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최태원 SK 회장 공판에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통화녹음을 두고 재판부가 강한 불신을 드러내 주목된다. 특히 이날 최 부회장과 김 전 고문이 올들어 수시로 접촉했다는 점은 이같은 불신의 단초가 될 전망이다.
김 전 고문은 이번 공판의 핵심인 SK그룹 펀드자금 설립과 무단 인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이다.
1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최 회장 형제 등에 대한 배임·횡령혐의 관련 공판에서는 김 전 고문과 최 부회장의 두 번째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녹음 파일 공개는 지난 11일 14차 공판에 이은 것으로 2011년 12월 8일 최 부회장이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났을 당시의 통화다.
이번에 공개된 통화 녹음에는 최 부회장이 SK그룹 펀드자금 인출에 대해 알지 못했고 펀드 운용을 맡았던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 고문이 최 부회장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은 “자기(김 전 대표)가 단독으로 하는건데 죽을 것 같으니 물고 늘어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며 “어찌 보면 머리가 좋은 거다. 나중에 나와서 ‘내가 그때 무서워서 그랬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그러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최 부회장은 펀드자금 인출을 몰랐냐는 김 전 고문의 질문에 “제가 신경 쓰는 스타일도 아니고, 아마 450개(450억원) 했다는 얼핏 이야기한 것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준홍이가 저한테 얘기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고 답했다.
최 부회장은 이어 “그때그때 이야기하니 알 수가 없다”며 “‘제 이름 뭐 돼있어 갚겠습니다’고 하면 ‘뭐 해라’라고 대답하면 그때 설명을 하는데, 내가 다 알지도 못했고 알 수도 없고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가 단독으로 펀드자금 인출 등의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최 부회장 등을 끌어들여 혐의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지금까지 김 전 대표가 증언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실제 이 통화내용을 듣던 김 전 대표는 이날 피고인석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다만, 이 통화녹음이 최 회장 형제에게 유리한 증거가 될지는 미지수다. 재판부가 이 통화 녹음에 적잖은 불신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문용선 부장판사는 “이날(2011년 12월 8일) 녹음했다면 이해가 안된다”며 “김 전 대표는 그당시 피고인의 입장에서 자신이 모든 범행을 주도했다고 검찰에 진술하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김 전 대표가 SK 변호인 등과 함께 혼자 뒤집어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던 만큼 최 전 부회장과 김 전 고문이 책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녹음한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녹음한 뒤 그날 한 것처럼 속이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같은 재판부의 의심은 최 부회장이 최근까지 김 전 고문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 짙어지는 분위기다.
이날 최 부회장은 지난 14차 공판이 끝난 다음날인 지난 12일 대만에서 김 전 고문과 만났다고 밝혔다. 특히 항소심이 진행 중인 최근까지 수시로 만나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최 회장 측은 헌법재판관 등을 역임한 이공현 변호사를 신규 선임했다. 특히 기존 항소심 공판에서 최 회장의 변론을 맡아온 법무법인 태평양 측 변호인은 모두 출석하지 않아 사실상 변호인단의 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SK그룹 관계자는 “항소심 막바지지만 최 회장의 무죄 입증을 더욱 집중하기 위해 이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