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마케팅에서 내가 점점 견디기 어려워진 것은 이처럼 부풀려진 환상을 하부로 계속 주입시켜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엔 감동과 열정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욕심으로 변해가는 욕망의 주입이 다운들에게 끝없이 되풀이 된다.
그 다운들은 또다시 그 아래의 다운들에게. 시스템의 하자가 없고 제품이 탁월해 이런 욕망의 복제는 별 반성 없이 지속된다. 욕망을 벽돌 찍듯 찍어내고 확대 재생산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의 끝없는 반복. 그 과정에서 똑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무한정 되풀이해야 한다는 것. 그 끔찍함.
또 하나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그곳 사람들이 입에 주술처럼 달고 다니는 말이었다.
"포기하지 마세요”
“지금 포기하면 영원히 후회할 거예요”
“손을 떼다니요. 지금이 타이밍예요. 지금이 뛰어들 마지막 찬스예요”
...많이 듣던 말이었다.
“지금이 주식을 가장 싸게 살 마지막 찬스예요”
사고 나면 다음 날 주가가 빠지고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사이 더 떨어지고, 결국 아까운 시간만 탕진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묶여버린 상황들. 그 징그러운 늪. 언어 폭력. 자본주의의 덫. 제국. 그런 면에선 내가 그토록 빠져나오고 싶어했던 아사리판같은 객장과 무서울 정도로 유사한 음모 같은 것이 있음을 깨달았을 땐 이미 손도 몸도 결박당해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런 황당한 덫에 연계되어 아내까지....
이렇게 삼중사중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어느 것 하나 거두지 못하고 뒤치닥꺼리만 하다 보니 심신이 말이 아니었다. 재고와 적자는 쌓이고 대출금과 부채는 늘어나고, 파출부가 꾸려나가는 살림은 예전과 맛이 다르고, 월급은 꼬박꼬박 주어야 하고, 포인트는 매달 맞춰야 했다.
거기다가 폭락하는 주식, 받으면 툭툭 끊는 전화, 엄마를 찾으며 울먹이곤 하는 아이들.....정신이 어찔어찔했다. 하지만 이미 탄력받은 글쓰기, 아니 그보다도 나보다 더 부서져버릴듯한 아내에 대해 끝 없이 흘러나오는 봇물 같은 것, 아니 뭐라 형언할 수 없이 가슴 속 두터운 지층을 째고 정갈하게 솟아오르는 샘물 같은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힘이 부칠 때마다, 아니 힘이 부칠수록 오히려 더, 내 안에 남아있는 에너지가 한곳으로 몰리면서, 모아진 그 지점에서 터질듯 팽창하면서, 글이 되어 줄줄 흐르는 것이었다.
10.30. 점심 시간. 앙카라 공원에서
이 가을에
십 년의 시간이 한꺼번에 지났다
바람은 응축되어 휘몰아치고,
단풍은 피자마자 시들어버렸다
첫 추위가 기승을 부린 오늘,
바람이 낮게 흐른다
태양빛을 실은 공기가
머플러처럼 감긴다
가을이 이토록 입체적으로, 전면적으로,
내게 침투해온 적이 있었던가
노란 은행잎,
나무에 몇 안 남은 모양이
나이 먹어가는 고아처럼 애처롭다
앙카라 공원에
어딘지 모르게 들려오는 새소리들,
새가 듣는 다른 새소리들
가을 속에서
가을의 입자들을 만난다
참 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