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김기락 기자]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대폭 높임에 따라 경유택시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정부가 오는 9월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경유택시가 기존 액화석유가스(LPG)택시보다 유해가스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부 방침인 만큼,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도 정책 방향과 경유택시 시장성 등 실효성에 대해 물음표를 찍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자동차 및 LPG업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안이 경유택시 도입과 상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 대비 37%’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4개의 감축목표안, 즉 1안 14.7% 감축, 2안 19.2% 감축, 3안 25.7% 감축, 4안 31.3% 감축보다 강화된 수치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이미 도입이 결정된 경유택시 정책과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면서 오히려 기존 LPG 택시보다 탄소를 더 많이 뿜어내는 경유택시를 새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국토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 합의 하에 결정된 사항”이라며 “그 외 더 말할 수 있는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정부는 2013년 택시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5년 9월 1일부터 출시되는 ‘유로(EURO)-6’ 경유택시부터 연간 1만대에 한해 유가보조금(345.54원/ℓ)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업계 경영난 완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료 다변화를 추진한 것”이라며 “유로-6 환경성이 뛰어난데다, 경유택시를 강제로 도입하라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국에 경유차가 800만대 가량된다”며 “연간 1만대 수요를 다 채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경유택시, LPG 보다 유해가스 배출 훨씬 많아
문제는 보다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 유로-6를 적용한다 하더라도 경유가 LPG보다 유해가스 배출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실도로 주행 시를 기준으로 경유차(유로-6 기준이 적용된 그랜저)와 LPG차(K5)의 탄화수소 배출량(g/km)은 각각 0.034, 0.003다. 경유차가 LPG차보다 11배 더 많은 탄화수소를 뿜어내는 것이다. 또 일산화탄소는 경유차 0.133, LPG차 0.096로 1.4배, 질소산화물은 경유차가 0.176인데 비해 LPG차는 0.006로 무려 3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로 인한 연간 환경비용은 경유차가 20만7000원으로, 5만2000원인 LPG차보도 4배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경유택시 도입 논의 당시 택시가 일반 승용차보다 주행거리가 훨씬 길어 아무리 유로-6를 적용했다 하더라도 환경에 나쁠 수 있다는 우려는 관계 부처에 전달했었다”면서 “다만, 경유차가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만큼은 LPG보다 적게 배출되는 점과 연비가 뛰어나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라고 언급했다.
또 국토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과는 관계없이 각각 추진되는 것”이라며 “경유택시 도입 결정 당시 총리실과 환경부, 산자부 등의 동의를 모두 받았다”고 강조했다.
◆ 국내 완성차, “경유택시 도입 왜 하지?”…유럽선 경유차 규제 수위 강화 추세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는 경유택시 도입 자체가 회의적이라는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택시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이고, 제조 단가가 비싼 경유택시의 시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택시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LPG 택시 보다 생산 원가가 높은 경유택시가 얼마나 가격 경쟁력을 갖출지 의문”이라며 “택시 회사든, 개인이든 초기 구입 비용을 더 들여 경유택시를 구매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경유택시가 활성화되면 시장 상황에 맞춰 대응해나갈 계획”이라며 “택시로 많이 쓰이는 중형차에 어떤 배기량의 디젤 엔진을 적용할지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택시 시장은 연간 4만5000여대로,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 등과 함께 한국지엠의 쉐보레 올란도 LPG가 택시로 판매되고 있다. 르노삼성차도 SM5 택시를 판매 중이지만, 비중은 매우 적다.
정부의 경유택시 도입은 전 세계 친환경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최근 영국을 비롯한 각국의 정부가 경유차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프랑스의 경우 경유차를 친환경차 목록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로 했다. 디젤차가 많은 유럽에서조차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 파리는 오는 2020년까지 시내 전역에서 경유차 운행 금지를 추진 중이다. 영국 런던은 2018년부터 경유택시 신규 등록을 하지 않기로 했다. 홍콩은 이미 지난 2001년부터 경유택시 신규 등록을 없앴다.
경유택시 도입을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 효과도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본다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가 가장 적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현대차 쏘나타 2.0 LPI 택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2g/km이지만, 쏘나타 2.0GDI 하이브리드(16인치 타이어)는 91g/km다. 이 보다 적은 배기량의 i40 살룬 1.7 디젤(ISG) 120g/km로 나타나 경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