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군득 기자] "할 말 없습니다" "잘 해결되겠죠"
지난 14일 오전 7시 30분 삼성전자 강남 서초사옥에 수요사장단 회의 참석차 계열사 사장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김순택 미래전략실장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핵심 임원들도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 보였다.
매주 수요일은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 저명인사 주제강연과 주요 현안에 대해 의논하는 자리로 수년간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수요일 오전 서초사옥은 삼성의 주요 현안에 대해 임원들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로 인식돼 왔다.
계열사 사장들도 중요한 이슈 이외에는 짧은 답변정도 제공하는 등 비교적 여유있는 태도를 견지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사장들의 물리적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3월에 접어들면서 주요 이슈와 현안에 대해 사장들의 입이 굳게 닺혔다.
약 5m 정도 거리의 서초사옥 정문에서 엘리베이터까지 2~3초사이에 단숨에 걸어가는 일이 근래 다반사가 돼 버렸다. 현안과 관련한 질문에도 "날씨가 좋습니다"등 일상적 대답으로 비켜가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처럼 사장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은 삼성가 상속 분쟁, 애플과의 지루한 특허 소송, 선거정국에서의 재벌 개혁론등 국내 제1그룹을 둘러싼 예민한 이슈에 대해 언행을 조심하겠다는 입장에서다.
외부와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묵묵히 업무에 전념하는 게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막을 수 있다는 간단하면서도 효과 만점인 리스크 관리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그룹의 공식 대외창구는 필요에 따라 활동하지만.
지난 1월 미국 소비가전전시회(CES)와 2월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애플 소송에 대한 의견을 내비쳤던 최지성 부회장 역시 최근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현재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귀국하면, 이른바 '하와이 구상'에 따른 사장단 일감이 몰아칠 것으로 보여 긴장의 일상사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외부 노출을 의시적으로 자제하고 있다는 게 그룹 한 관계자의 해석이다.
올 1분기 실적의 경우 각 계열사가 나무랄데 없는 성적을 거뒀지만 이 회장 경영 방침을 볼 때 신제품과 시장 변화가 시작되는 2분기부터 고삐를 바짝 조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룹차원의 빡빡한 주문도 사장단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매주 계열사에게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담합근절 대책 발표와 더불어 신입사원 채용, 이달 7일에는 에너지 종합대책 마련을 위해 각 계열사별 대책과 현황을 제출하라는 주문을 했다. 또 14일에는 고졸 채용인원 확대 등으로 계열사들은 적정 인원 배치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 계열사 한 관계자는 “최근 수요일 사장단회의가 끝나면 업무량이 갑자기 늘고있다”며 “올해들어 그룹차원의 추진과제가 많아지면서 사장들의 일거리가 산적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 사장단의 보폭이 크고 속도를 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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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