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우유와 고추장 라면은 정부를 넘어섰다. 반면 맥주와 사이다, 두부는 정부 벽에 막혔다.
올해 하반기 식품업계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올해 내내 지속돼 온 원가 상승요인을 물가에 반영한 곳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반면, 물가 인상을 시도하다가 이를 철회한 곳의 분위기는 어둡기만 하다. 정부의 물가인하 압박에 기업의 영업이익이 오락가락 하다는 불만까지 제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적잖은 식품업체가 가격인상을 위해 적잖은 공을 들였다.
상반기 가격 인상요인을 반영하지 못한 업체나 가격인상 요인을 반영하고도 그 폭이 너무 작아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의 가격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가격인상에 성공한 업체도 있지만 반대로 가격인상에 실패한 업체도 적지 않았다. 가격인상을 발표하자마자 가격인상 보류 혹은 철회 결정을 한 곳이 세 곳이나 된다.
하반기 가격인상에 성공한 대표적인 업체는 우유제품 관련 식품회사들이 꼽힌다.
지난 10월 서울우유를 필두로 11월 남양유업·매일유업 등 주요 우유업체가 가격을 인상하자 빙그레, 한국야쿠르트 등 유제품 관계사들이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다. 이마저도 지난 8월 원유(原乳) 협상을 통해 원가인상을 기업에서 감당한지 약 2개월만이다.
이외에도 하반기 고추가격 인상에 따라 CJ제일제당과 대상이 이달들어 가격을 올렸고 상반기 밀가루 가격인상 이후에 제품가를 동결해온 농심이 라면 가격을 평균 6.2% 인상했다.
이들 기업 중에서는 가격인상폭이 기대보다 낮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인상에 성공한 만큼 풍족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는 평가다. 가격인상을 시도하다가 보류되거나 철회된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풀무원은 지난 22일 발표했던 10개 품목 평균 7% 가격인상을 반나절만에 보류키로 했다.
풀무원 측은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에 협조하기 위해서”고 이유를 밝혔지만 내부 분위기는 썩 곱지 않다. 가격인상 자체가 원가 상승분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도 지난 11일 7.48%의 가격인상 발표 3일만에 인상을 보류하겠다고 밝혔고 롯데칠성음료도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9% 인상했다 열흘 만에 가격을 원상복귀 시킨 바 있다.
이들의 이유도 한결같이 풀무원과 유사하다. 짜기라도 한 듯이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시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것이다.
대체로 이들의 공통점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정부기관와의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가 적잖은 압력을 받았다는 점이다. 고위 임원이 기관에 호출되는 직후 가격인상 철회 발표가 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 인상 발표만 하면 정부 기관에서 전화가 온다고 한다”며 “가격인상을 못하면서 보는 손실을 주주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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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