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 안에 있어서 그렇지 멀리서 보면 아름다울 수도 있는 일이예요.”
“어떻게 당사자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저도 부인 마음하고 똑같아요. 제 가슴도 찢어지는 것 같아요. 잘 아시죠?”
“예, 알아요”
“저도 저번에 부인 전화 받고 처음 알았어요. 그날부터 지금까지 잠 한숨 못 자고 있어요”
“예.....”
“지금이 어쩌면, 우리들의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또 가장 중요한 시간인지 몰라요”
“그렇긴 해요. 근데 너무 힘들어요”
“부인도 옛날에 첫사랑이라든가 누굴 굉장히 좋아하던 경험이 있을 거예요. 저도 그런 적 있어요. 그때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건 다르죠. 지금 와서 이러는 건 미친 짓이예요”
“맞아요.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예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리 크게 봅시다”
“.........”
그녀의 목소리에 다소 생기가 돌았다. 우린 꽤 오랜 시간을 얘기했다. 어두컴컴해지는 실내. 그 한구석에 스탠드 불빛이 켜지듯, 검은 전화통 주위로 화사한 빛이 감도는 느낌이었다. 그녀와 나, 두 대의 고통의 전화기 사이에 멀고도 긴, 소통의 파이프라인이 생겼다. 우리는 동일한 고통과 절망을 공유함으로 인해, 적은 말로도 깊은 이해의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첫사랑이예요. 저도 최근에 알았어요. 둘 다 삶에 지쳐 있다가 아주 오랜만에 스치듯 만나 잠시 불이 붙은 것뿐이예요.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면, 멋지다고 감탄할 장면일 수도 있어요”
“말이야 그렇죠. 어떻게 그런 말이 쉽게 나오죠?”
“말은 이렇게 해도 가슴은 아파요. 아시죠? 그리고 부인 남편도, 좋게 보면, 용기가 있다고도 말할 수 있어요. 아무나 그렇게 못해요”
“아내를 사랑하시나요?”
“예”
“아내가 그렇게 해도, 아내를 사랑하세요?”
“제 아내가 부인께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주었지만, 그런 사람은 아니예요. 뭔가 갑자기, 우연히 꼬여버린 거예요. 부인 남편도 마찬가지구요. 어떻게 보면, 우린 모두 시간의 피해자인지도 몰라요. 그리고 아내에 대해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뭔가가 남아있어요”
“이해하기 어려워요”
“남편이 돌아올 자리를 만들어 두세요. 남편은 돌아올 거예요. 자리가 없으면, 돌아오고 싶어도 어려워 할 거예요. 밖으로 더 튕겨나갈 수도 있구요. 늦게 돌아올 때마다 깨끗한 이불을 깔아두세요. 그리고 너무 많이 따지지 말아요. 견디기 어려우면, 저에게 전화 주세요. 같이 견뎌 나갑시다. 아이들 문제도 있고, 중요한 얘기예요”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네요”
“계속 밀고 나가셔야 해요. 언젠가 이번 경험이 부인 인생에도 힘이 될 날이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