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A과장은 업무가 늦게 끝나 서울 집으로 퇴근하지 못하고 급하게 하루 1만원짜리 단기숙소 '아름관'을 찾았다. 방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신청 사이트에 접속, 다행히 빈 방이 남아 있다. A과장은 신청 버튼을 클릭, 결제까지 끝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23일 관가에 따르면,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길 위의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세종청사에서 앞선 사례의 A과장과 같은 공무원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루 수용인원이 102명인 아름관은 거의 매일 갈 곳 잃은 공무원들로 꽉꽉 들어찬다.
아름관을 운영 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평일엔 대부분의 방이 찬다"며 "월요일과 화요일은 방이 모자란 실정이고, 수요일과 목요일도 90% 가량 방이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 주말이 되면 (다들 서울로 가기 때문에)이용률이 많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A과장은 정부청사가 세종으로 이전하기 시작한 2012년 말부터 만 4년여 동안 아침 저녁으로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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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를 떠돌고 있는 세종청사 공무원은 A과장 뿐만이 아니다. 그나마 자녀들이 어린, 젊은 층의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가족 전체가 세종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조금씩 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비율은 채 절반도 안 될 것이란 게 관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녀가 중학생 이상 정도 되는 연배의 공무원들 중에서는 가족과 같이 세종에 내려온 경우를 찾기가 더욱 어렵다.
정부부처 한 공무원은 "나이 대로 보면 중학생 두고 있는 사람 나이가 40대라고 보면 40대는 반반. 그 위로는 더 안 내려와 10~20% 정도 될까 싶다"며 "적어도 내 주변 50대 가운덴 가족을 다 데리고 세종으로 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전했다.
그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통근버스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 62대가 매일 출퇴근 시간마다 부지런히 고속도로를 내달리고 있다.
세종시의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청사 공무원들의 세종 정착을 위해 통근버스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통근 공무원이 많은 현실에서 당장 버스 운행을 멈추는 것은 쉽지 않아서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통근버스 감축 당시에도 당초 예상보다 적은 소폭 감축에 그쳤다.
정부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이용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통근버스를 없애기란)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현재로선 통근버스 운행을 중단할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통근버스에 대한)만족도가 80% 정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정부부처만 세종에 뚝 떨어뜨려 놓은 탓에 공무원들의 피로는 길 위를 떠도는 시간만큼이나 차곡차곡 쌓여간다.
일례로 기획재정부 예산실 같은 경우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예산안 심사에 들어가면 오고갈 시간마저 없어 약 한 달여를 호텔과 모텔 등을 전전하며 서울에서 머물러야 한다. 그나마 예산안이 제 때 통과되면 그 기간이 한 달 정도로 끝나는데, 해를 넘긴 2013년처럼 국회 통과가 지연되는 경우엔 난감해진다. 연말 성탄절 성수기와 겹치면서 그나마 모텔조차 구하기 어려워진다는 것.
기재부 한 공무원은 "피곤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며 한숨이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 끝이 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애들이 커서 세종으로 못 내려오는 것이라면, 내려온 사람들도 나중에 애들이 크면 다시 서울로 가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한 공무원은 "세종으로 아예 내려온 젊은 층도 지금은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애들이 커서 중고등학교 가고 대학교 가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며 "대학 진학이나 취업 기회 등을 감안해야 할텐데, 실제로 주변에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 여건이 제일 큰 문제인데, 수능 수석이 나오기 전엔 (세종 정착은)어려울 것이란 말도 나온다"며 씁쓸해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