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하루에 수십조원의 거래가 이뤄지는 증권가에는 투자를 안내하는 애널리스트들의 각종 보고서가 넘쳐난다.
꼼꼼한 기업탐방과 날카로운 시각, 밤을 지새운 노력 등이 어울어져 탄생된 하나하나 소중한 보고서지만 워낙 많이 쏟아지는 탓에 일부는 읽혀지지 않고 버려지기도 한다.
이에 증권사들은 '어떻게하면 읽히는 보고서를 만들까'라는 고민을 수없이 되풀이한다.
보고서의 제목에 최신 유행어나 문학작품에서 따온 단어를 넣기도 하고, 보고서 표지에 관련 사진을 넣는 등 여러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여러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양증권 리서치센터(센터장 신남석)의 시도가 증권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동양증권 리서치 보고서는 우선 작성한 애널리스트 이름 앞에 재치있는 자기소개 문구와 캐리커쳐가 들어간다.

'메가톤급 센스가 텍사스 소떼처럼 몰려오는 유통의류 한상화 애널리스트', '인문학적 경제분석의 부활 이철희 이코노미스트', '숫자에 전략을 담아 증시 미래를 aiming한다 퀀트 김승현 애널리스트', '시대가 요구하는 중소형 미인주를 발견하는 오경택 애널리스트' 이런 식이다.
삼국지에서 유비를 도왔던 와룡선생(제갈공명)을 따 '東洋臥龍(동양와룡)'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조병현 애널리스트는 "딱딱한 보고서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해 재미있게 접근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Why This Report', 'Investment Point'로 보고서를 시작하는 것도 동양증권 리서치의 특징이다.
'Why This Report'란 왜 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됐는가를 설명하는 코너다. 즉 생각의 발단이 무엇이었는가를 밝힘으로써 이 고민에 공감하는 투자자들이 읽게 하자는 취지다.
19일자 투자전략 보고서 '유럽 핵심국가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과 영향 점검'은 '동양 투자전략의 눈' 이재만 애널리스트가 작성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Why This Report'에 "무디스가 지난주말 벨기에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나 하향 조정했다"며 "이에 따라 유럽에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과 그 영향에 대해 그리고 강등될 경우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Investment Point'는 보고서의 결론과 비슷하다. 6~7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 전체를 읽지 않고 이 부분만 보더라도 투자에 참고할 수 있다. 물론 이 결론이 나오기까지의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동양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올 4월부터 보고서에 변화를 준 이후 기관이나 지점에서 가독률이 높아졌다"며 "개인투자자들로부터도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에서도 리포트 앞부분에 요약문을 넣거나 캐리커쳐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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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