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골프가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한다. 그 어느 운동보다 유혹도 많다. 심판이 없기 때문이다.
볼이 디봇에 놓여 있는데 살짝 옮겨 놓을까. 볼이 러프에 들어갔는데 살짝 옮겨 놓아도 동반자들이 뭐라 하지 않을까 등등.
뭐 이런 것들이 골퍼들의 양심을 어지럽힌다.

구력 2년차인 S씨를 보자. 80대 초, 중반을 왔다갔다 하는 스코어로 ‘타고 낳다’는 말을 들었다. S씨의 타고난 골프 실력을 볼 겸 친구들이 라운드를 초대했다.
듣던 대로 S씨는 골프를 잘 쳤다. 장타에 쇼트게임 능력까지 갖춰 나무랄 데가 없었다. 샷이 그야말로 시원시원했다. 라운드가 끝난 뒤 그의 스코어카드에는 84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친구들은 S씨를 초청하지 않았다. 문제는 스코어에 목을 매는 스타일이라는 것. S씨는 한 두 홀 지나면 꼭 캐디가 적고 있는 스코어카드를 들여다보며 계산을 했다.
골퍼가 자신의 스코어를 확인하는 게 나쁘다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거짓 스코어’에 목을 맸던 것.
간단히 얘기하면 이런 식이다. 7번홀(파4)에서 캐디가 S씨의 스코어를 물었다. “보기하셨죠.” 하지만 S씨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캐디는 그냥 보기로 적었다. 그러나 그의 실제 스코어는 더블보기였다.
12번홀(파5)에서는 S씨가 드라이버 티샷으로 연거푸 OB를 냈고 ‘뚜껑’이 열린 그는 페어웨이에서 친 아이언 샷도 OB를 냈다. 총 3개의 OB를 낸 것.
그 홀을 마친 S씨는 캐디에게 먼저 말했다. “OB는 1개만 계산해.”
S씨는 골프를 잘 치기도 하지만 너무 쉽게 치는 스타일 이었다. 자신만 빼고 동반자가 다 알고 있는 것을 습관적으로 스코어를 조작했다. 물론 S씨 자신도 알았을 게 분명하다.
동반자 모두가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면 스코어에 허위가 개입되면 안 된다. 이는 골프를 잘 치고 못 치는 차원을 넘어 골퍼의 자질문제가 발생한다.
골프장이라고 진실이 덮어지진 않는다.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