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준 기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10대기업(매출액 기준) 중 6곳이 외국계 헤지펀드에 이사회를 장악당한다는 시뮬레이션(가상실험)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14일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집중투표제 도입 시 이사회 구성 주요 기업의 시뮬레이션’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의 집중투표제 도입시 외국계 투자기관이 선호하는 이사 한 명을 무조건 이사회에 포진할 수 있는 곳은 10대 기업 중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이다.
또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가 도입되면 헤지펀드 등 외국계 투자기관들이 연합해 기업 당 3~5명 수준인 감사위원을 싹쓸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회사는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기아차, SK이노베이션, 현대모비스 등이다.

감사위원 선출 등 의결권 대결시 대주주 등 국내 투자자들은 3% 의결권 제한을 크게 받기 때문에 외국계 헤지펀드와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부자, 전략적투자자, 국내기관을 합한 지분율이 29.74%로 외국기관(28.67%)보다 많지만 의결권 3% 제한을 적용하면 17.48%로 줄어들게 된다. LG전자 역시 41.12% : 11.04%인 지분율 구도가 의결권 제한조치로 인해 9.47% : 11.04%로 변한다.
이에 대해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헤지펀드들은 최근 들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지분만을 확보하고 자기 사람 1~2명을 이사회 진출시켜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주요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하도록 해 주가를 올리고 차익을 취득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06년 칼아이칸은 다른 헤지펀드와 연합해 KT&G 주식 6.59% 매입했다. 당시 KT&G는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었고 칼아이칸은 이를 이용해 헤지펀드 측 사외이사 1인을 이사회에 진출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칼아이칸은 KT&G에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회계장부 제출, 자회사인 한국인삼 공사의 기업공개 등을 요구했다. KT&G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 2조8000억원 가량의 비용을 투입했다. 칼아이칸은 주식매각 차익 1358억과 배당금 124억 등 1482억 차익을 실현하고 떠났다.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보수적 계산을 위해 국민연금, 국내 기관투자자, 전략적 투자자가 모두 해당 기업을 지지한다고 가정했지만 실제로는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자 등이 해당 기업 편에 서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엘리엇 매니지먼트, 소버린 등 단기투기자본으로 알려진 기관투자자는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외국계 연합의 실체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이번 상법 개정안이 단기차익 실현을 경계하고 장기주식보유를 독려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추세와도 상반된다며 통과를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