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 골프용품업계가 뒤죽박죽이다. 신제품을 내놔도 반짝하다 만다. 되는 게 없다. 죽을 맛이다.
불황이다 보니 ‘비싸야 잘 팔린다’는 말도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은 지 오래다. 클럽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신제품이 나오기만 기다리던 골퍼들이 1년 아니면 2년 이상 사용하고 있는 클럽을 그대로 잡고 있다. 교체하지 않는 것.
불황의 골은 이미 깊어졌는데 용품업체는 고가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전보다 가격을 많이 내렸다고 하지만 드라이버 하나에 70~80만원에서 1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아이언 세트도 마찬가지다.
실례로 캐디백의 경우 옷가방 포함해 20만 원 대에 만들어진다. 이것의 소비자가격은 60만 원 대가 된다. 중국이 아닌 경기도 용인의 한 캐디백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직도 골프용품업체는 비싸야 대접을 받는다는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 유명 브랜드 골프클럽업체는 그동안 한국이 황금시장이었다. 비싼 클럽이 잘 팔린데다 교체주기도 짧아 가장 매력 있는 시장이었다. 한마디로 한국골퍼가 ‘봉’노릇을 했다.
한국시장은 세계 4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일부 유명 브랜드 업체는 신제품 발표회를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가졌다. 대리점 체제로 운영되던 것을 지사로 돌린 것도 ‘장사’가 됐기 때문이다.
불황이 장기화되다 보니 유통구조는 더 엉망이다. 대리점에서 팔리고 있는 클럽이 인터넷에서 싼 가격이 팔린다. 소비자가 가격을 신뢰할 수 없는 유통구조다. 소비자는 어떻게 구입해야 잘 하는지 헷갈린다. 가격 거품이 유통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똑같은 제품도 대리점에 따라 가격차가 크다. 대리점에 준 마진폭이 높기 때문이다. 골프용품 수입업체는 잘 팔리지 않으니 대리점에 큰 마진을 준다. 대리점은 워낙 영업이 안 되니 마진을 적게 먹더라도 팔고 보자는 식이다. 여기서 가격차가 생긴다.
철 지난 제품은 덤핑으로 나와 시장을 또 한 번 어지럽게 한다. 유명 브랜드도 시즌이 지나면 밀어내기 식으로 덤핑을 친다. 신제품이 국내의 봄과 가을 시즌을 겨냥해 나오기 때문에 밀어내는 물량은 더 많아졌다.
여기서 중국에서 만든 ‘가짜클럽’까지 가세해 시장은 그야말로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혼탁하다.
이제 소비자도 클럽헤드 하나에 얼마나 하고 샤프트 하나에 얼마 하는지 대충 알고 있다. 또 유명브랜드도 중국에서 주문자상표(OEM)으로 만들어진다는 것도 안다.
골프용품의 가격 거품을 빼지 않는 한 엉망인 유통구조도 바로잡을 수 없다. 착한 가격만이 불황의 파고도 넘을 수 있다.
골퍼를 ‘봉’으로 생각하는 마케팅에서 벗어나는 게 살 길이다.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