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위기의 심장부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시장에 커다란 반전을 이끌어냈다. 국채 발행이 성황을 이루면서 국채와 유로 환율의 상승을 주도한 것.
문제는 자금줄이다. 유럽중앙은행(ECB)가 이례적으로 시행한 3년 만기 장기대출이 이날 주변국 국채 발행금리를 끌어내리는 데 크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시장의 걱정을 누그러뜨리는 진통효과를 낸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더 큰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뭉칫돈 밀물 유입,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발행 금리 ‘뚝’
스페인은 12일(현지시간) 올 들어 첫 국채 발행에서 약 100억유로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는 목표 수준의 두 배에 이르는 자금이다.
2016년 3월 만기 국채는 3.748%에 발행, 지난 7월의 4.871%에 비해 발행 비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같은 해 10월 만기 국채 역시 3.912%의 금리에 발행, 지난해 11월 4.848%에서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탈리아 역시 85억유로 규모의 12개월물 국채를 2.735%에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1개월 전 5.952%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이탈리아는 5월 만기 국채 35억달러를 포함해 최대 목표 금액인 총 120억유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채 발행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면서 양국의 국채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다. 이날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3bp 하락한 6.65%를 나타냈고, 스페인 10년물 역시 10bp 떨어진 5.19%를 기록했다.
부채위기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면서 유로도 동반 상승했다. 이날 장 초반 유로/달러가 1.28달러 선까지 오르는 등 유로가 1%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 배후에는 ECB, 변형된 양적완화(QE)
지난달 실시한 4900억유로 규모의 3년 만기 대출금이 시중은행을 거쳐 국채 시장으로 유입됐다는 얘기다.
ECB에 따르면 11일 시중은행의 예치금이 4706억유로로 전날 4859억유로에서 상당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투자가들은 ECB 자금이 국채 발행에 유입된 것을 입증하는 수치라고 풀이했다.
라보뱅크의 리처드 맥과이어 채권전략가는 “ECB가 주변국 국채 시장에 이른바 ‘백도어’ 자금 공급에 나섰다는 의혹이 이날 국채 발행 결과를 통해 사실로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로이즈 뱅크의 찰스 디벨 시장전략 헤드는 “ECB가 은행권에 일종의 캐리트레이더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 자금을 조달해 장기 국채를 매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전략을 지속해 주변국 국채 시장의 정상화를 꿰하는 움직이라는 얘기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ECB가 사실상 양적완화(QE)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통화 발행을 통한 미국식 양적완화가 허용되지 않은 가운데 일종의 '변형된 QE'를 시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리 자금을 은행권에 제공, 주변국 국채를 매입하도록 한 후 다시 이를 담보로 보다 많은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ECB식 QE의 골자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로드 아베트의 제인 브라운 채권전략가는 “ECB의 전략은 은행권 재무건전성에 상당히 커다란 리스크를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프랑스 은행의 트레이더는 “유로존 부채위기 상황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ECB의 장기 대출 자금으로 급한 불을 끈 셈이지만 주변국이 앞으로 차환 발행해야 할 국채 물량이 상당 규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