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몸무게, 가족관계 요구하는 기업도 여전
[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직원을 채용할 때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학력을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직무와 무관한 생년월일과 가족관계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응답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518개 기업 인사담당자 대상으로 '기업 채용관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1000인 이상 기업에서 학력과 자격사항을 가장 많은 비중으로 평가한다고 24일 밝혔다. 1000인 미만 기업에서는 학력보다는 자격사항을 높게 본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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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518개 기업의 신규 채용 조건.<자료=고용노동부> |
살펴보면 1000인 이상 기업은 신규 직원 조건으로 학력(43.8%)과 자격사항(43.8%), 인턴경력(20.8%) 순으로 응답했고, 300~999인 기업은 자격사항(50.9%), 학력(38.9%), 인턴경력(23.1%)라고 답했다. 50~299인 기업은 자격사항(50.9%), 학력(32.4%), 인턴경력(30.5%) 순으로 비중을 둔다고 응답했다.
자격사항을 많이 보는 업종은 건설업(65.2%)과 제조업(63.7%), 숙박·음식업종(69.7%)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업 규모가 클수록 다양한 스펙을 요구했다. 1000인 이상 기업 절반 이상이 학점과 어학점수, 인턴경력, 공모전 등을 필수로 요구했다. 사실상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선 학력과 학점, 어학점수, 인턴경력 등 소위 9대 스펙 대부분을 만족해야 하는 셈이다.
아울러 직무와 무관한 불필요한 인적사항 등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았다. 300~999인 기업 가운데 72.2%가 가족관계를 요구했고, 10% 이상이 키와 몸무게, 혈액형, 본적 등을 묻는 것으로 확인됐다. 50~300인 기업은 82.9%가 가족관계를 요구한다고 응답했다. 키와 몸무게, 혈액형 등을 요구한다고 답한 기업은 각각 13.6%, 10.2%로 집계됐다.
가족관계를 묻는 1000인 이상 기업도 62.5%에 달했다.
고용부는 스펙중심에서 직무 중심의 채용을 늘리기 위해 NCS(국가직무능력표준)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는 등 정부의 보완책이 시급해 보인다.
이에 대해 권기섭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기업이 관행적으로 요구하는 일반 스펙을 버리고 직무능력에 우선해 더 많은 지원자들에게 공평한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등 사회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면서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와 함께 대기업 인사담당자 대상 직무능력중심 채용을 실시해 공감대를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