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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출받고 트럭 팔아 건보료 내는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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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도 비판하는 건보료 부과체계…정부만 '뒷짐'

[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최근 서울의 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찾아왔다. 월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건보료가 계속 청구되자 자신이 처한 환경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아들이 질병을 앓고 있어 빚을 내서 건보료를 충당해 왔지만, 더 이상 대출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 직원이 "방법이 없다"고 밝히자 그는 흉기를 꺼내들고 "같이 죽어버리자, 책임자 나오라"고 소리쳤다. 담당 직원은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조금만 기달려달라. 부과체계가 개편되면 부담이 줄어든다"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을 국정과제로 제시한지 3년이 지났다. 관계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까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무슨 연유인지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소득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만 답할 뿐이다.

이 사이 위 사례같이 살려달라는 울분은 끊이질 않는다. 매년 건보료 민원이 6000만건에 달한다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 그만큼 현행 건보료 체계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실무자인 건보공단 직원들은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밝히고 있다. 흉기를 들고 찾아오는 민원인의 사유를 듣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라는 것이다.

건보공단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고객상담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대출과 생계형 트럭을 팔아가면서까지 건보료를 내고 있는 가입자들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다"면서 "잘못된 건보료 체계로 피해받는 가입자를 전수조사할 경우 최소 미납자의 2배 이상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개편작업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복지부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다양한 방향을 살펴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더 이상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대다수의 건강보험 전문가들이 올해 4월이 지나야 개편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 바로 국회의원 총선 때문이다.

복지부의 설명대로 시뮬레이션 결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수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 관계자들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 바로 이 '선의의 피해자'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공단 내부에서, 개편 결과만으로도 생계를 위협받는 저소득층은 대부분 구제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의의 피해자를 근거로 시간을 끄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건보료 체계가 개편될 경우 소득중심으로 재정비되면서 중산층 이상의 고소득자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이들의 '소중한 한 표'를 잃게 될까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이 혹시 오해에서 비롯됐다면, 복지부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견됐고, 해결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동안 잘못된 건보료 체계로 피해받은 국민들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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