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태희 기자] 정부가 보일러업계와 손잡고 진행하려 한 친환경 보일러 교체 지원 사업이 시작도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환경부가 2년째 관련 사업 예산을 따내지 못해서다.
이에 따라 매년 10만대씩 6년간 총 60만대에 달하는 친환경 보일러를 공급한다는 정부 발표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추진 의지도 없는 정책을 생색내기용으로 발표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일 보일러업계와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도 예산안에 친환경 보일러 교체 지원 예산을 한푼도 배정 받지 못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내놓은 '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서 올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 보일러 교체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보조금을 줘서 기존 질소산화물(NOx) 배출 농도가 높은 가정용 보일러를 저녹스로 보일러의 교체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2년째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 환경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9억5700만원을 보일러 교체 지원 사업에 쓰겠다고 올렸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이를 전액 삭감했다.
환경부 대기관리과 관계자는 "기존 추진 사업이 아닌 신규 사업은 예산을 따내기는 정말 어렵다"며 "환경부에서 내년에 9억5700만원을 보일러 교체 사업에 쓰겠다고 예산을 짰지만 기획재정부가 이를 전부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부에선 추진하려고 하지만 예산이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정부가 주춤하는 사이 서울시가 친환경 보일러 교체 사업을 대신 추진했다. 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내년 사업은 올해보다 소폭 축소될 전망이다. 관련 예산을 줄이고 목표량도 낮춰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에 보일러 교체 지원 예산으로 1억6000만원을 편성해 총 1000대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올해는 2억4000만원을 사용해 1500대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런 수수방관에 보일러사는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글로벌시장 흐름이 친환경 보일러로 이동하는데 국내 시장은 낙후돼 있어서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은 지난 1980년대부터 열효율이 높고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만 사용하도록 법제화하거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일러사 관계자는 "국내 친환경보일러는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갔는데 정작 국내에선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