 기자에게 한 말이다.

우리말은 ‘높이는 말’이 발달했다. ‘반말’도 발달했다. 존댓말과 반말이 어우러지는 순간 계급과 위계질서가 만들어진다.

김평우 변호사는 젊은 기자를 눈 앞에 두고 ‘야’라고 외치는 순간 이미 언어적 계급이 형성됐다. 반말은 하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기자도 김 변호사와 같이 반말로 응대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안봐도 뻔하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

◆ 반말과 존댓말, 생활환경의 산물

우리는 연장자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보편적이고 현실적으로 접근해보면, 우리가 용인하는 범위에서 상하관계가 형성됐을 때 의사 소통 과정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어긋나면 충돌한다.

언어사회학자인 이병혁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우리말을 ‘마을공동체 언어’로 해석했다. 산업화 과정을 겪기 전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시기에는 생활의 터전은 항상 일정했다.

태어나면서부터 보고 자랐던 어른과 관계 속에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나 어법이 발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이제 과거 같은 좁은 생활권은 없다. 어린 사람이라고 해서 반말을 하는 경우도 과거보다 훨씬 줄었다. 같은 생활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지금의 생활권을 벗어날 수 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할 먼훗날 더 이상 반말이라는 언어체계가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때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 유교문화 속 ‘자발적 굴복’

김성수(40·가명)씨는 자기보다 어린 후배와 직급이 같다. 후배는 매번 자신에게 존댓말을 써왔지만 직급이 같아지고 나서는 반말을 섞어쓰기 시작했다. 김 씨는 그때부터 어디선가 새어나오는 불편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반면 회사의 상사가 자신에게 반말을 쓰지 않고 존댓말을 하면 오히려 불편해하기도 한다. 상사의 권위에 대한 ‘자발적 굴복’이 알게 모르게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리는 윗사람 말에 절대복종해야 하는 유교 문화에서 성장했다.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억압했다.

삼강오륜의 삼강은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를 규정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충성하고 존중해야 옳은 것이었다.

정도는 옅어졌지만 유교의 기본 강령은 오늘날까지 진리처럼 여겨져 내려왔다. 때문에 우리는 존댓말과 반말의 계급언어 체계에 속하는 순간 벗어날 수 없는 ‘수직’의 굴레에 갇히게 된다.

‘언어’는 그 사회의 체계와 문화를 나타내는 단면이다. 언어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사피어는 어휘와 문법 요소가 그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의 사고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우리말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슬프게도 ‘상하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재명 파기환송' 향후 재판 절차는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을 다시 받게 되면서 향후 절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1일 오후 3시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10(파기환송)대 2(상고기각) 의견으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소송기록을 서울고법으로 송부하면 배당 절차가 진행된다. 단 기존 2심을 진행한 재판부는 배당에서 제외되며, 재판부 배당 후 본격적인 심리가 재개된다. 재판부 배당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정될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식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025.05.01 yooksa@newspim.com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원심의 무죄 선고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환송한 사건이다. 대법원판결은 기속력(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뒤집을만한 중대한 증거가 새롭게 제기되지 않는 이상 파기환송심은 대법원판결 취지에 따라 심리를 진행하게 된다. 앞서 1심은 이 후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파기환송심에서도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당사자는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이 후보의 형이 확정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파기환송심 심리와 선고 자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파기환송심이 선고를 단시간에 낸다고 해도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온다면 이 후보가, 반대의 경우엔 검찰이 재상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상고이유서는 20일 안에 제출하면 되기 때문에, 이 후보가 재상고를 결정하는 상황이 온다면 최소 20일은 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고려했을 땐 이 후보의 형 확정은 '6·3 조기대선' 전까지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이 후보에 대한 유죄 확정이 대선 이후로 넘어가고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헌법 제84조'에 대한 논란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범위를 임기 도중 기소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당선 전 기소된 사안도 포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결국 이에 대한 해석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hyun9@newspim.com 2025-05-01 18:12
사진
과기부 "SKT 신규 모집 중단" 촉구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유심 물량 공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SK텔레콤의 이용자 신규 모집이 전면 중단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SK텔레콤에 해킹사고 발생에 따른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보다 강도 높은 해결책 추진을 촉구했다. 먼저 국민이 상황을 납득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일일 브리핑 등을 통해 현 상황을 국민 입장에서 쉽게 설명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토록 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해킹 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SKT 로밍센터에서 고객들이 유심교체를 위해 줄을 서 있다. 2025.04.28 choipix16@newspim.com 유심 교체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심 물량 공급이 안정화 될 때까지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자 신규모집을 전면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SK텔레콤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밝힌 일부 계층에 대한 유심보호서비스 일괄 적용 방안의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이번 해킹사고에 따른 이용자 피해발생 시 100% 보상을 책임지는 방안도 국민에게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설명토록 했다. 각계 소비자단체 등에서 제기하는 위약금 면제, 손해배상, 피해보상 시 입증책임 완화 등을 검토하고, 이용자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해 이행토록 했다. 최근 SK텔레콤의 잦은 영업전산 장애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 장애 발생시 즉각적인 상황공유와 신속한 복구를 통해 번호이동 처리가 지연되지 않도록 조치하도록 했다. 이달 초 연휴기간 출국자들이 공항에서 유심 교체를 위해 오래 대기하는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인력도 대폭 확대토록 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2025-05-01 16:2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