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곽도흔 기자] 회식이나 모임에서 술을 마시기 전 외치는 건배사는 자리의 흥겨움을 더한다. 특히 건배사에는 그 사회가 처한 현실이 축약돼 나타나 흥미를 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의 최근 술자리 건배사는 ‘아싸 가자’다. ‘아싸 가자’는 전기절약을 위한 4대 실천 요령을 담고 있는 압축어다.
‘아’는 ‘아끼자 2~5시’라는 뜻으로 전력수요가 가장 높은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에 전기 이용을 줄이자는 ‘싸(사)’는 ‘사랑한다. 26도’라는 뜻으로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 26도를 사랑하자는 뜻이다.
‘가’는 가벼운 휘들옷을 착용해 체감온도를 낮추자는 ‘자’는 ‘자~뽑자. 플러그’로 대기전력 6%를 아끼자라는 의미다.
‘아싸 가자’는 5월부터 시작된 이른 무더위로 전력수요에 비상이 걸리면서 대규모 절전운동에 나선 지경부의 고뇌를 잘 담고 있다.
2004년 사회부 경찰서 출입기자를 시작으로 현재 과천정부청사를 출입하기까지 많은 모임에서 고위공무원과 CEO들의 건배사를 들었다.
건배사는 단순히 술자리에서 건배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당시의 세태를 반영하기도 해 가끔 훌륭한 기사거리의 소재가 된다.
중소기업인들이 즐겨 쓰는 건배사는 ‘9988을 위하여’다. 대한민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근로자 88%가 중소기업에 몸을 담고 있다는 뜻이란다.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동반성장위원회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의 현실을 잘 반영한 건배사이면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이 잘 담겨 있다.
최근 고위 공무원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건배사 ‘남행열차’도 마찬가지다.
남행열차는 “‘남’다른 ‘행’동과 ‘열’정으로 ‘차’기정권에서 살아남자”는 문장의 첫 단어를 딴 것이라고 한다.
법으로 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바뀌면 인적쇄신을 위해 1급 이상 고위공무원들이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왔다. 물론 차기 정부에 잘 보이면(?) 영전할 수도 있다.
남행열차는 대통령 연임제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 말기 공무원들의 레임덕을 나타내는 표현이면서 고위 공무원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촌철살인의 건배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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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