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 30대 후반의 한 증권사 섹터 애널리스트 ㄱ 씨. 한 기업에 다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직업을 바꾼 그는 최근 부쩍이나 한숨이 늘었다. 업황 불황으로 앞자리 숫자가 내려간 연봉 계약서에 사인을 했기 때문이다. 연봉 삭감된 애널리스트가 한둘이 아니지 않냐며 체념했다.
# 30대 초반의 증권사 애널리스트 ㄴ씨는 최근 비영리 공익기관으로 직장을 옮겼다. 2년여간 RA(보조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자기 섹터를 맡아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지 채 6개월여 만이다. 애널리스트에 비해 화려하지 않고 급여도 적지만 덜 힘들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한 데 만족한다.

증권가에 불어닥친 한파가 '증권사의 꽃' 애널리스트를 울게 만들고 있다.
한때 천정부지로 치솟던 애널리스트 임금이 업황 부진으로 동결되거나 삭감되고 있다. 증시가 호황기일 때 증권사들이 베스트급 애널리스트를 영입하기 위해 억대 연봉을 제시하던 때와는 사뭇 달라졌다. 일부 증권사는 인원 구조조정 대신 연봉을 성과급과 기본급으로 나눠 사실상 삭감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증권사는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에게 기본급 80%를 지불하고 나머지 20%는 성과급의 비율로 구성하는 연봉체계를 새로 도입했다.
20%의 성과급은 1년에 두차례 증권사 전체 실적에 연동시켜 다양한 평가 항목으로 등급을 나눠 대상 애널리스트들에 차등 지급할 방침이다.
A증권 관계자는 "다른 리서치센터가 인원 감축이나 연봉 삭감 등의 방법으로 불황을 견뎌내고 있지만 이런 방법보다 철처한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더 초점을 뒀다"며 "이를 통해 회사 부담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애널리스트들을 좀 더 동적(動的)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B증권사는 리서치센터 내 계약직 애널리스트들의 성과급 20%를 삭감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리서치센터 인원을 줄이는 대신 연봉을 삭감하는 방법으로 깎인 예산에 맞게 맞췄다.
C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재계약한 애널리스트들은 연봉이 기본은 동결이고 대개 20~30%, 많게는 30~40% 삭감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각 증권사마다 상황이 다르고 개인별로 다르긴 하나 연봉이 오른 애널리스트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때 역대 연봉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던 애널리스트들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리서치센터 수익과 직결되는 법인 영업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리서치센터의 주된 역할 가운데 하나는 기관투자자에게 분석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법인 영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D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법인 영업 뿐만 아니라 거래대금이 감소하는 등 증권업황 분위기가 좋지 않아 리서치센터도 힘든 상황"이라며 "중소형 증권사보다 인력 및 예산 규모가 컸던 대형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의 비용 삭감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애널리스트들이 물러나면 리서치센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대부분 증권사들은 사람 '내보내기'보다 연봉 '줄이기'를 통해 회사 부담도 덜고 가족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E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한두명의 애널리스트가 그만두면 예산을 맞출 수는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 모두가 (연봉 삭감 등을 통해) 조금씩 양보 해서 함께 살아가자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고 귀띔했다.
F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호황기에는 애널리스트가 갑, 회사가 을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며 "애널리스트들이 보통 40대 중반까지 밖에 활동하지 못하고, 노동강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받았던 연봉이 그리 많다고 볼 수도 없다"며 아쉬워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