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9. 밤 2시, 집에서
초등학교 2학년 때인 것 같다. 그때까지 난 형을 영석이라고 불렀다. 엄마가 아무리 형이라고 부르라 해도, 영석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갑자기 형이 형으로 느껴진 어느 날, 형이라고 부르고 싶은 충동이 꽉 차올라, 골목을 따라다니며 형, 형, 형아, 형아.......수백 번 부르며 졸졸 쫓아다닌 적이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형이다.
내가 당신을, 연애할 때의 습관대로 ‘너’라고 불러온 것에 대해, 결혼 초엔 익숙하다가 얼마 지나서는,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너’가 주는 울림보다 ‘자기’나 ‘당신’이 주는 울림이 강한데도 난 당신을 너라고만 불렀다. 가끔 ‘당신’이라 부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 때에도, ‘너’라는 습관을 못 벗어나 포기하고 말 때가 많았다. 난 그렇게 못난 놈이다. 당신을 ‘당신’이라고 부르는 가슴속에 아린 진동이 생기며, 당신의 맛을 느낀다. 이제부터 세상의 골목을 누비며, 당신, 당신, 아, 당신이라 부르며 다니겠다.
10.19. 새벽 5시, 집에서
화가와 시인
1.
아내의 가슴에 화실이 있다
아내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다
꽃향기 흐르는 숲이나 바닷가 송림
그런 아름다운 곳이 아니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정한 말,
따스한 미소 속에
아내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다
동네 슈퍼에서 재미있는 얘기만 들어도
어느새 붓과 물감이 준비되어
쓱쓱 수채화를 그리는 것이었다
상큼한 표현과 재기 넘치는 화술,
윤기 흐르는 감성의 빛깔 그대로
하얀 화폭에 화사한 그림을.
2.
아내는 화려한 화가만은 아니다
외진 방에 혼자 있는 시간 많고
같이 놀아줄 새장의 새 한 마리 없고
기다리는 사람 오지 않고
기다림에 지칠 때야 겨우 오면서도
기다림을 무색케 하는 남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