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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관조와 공감의 줄다리기…세계 초연하는 '보이첵'

기사입력 : 2014년10월23일 09:44

최종수정 : 2014년10월23일 09:44

[뉴스핌=장윤원 기자] 게오르그 비휘너의 미완성 희곡 ‘보이첵’이 뮤지컬로는 세계 최초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뮤지컬 ‘보이첵’은 말단 군인 프린츠 보이첵과 그 아내 마리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보이첵은 사랑하는 마리와 아들 알렉스의 행복을 위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고군분투한다.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이 완두콩 생체 실험. 정해진 양의 완두콩 외에는 아무 것도 먹으면 안되고 정기적으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는 실험체가 되면서, 보이첵은 정신착란과 환영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중대장과 의사의 멸시와 조롱 속에서 아둥바둥 버티던 보이첵은 사랑하는 마리의 배신을 알고 파멸하기에 이른다.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 ‘보이첵’은 그가 사망한지 30여 년 지난 1879년 처음 세상에 나왔다. 공개된 이후 135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연극뿐 아니라 오페라, 음악극,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공연됐다.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뮤지컬 ‘영웅’, ‘명성황후’ 등으로 세계 무대 진출을 시도했던 윤호진 연출이 뮤지컬 ‘보이첵’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도만 다를 뿐 비슷한 색채의 감정선이 유지된다. 우울하고 가슴 아프고, 또 처절하다. 그럼에도 지루할 틈이 없다. 비극이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덤덤하게 흐르는 음악의 힘이 대단하다. (원작 대비)난해한 구석이 대폭 축소된 점과 서정적인 무대 그림도 몰입을 돕는다. 
 
극 중 보이첵은 요즘 같은 시대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비극적인 상황에 몰린다. 극단으로 치닫는 그의 모습은 무대와 객석의 거리감을 유지시키고, 관객을 관조자의 입장에 서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관조’하게 만드는 동시에 ‘공감’ 가기 때문에 작품의 비극성이 깊어진다. 
 
무대 위 등장인물들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보이첵, 한 순간의 유혹에 휩쓸렸지만 얼마 안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마리, 욕망에 충실하고 여자를 소모품으로 대하는 군악대장, 인간의 존엄성보다 한때의 유흥이나 과학의 진보가 먼저인 중대장과 박사 등. 보이첵과 마리를 향한 감정이입과 군악대장, 중대장, 박사가 만들어내는 현실성은 무대를 ‘남의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보이첵’은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의 횡포에 신음하는 개인의 모습을 다뤘다.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다룬다는 뷔히너의 의도는 극 중 인물들의 이름에서 잘 드러난다. 권력의 욕망과 억압에 스러져가는 ‘개인’으로 보이첵과 마리가 등장하는 한편 지배계급을 대변하는 군악대장, 중대장, 의사의 경우 직함만 있을 뿐 자신의 이름은 없다. 
 
원작대로 뮤지컬 ‘보이첵’은 권력과 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부당한지를 말한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의 끝에서 관객이 느끼는 것은 좌절이나 염세가 아니다. 마침내 자유로워진 보이첵과 마리의 결말이 보는 이들의 분노와 동정을 애절함으로 승화시킨다. 
 
보이첵 역으로 김다현, 김수용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이외에는 전 배역 원캐스팅이다. 배우 김소향(마리 역), 김법래(군악대장 역), 정의욱(중대장 역), 박성환(의사 역), 박송권(슈미티 역), 임선애(할머니 역), 김태현(쇼맨 역), 김영완(상사 역) 등이 함께 한다. 오는 11월8일까지 LG아트센터 공연. 만 15세 이상 관람.
 

 

게오르그 뷔히너作 미완성 희곡 ‘보이첵’, 뮤지컬로 재탄생
 
희곡 ‘보이첵’은 1821년 독일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실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41세의 이발사 요한 크리스티안 보이첵이 자신과 동거하던 여인을 칼로 찔러 죽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 독일 사회를 뜨겁게 달궈, 독일 학계가 보이첵의 정신상태를 두고 정상인지 아닌지 논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뷔히너는 보이첵의 정신이 아니라 그를 정신 이상자, 살인자로 규정한 독일 사회에 주목했다. 
 
1836년 뷔히너는 이 사건을 재구성한 ‘보이첵’이란 희곡을 집필하기 시작했지만, 1년 만에 2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결국 미완성작으로 남은 ‘보이첵’은 수십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첫 공개 이후 135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연극뿐 아니라 오페라, 음악극, 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보이첵’이 선보여졌다.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호진 연출은 ‘보이첵’을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지난 2007년, 영국의 그리니치 극장과 협력해 50여 팀의 영국 창작진과 접촉했다. 최종 후보로 오른 세 팀 가운데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잉 로인즈(Singing Loins)’가 발탁했다. 이후 8년 동안 수 차례의 퇴고와 총 세 번의 영국 워크숍을 거쳐 뮤지컬 ‘보이첵’이 완성됐다.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사진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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