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이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선안을 전면 유보했다. 지난 15일 이 개선안을 내놓은지 불과 13일만이다.
개선안에 담긴 총장추천제가 삼성의 의도와는 달리 예상치 못했던 논란을 불러오자 발빠르게 새로운 채용제도를 원점에서 고민하기로 한 것이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28일 오전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전혀 생각지 않았던 논란이 생겨나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은 결정을 밝혔다.
이 사장은 "학벌·지역·성별을 불문하고 전문성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한다는 '열린채용' 정신을 유지하면서 채용제도 개선안을 연구,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삼성의 올해 채용은 작년과 동일한 기준으로 운영되게 됐다.
사실 삼성의 이번 채용제도 개선안은 순수한 의도에서 출발했다.
한해 20만명이라는 취업생이 몰리며 '삼성 고시'라 불릴 정도로 부작용이 커진데 대해 개선할 방법을 찾고 한 것이 시작이다. 더불어 삼성에 맞는 준비된 인재를 교육 현장의 전문가를 통해 발굴해 보자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의도가 없었다.
특히 삼성의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감이 없었다면 이번 채용제도 개선안은 내놓을 필요도 없었던 부분이다. 민간기업인 삼성에게 인사절차는 고유한 권한이라는 점에서 '열린채용' 기조를 버리고 학벌과 스펙 위주로 인재를 뽑아쓰면 그만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삼성은 그동안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사교육의 폐해가 속출하는 상황을 오랜 동안 고민하며 개선안을 내놨다. 삼성 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채용제도의 부작용을 여러차례 호소하면서 "개선할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는 의견을 안팎으로 구하기도 했을 정도다.
이번에 논란을 불러온 총장추천제도 오해가 크게 작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
총장 추천은 곧 삼성의 입사라는 오해가 부풀려졌고 대학 줄세우기, 지역차별, 성차별 등의 논란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이공계 인력을 가장 많이 필요로하는 삼성에겐 억울한 면도 컸다.
이 사장은 "어떤 제도든 취지가 좋다고 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면서 "당초 총장추천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스펙이 아닌 지원자의 희생정신, 인성 등 우리가 찾지 못하는 부분을 학교에서 찾아달라는 게 핵심"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삼성의 이번 채용제도 개선안 유보 결정으로 기존 채용제도의 문제점은 고스란히 남게 됐다.
시중 서점가에 300종 넘게 넘쳐나는 SSAT(삼성직무적성검사) 수험서는 그대로 명맥을 유지하게 됐고, 삼성 고시에 대비한 사설학원과 캠퍼스 특강 등 사교육 시장의 팽창도 막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더이상 삼성만의 삼성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사기업을 너무 공기업처럼 인식하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