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부 미완의 과제, 후세대에게 숙제로 남기다
- 온정주의와 편 가르기 행태가 확산되다 1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스포츠계의 파벌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러시아로 귀화한 후 소치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빅토르 안(한국이름 안현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감정은 대체로 냉철했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버림받고 다른 나라 국민이 된 빙상종목 선수가 그 나라의 영웅이 되어 조국에 한방 먹이는 반전드라마 같은 것이었다.
우리 국민들은 여느 때 같으면 조국을 배신한 인간이라며 치를 떨었겠지만, 안 선수에 대해서는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를 감싸주었다. 더욱이 안선수가 우리 스포츠계에 대한 추문을 폭로한 뒤에는 그를 동정하는 여론이 더 커졌다. 그는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스포츠계의 뿌리 깊은 파벌문제 때문에 조국을 떠나게 되었다고 밝혔다.
사실 우리 스포츠계는 그동안 여러 가지 말이 많았다. 실력 있는 선수보다는 줄을 잘 서거나 그렇지 않으면 윗사람 말을 잘 듣는 ‘예스맨(yes man)’이 득세하는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실력은 있어도 배경이 좋지 않거나 윗분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게 되면 기량을 마음껏 발휘 하지 못한 채 도태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비단 스포츠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된 어쩌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유난히 정(情)을 강조하며 또 정에 약하다. 그리고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연(緣)을 매우 중시한다. 그런데 이 ‘정(情)’과 ‘연(緣)’의 유산은 제대로 잘만 활용되었더라면 훈훈한 인간미가 넘칠 그런 유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것이 변질되고 남용되어 잘못된 온정주의와 파벌주의 유산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먼저 잘못된 온정주의 유산의 실상과 폐해를 알아보자. 지금의 중년들은 아날로그 세대이다. 이들은 합리적인 면보다도 감성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끈끈한 친분과 의리를 중요시 해왔다. 물론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정이 많은 사회이며, 덕분에 살아가는 맛이 나고 훈기가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투명하지 못하고, 일의 처리가 실력보다는 정실에 치우치는 관행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훨씬 더 강하다.
나아가 이 온정주의에 입각해서 사람을 평가하는 관행마저 고착화되어 오고 있다. 정이 많은 사람에 대해서는 그가 비록 실수를 하거나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의리가 있다’, 혹은 ‘융통성이 있다’라고 칭송한다. 반대로 합리적이거나 냉철한 판단력의 소유자에 대해서는 사뭇 비판적이다.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 ‘인정머리 없는 인간’ 또는 ‘냉혈한’으로 매도해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어떤 중요한 판단과 결론을 내려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업무를 처리할 때,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감정적이거나 온정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 경제사회가 성숙하는데 항상 걸림돌이 되어왔다. 다시 말해 지금 이 시대는 기준과 원칙에 따라 일처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온정주의는 적당한 선을 유지하면 사회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유지케 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을 넘어서면 문제가 발생하며, 또 그 특성상 대부분 선을 넘어서게 된다. 불합리를 눈감아 주고 소신을 말할 수 없게 되며, 다수 의견에 적당히 맞추어가게끔 유도하기도 한다. 결국 명철한 판단이 불가능해지며, 대충 때우고 넘기는 적당주의가 만연하게 된다. 이로 인한 비용은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온정주의와 편 가르기 행태가 확산되다 2에 계속)
*저자 이철환 프로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초빙위원
-현 단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재직)
*저서- 과천청사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선택, 14일간의 경제여행, 14일간의 (글로벌)금융여행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