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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의 일본읽기] 반도타로의 효도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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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고령화는 참으로 매서운 시대조류다. 가뜩이나 지난한 호구지책의 갈등풍경이 삶의 즐거움을 왕왕 앗아간다. 인간성을 상실한 패륜적인 뉴스도 잦아진다. 특히 한정자원을 둘러싼 분배갈등과 불협화음이 필요이상 심화된다. 비유컨대 상시적인 ‘세대전쟁’의 대결프레임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효도(孝道)와 자애(慈愛)는 설 공간을 잃었다. 그나마 내리사랑은 아직 건재하다. 문제는 치사랑이다. 효도부재의 시대고발이다.

효도가 힘들어졌다. 경제적 여유부족 때문이다. 격차심화 속 하류화가 심화되니 효도할 돈도 의지도 줄어든다. 와중에 현대․도시․핵가족화로 가족붕괴 조짐은 위기사태다. 가족관계 분절에 따른 고립감과 소외감의 호소급증이다. 장수천국 일본에선 과거에 없던 심각한 노인문제가 급부상하는데 그 유력혐의가 효도상실에 집중된다.

물론 효도는 어디까지나 집안문제다. 개인적이고 가정적이며 주관적인 프라이버시다. 효도의 외부개입은 근거도 유인도 별로 없다. 효도(부모봉양)하면 절세해주는 개인대상 세제혜택은 있어도 기업단위 효도수혜 장치제도는 없다. 무엇보다 경영과 효도는 접합점이 거의 없다. 직원효도와 실적향상의 연결고리는 차후의 검증과제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효도경영이 화제다. 효도의 경제 및 경영적인 합리성과 효율성의 강조다. 관련된 지면투고와 세미나가 부쩍 늘었다. 일부 경영학자도 효도경영의 부가가치에 주목한다. 탐욕의 금융위기 이후 물질추구보다 정신(마음)변수를 챙기려는 변화조류와 맞물린다.
효도실천이 경영성과를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부모를 위한 감사조차 없는 직원이 고객과 사회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근거다. 선두사례는 ‘반도타로(阪東太郞)’다. 수도권북부 키타칸토(北關東)가 거점인 일식 레스토랑이다. ‘반도타로’와 ‘카츠타로’ 등 70여개 점포를 보유했다. 회사는 효도를 경영이념으로 내건다. 효도실천을 직원의무로 삼아 ‘효도회사’로도 불린다. 효과는 만족스럽다. 의외로 다양한 기대효과 덕분이다. 포인트는 ‘효자직원→성과향상’의 연결논리다.

출발은 효도지만 파급효과는 고객만족으로 이어진다. 원래 지방상권이라 회사지명도는 낮은 편이다. 다만 효도경영으로 시골상권을 지배한 게 알려지면서 주목을 끌었다. 주로 3만~5만명의 소도시에 출점하지만 단골손님의 로열티가 상당하다. 점포마다 월평균 1,000만~1,800만엔의 매출을 자랑한다. 평균 객단가(1,300엔)를 감안하면 월 8,000~1만5,000명의 고객이 찾는다는 계산이다. 해당지역 4~5명 중 1명은 매달 여기서 밥을 먹는 셈이다.

이 회사 아오야 요지(靑谷洋治) 사장의 효도관은 “부모가 자랑할 수 있는 자녀가 되는 것”이다. 효도판단의 근거가 자식이 아닌 부모다. 즉 부모가 인정하는 효도가 관건이다. 돈을 넘어 건강하고 활기차게 가족을 챙기고 주변을 웃게 하는 자녀가 포인트다. 이게 반복되면 주변에 자연스레 감동전파가 가능하다. 이때 주변은 식당고객 혹은 동료․지역주민이다.

효도직원은 손님지지를 얻기 쉽다. 주변이 즐거워지도록 성심성의껏 행동하는 첫 단추가 부모효도일 수 있어서다. “효도집단이 되자”는 슬로건은 근무형태에 그대로 투영된다. 효도가 늘 거론되니 자연스레 인생과 행복․가치 등의 관념어가 공유된다. 함께이기에 닮는다고 직원은 즐겁게 일하고 고객은 진심을 느낀다. 직장공동체의 실천이다.

회사의 효도의무는 구체적이다. 대표적인 게 초임용도다. 사회진출로 얻은 생애최초의 월급은 효도실천을 위해 부모에게 사용하도록 했다. 이때 일거수일투족을 회사가 지도한다. 매년 4월의 신입사원 합숙연수에서 세세하게 가르친다. 감사코멘트와 발언자세 등을 롤플레잉을 빌어 연습시킨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표현하기 힘들어 결국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초월급을 받은 1개월 후 사후보고를 받는다. 월급으로 어떤 효도를 했는지 발표․공유한다.

이때 회사가 사전에 직원부모에게 의뢰해 받은 편지도 공개․발표된다. 분위기는 눈물바다다. 엇갈리기 쉬운 부모․자녀관계를 다잡을뿐더러 서로를 향한 깊은 애정을 재확인하는 자리다. 이후 자녀는 부모를 생각할 수밖에 없어진다. 처음엔 강제적 효도였던 게 점차 자발적 마음자세로 확고해진다. 추가적인 효도목표도 생겨난다. 더 열심히 일하는 동기발현이다. 부모를 향한 자녀의 감사표현 기회란 그만큼 값진 성과다.

전체직원과 관련지인이 모두 참가하는 궐기대회(?)도 매년 연다. 그날은 휴업한 후 1,000명 이상 참가하니 회사로선 비용부담이 상당하다. 그래도 “영원히 개최할 것”이란 입장이다. 효도마음을 확인․공유함으로써 얻어지는 무형이익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효도의 힘이다.

효도경영의 성공배경은 결국 ‘인간력(人間力)’의 강조다. 식당이 1순위에 놓게 마련인 메뉴나 인테리어․입지여부는 부차요소다. 실제 이 회사 메뉴는 특별난 게 없다. 말 그대로 대중요리다. 다만 서비스의 질은 확연히 다르다. 효자가 부모를 모시듯 정성이 가득하다. 스스로 ‘어머니의 손맛까진 몰라도 마음만큼은 어머니 입장에서 만들 것’이란 안내문을 지킨다. 밥은 개별점포에서 직접 정미해 짓고 농약은 최대한 거부한다. 시간이 걸려도 생고기는 장기간 숙성시키는 게 필수다. 평범한 음식이 효도양념을 만나 특별해지는 구조다. 절대지지와 독점파워는 그 결과다.

주변에서 불안을 호소하는 이가 요즘 크게 늘었다. ‘불행사회’의 본격개막인 듯해 안타깝고 아쉽다. 일본도 1990년대 복합불황 이후 정신적 불행․불안감을 호소하는 이가 급증했다. 더불어 우울증과 자살률 등 폐색적인 감정붕괴가 적나라해졌다. 가족해체는 자연스레 늘어났다. ‘곁’이 사라지면서 남을 위한 배려감과 공존감은 공고했던 공동체주의를 순식간에 허물어버렸다. 특히 회사공간은 첨예한 대결공간의 축소판이 돼버렸다.

노인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장수천국 일본에서 최근 과거에 없던 심각한 노인문제가 급부상중인데 해결카드는 마뜩찮다. 이때 효도부활은 적어나마 기업은 물론 사회전반에 해결활로가 될 수 있다. 세대갈등의 근본뿌리야말로 희박해진 효도의식이 한몫해서다. 세대초월의 상생조화가 현대사회의 갈등불씨를 삭힐 수 있다는 얘기다. 서로를 문제유발자가 아닌 협력조화자로 인식할 때 갈등사태도 줄어드는 법이다. 그 출발이 치사랑의 효도가 아닐까 싶다.

*프로필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일본 게이오(慶應)대 경제학부 방문교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연구교수
-한양대 국제(경제)학 박사
-한국경제TV ′머니로드쇼 재테크 파노라마′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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