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앞세운 지스타…볼거리·운영방식 숙제 여전
[뉴스핌=최유리 기자] 전 세계 35개국 653개(2719부스)기업 참여. 지난해보다 4.6% 늘어난 21만9267명의 일반인 관람객. 6.8% 증가한 1902명의 B2B관 방문 유료 바이어.
국내 대표 게임전시회인 '지스타2016'이 시작과 끝을 '역대 최대'로 장식했다. 성과에는 박수가 따라와야 하지만 민망한 '자화자찬'에 뒷맛이 썼다. 화려한 숫자와 달리 내실은 턱없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사춘기 문턱에서 12살 지스타는 여전히 유년기에 머물러 있었다.
'넥스타(넥슨+지스타)'라는 별칭을 지우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넥슨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400부스를 B2C관에 마련해 간판 역할을 맡았다. B2C관 1530개 부스의 1/4을 차지한다. 넥슨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관람객과 업계의 평이 쏟아졌다. 실제로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와 지난해 메인 스폰서를 맡았던 네시삼십삼분(4:33)을 비롯해 주요 게임사들이 지스타를 찾지 않았다.
<지스타 2016 현장 사진=넥슨> |
넥슨이 지스타에 물량 공세를 쏟은 것도 행사 자체의 위상보단 회사가 처한 상황과 관련이 깊다. 이른바 '진경준 게이트'로 위기를 겪은 넥슨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 준비 중인 신작을 총출동시켰기 때문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넥슨이 리소스를 많이 투자해 도드라진 부분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열기도 확실히 줄었고 넥슨 외에는 볼거리가 없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올해 지스타는 슬로건으로 '플레이 투 더 넥스트 스텝(Play To The Next Step)'을 내세웠다. VR(가살현실)·AR(증강현실), 모바일 등 진보적인 게임 환경으로 진화한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뜻을 담았다.
슬로건과 달리 운영 방식은 미흡했다. 특히 VR 게임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비해 시연 기기나 방식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스타조직위원회(조직위)와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함께 구성한 VR 특별관에는 수백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지만 20대의 PS VR 기기가 전부였다. 때문에 300여명으로 제한된 체험 신청은 1시간 만에 마감됐다. 헤드셋 등 기기 착용과 조작 방식에 대한 설명에 온라인·모바일 게임보다 긴 시간이 걸렸지만 체험 시간은 5~10분으로 제한됐다.
<VR게임을 시연 중인 지스타 현장=최유리 기자> |
한 관람객은 "VR 게임을 체험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기기를 착용하고 조작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에 대부분을 할애했다"며 "남은 시간마저 VR 게임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를 듣는데 써 실제 게임은 거의 해보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볼거리 부족과 변화를 담지 못한 운영 방식은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해마다 반복되는 한계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직위는 지스타 개최 전 기자간담회에서 "숫자를 목표로 두지 않겠다.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했지만 남은 것은 자기자랑식 숫자였다.
현장을 찾은 서병수 부산시장은 기자들에게 "내년에도 봅시다"라고 인사를 건넸지만 이를 위해 무엇을 할 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넥슨의 지스타, 부산의 지스타를 넘어 게임인 전체를 아우르는 축제의 방식을 고민할 때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