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2년전 우려나왔어도 아직까지 현황 파악 안해
[뉴스핌=정연주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소기업을 줄도산으로 몰아넣었던 키코(KIKO·Knock-in Knock-out)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환헤지 목적으로 가입한 외환파생상품 '목표수익 조기상환 선물환(TRF·Target Redemption Forward)' 때문이다.
TRF는 원화 가치 상승(달러/원 환율 하락)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환헤지 파생상품이다. 통상 1년 만기,길게는 2년 만기로 계약한다. 가입시 현물 환율보다 20~50원 높은 수준에서 약정 환율이 결정된다. 약정환율 이하에 환율이 머물면 기업들이 이익을 보지만, 반대로 그 이상으로 상승하면 손실을 입게되는 구조다. 특히 이익은 제한되는 대신 손실은 무제한이다.
달러/원 환율은 2014년 7월 1000원 근처에서부터 지난해 3월 1120원대로 100원 이상 올랐다. 그해 4월 1070원에서 9월중 1200원까지 다시 130원 가량 올랐다. 이후 10월까지 1120원대로 내려앉았으나 다시 방향을 바꿔 최근 1230원대까지 올라섰다. 1년반 사이 200원 이상, 최근 1년새 150원 가량 올라 TRF에 가입한 기업들의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는 거다.
TRF와 관련된 또다른 우려는 감독당국의 늑장 대응이다. 이미 지난해 8월 이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최근에서야 실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25일 "일부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TRF상품을 재작년에 이어 작년 상반기에도 많이 가입했다"며 "계약에 따라 정도는 다르겠지만 최근 환율 레벨이 크게 올라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신한·우리·씨티·SC은행 등 국내외 은행이 작년 상반기까지 대규모로 TRF 관련 상품을 취급했다. 이 중 외국계은행은 여수신 비중이 적어 외환관련 파생상품 등 수익요인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왔다. 현물 환율 1020~1050원 수준에서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달러/원 환율이 박스권에 오래 갇혀있었던 터라 이를 의식한 상품 수요가 많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B 은행의 관계자는 "이 상품은 이익구간을 만들기 위해 손실구간을 무제한으로 늘려놓은 것이 문제"라며 "작년보다 상품 리스크 강도가 달라졌으며 실제 모 투자자문사는 이 상품으로 대량 손실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TRF는 예상과 다른 환율 상승시 손실에 제한이 없다. 100만큼을 거래했다면 이익을 보는 구간은 30으로 제한되지만 손실을 본다면 100 모두를 잃게 되는 셈이다.
파생상품 영업관계자는 "매월 균등한 금액을 결제해야 하는 시리즈물인데 통상 거래를 하는 업체는 일반적으로 매월 특정 금액의 결제물량이 유입되지 않아 어느순간 자체자금으로 조달해야 한다"며 "기업이 매달 손실을 인식하게 된다면 실무적으로 다소 오버헤지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키코 정도의 파급력은 아니겠지만 숨겨진 레버리지는 존재한다"며 "당국은 실수요 거래만 하도록 시스템화 했으니 문제 없다는 입장이겠으나 상품 자체 리스크를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과거 해외에서 TRF를 환투기 상품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며 "옵션이 있다는 것은 손익구조가 가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인데 환헤지를 명분으로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당국 관리도 도마 위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2년여 전 TRF 관련한 '제2의 키코' 우려가 나오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실수요 내 거래만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환율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가 커진 지금의 상황에서도 관련 상품의 현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은행들이 보유한 TRF 계약 잔액이 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제야 점검에 나선 것.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TRF 상품 거래시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지만 키코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긴 어렵다"며 "해당 상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밀하게 현황을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