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카스 맥주와 관련해 불편을 느낀 소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비맥주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카스 ‘산화취’와 관련 시정명령을 받은 지난달 26일 내놨던 공식입장이다. 오비맥주는 이날 제품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잇따르며 불거졌던 오비맥주의 해프닝은 이로서 마무리 되는 듯했다.
하지만 오비맥주의 '소독약 냄새 카스' 논란의 문제 본질을 무시한 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3일 경찰이 하이트진로 사옥을 압수수색하며 이번 소독약 냄새 논란과 관련 ‘루머’의 진원지 색출을 본격화 한 것이다. 이는 오비맥주가 지난달 6일 경찰에 루머 유포와 관련 수사를 의뢰했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오비맥주의 수사의뢰에 구체적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안팎에서는 공공연하게 경쟁사의 여론플레이를 의심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오비맥주는 공식 사과 이후에도 수사 의뢰를 철회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하이트진로는 유력한 용의선상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결국 ‘소독약 냄새 맥주’ 논란은 ‘맥주가 이상한 것 같다’에서 ‘누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냐’는 구도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오비맥주와 소비자의 논란이 오비맥주와 경쟁사의 갈등 구도로 바뀐 셈이다.
물론, 허위 정보를 악의적으로 유포하는 행위는 엄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것이 공정한 시장 아래서 경쟁하는 기업 대 기업의 관계 일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오비맥주에 있는 지적도 적지 않다. SNS 특성상 특정 메시지가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에는 이를 신뢰해도 될 만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오비맥주는 ‘소독약 냄새’라는 각종 여론에도 “인체에 무해한 일광취”라고만 해명했고, 이는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산화취’는 ‘일광취’와 달리 맥주 속 용존산소가 고온에 노출될 경우 산화반응을 일으키면서 생기는 것이다. 오비맥주는 업계에서도 맥주 속 용존산소 관리에 가장 허술했다. 그나마 용존산소 관리 기준을 낮춘 것도 식약처 조사가 본격화 8월 초부터다. ‘산화취’가 인체에 무해하다고는 하지만 오비맥주 내부적으로도 적절한 원인 파악과 정확한 해명을 하지 못했던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비맥주는 이번 하이트진로의 압수수색 이후 “우리는 소비자에게 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악성 루머와 관련해 경찰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업계 일각에서는 ‘소독약 냄새 맥주’ 논란을 ‘경쟁사의 악성 루머’로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는 중이다.
분명한 것은 소비자가 ‘카스’에 불안감을 갖게 됐던 것은 루머가 아닌 제품의 문제였고 이는 명백한 오비맥주의 과실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쟁사의 갈등구도로 흐르는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소비자는 아직 여전히 불편하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