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자동차 부품업계가 요즘 화병이 났다. 정부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A업체는 기술력을 높인 결과, 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는 부품을 개발했다. 정부 부처가 주관해 총 70여억원의 투자금으로 개발, 약 10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A업체는 내달부터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대량 공급하기로 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사회적 이슈인데다, 최근 벌어진 유성기업 사태로 인한 부담 때문이다.
그동안 대기업에서 일감을 몰아줘 공급 물량을 확보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모두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원청업체가 공급 물량을 충분히 보장해준 까닭에 그들이 원하는 공급 단가를 맞춰왔으나, 모든 업체가 이 단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부품 업체 관계자는 ‘적은 물량을 주문하면서 대량 공급했을 때의 단가를 제시하는 대기업의 구매 정책은 무리’라고 토로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또 “낮은 단가에 억지로 맞추다보면, 제품 납품 시 품질 저하가 발생될 우려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청업체도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유성기업 사태의 파장으로 대부분의 대기업에서는 공급 물량을 여러 업체에서 받을 수 있도록 계획하는 분위기다. 공급 업체가 많아질수록, 물량은 나눠지게 된다. 부품 공급처를 다변화시킬 경우 현대차, 기아차와 같은 대기업의 경우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으나, 비용 부담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일감을 몰아주는 것도 문제, 나눠주는 것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원청업체 한 관계자는 “비용 부담 외에도 품질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인력과 시스템의 구조를 대폭 바꿔야 한다”며, “높은 제조 원가에 복잡한 품질 관리를 누가 선호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원청업체의 일감 몰아주기식의 독점은 사실상 제조 원가를 낮추고, 적은 비용으로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였던 셈이다.
비단, 자동차 관련 업계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서 생산, 제조를 하는 모든 기업과 업계가 떠안고 있는 딜레마인 셈이다.
정부가 상생을 위한 동반성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인지 자못 의문스럽다. 유성기업 사태에 정부가 공권력만 투입한다고 해서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제2의 유성기업’ 언제나 나올 수 있다. 유성기업처럼 독점 부품을 공급 중인 업체는 210여개(50%독점 180곳, 75%독점 30곳)다. 또 자동차 기계 관련 제조업체만 3000개에 달한다.
정부가 상생(相生)을 내세우며, 상사(相死)의 중심에 서 있으면 안 된다.
독점 주문할 수 밖에 없는 원청기업,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는 하청업체의 산업 구조에 대해 정부는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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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