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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시간의 바깥, 현실 너머 풍경…'맨프럼어스(Man from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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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장윤원 기자]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 진짜일까? 우리가 기꺼이 현실이라 믿어왔던 것들, 우리가 만들어놓은 견고한 틀에 연극 ‘맨프럼어스’가 의문을 던진다.
 
연극은 역사학 교수 존 올드맨의 송별회로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전근을 결정한 존에게 동료 교수들은 무슨 일인지 꼬치꼬치 캐묻고, 존은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스스로를 1만4000년 동안 살아온 남자라고 주장하는 존의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면 어느새 우리의 세계가 부서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고고학자, 생물학자 등 이시대 지성들의 논리정연한 반박에도 불구하고, 존은 기억을 회상하는 것만으로 이들을 KO패 시킨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법한 역사적 위인들과 겪었던 평범한, 하지만 우리에겐 기상천외하게만 들리는 에피소드. 이 믿을 수 없고 매혹적인 이야기 속에서 신화와 전설의 민낯이 드러난다. 
배우 이원종의 프로듀서 데뷔작인 ‘맨프럼어스’는 동명 원작 영화(2007)를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를 먼저 접한 관객이라면 반전의 스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영화의 묘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접어도 좋을 듯하다. 스포일러(반전이나 결말 부분을 미리 아는 것)가 돼 있는 상태에서도 충분하다. 
 
연극의 가장 큰 강점은 텍스트 자체가 가진 흥미로운 마력에 연출진과 배우들의 힘이 200% 하모니를 이룬다는 점이다. 고정된 무대 위 최소한의 가구 이동, 조명 조절, 음향의 도움이 대사의 여백을 쫀쫀하게 메운다. 대학로와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보기 드물게 한자리 모인 점도 눈길을 끈다. 배우들의 눈을 통해 전달되는 클라이맥스가 텍스트 이상의 감동을 남긴다. 
 
주인공 존 올드맨 역은 배우 여현수와 문종원, 박해수가 맡았다. 1999년 MBC 28기 공채로 데뷔한 여현수는 드라마 ‘위험한 여자’ ‘TV방자전’,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 ‘서서 자는 나무’ 등으로 대중과 만나 왔다. 연극 출연은 이번이 처음인데, 기대 이상의 에너지와 섬세한 무대 연기를 보여주며 안정적으로 존 올드맨을 소화하고 있다.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오가며 탄탄한 내공을 증명한 문종원은 명불허전의 존재감으로 무대를 이끌어나간다. 최근 연극 ‘프랑켄슈타인’에서 피조물 역을 맡아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 박해수는 다음주 자신의 ‘맨프럼어스’ 첫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배우 김재건, 최용민이 반전의 키를 쥔 심리학 교수 윌 그루버 역을 맡는다. 이대연과 이원종, 손종학이 인류학 교수 댄을 연기한다. 미술사 교수 이디스에 서이숙 김효숙 이주화가, 고고학 교수 린다에 조경숙 이영숙이 출연한다. 생물학 교수 해리 역에는 정규수와 한성식이 더블캐스팅 됐다. 아트 역에 정구민 오근욱 백철민이, 샌디 역에 이주연(애프터스쿨) 박지나 강하람이 출연한다. 
 
내공 탄탄한 배우들이 모인 만큼 각 캐스트 별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무대를 볼 수 있다. 다만, 쟁쟁한 배우들이 주는 포만감 속에서 한가지 아쉬운 것은 샌디 역을 맡은 세 배우의 놀랍도록 어색한 연기. 애프터스쿨 멤버 이주연은 아직 본공연에 오르기 전이지만, 지난주 프레스콜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줬다. 세 신인 배우의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존. 그래서 자네, 희망을 믿나? 1만4000년을 살아오면서 인간의 비루함과 천박함과 덧없음을 수도 없이 봐왔다며. 그래도 인간이 성스러울 수 있다고 믿는 거야?”
 
댄의 질문에 불멸의 남자가 말한 답변은 연극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실과 진실, 논리와 기억의 한판 대결이 펼쳐지고, 희망의 가능성이 제시된다. 연극 ‘맨프럼어스’는 오는 2월22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한다. 만 13세 이상, 4만~5만 원.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사진 드림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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