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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컬럼]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와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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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에 육박하며 사상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2000억달러선까지 급감했던 외환보유액이 2년여만에 1000억달러 가량이 급증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가운데 주요 신흥국들의 경제성장, 국내 수출 주력상품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이 급증,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국내 경제가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지난해 6%대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식 및 채권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재정위기에 시달리던 유로존에서 위기대책에 나선 결과 약세 일로에 있던 유럽통화들이 반등하면서 유로존 금융자산들의 달러화 환산액이 증가하고 운용수익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들어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어 수출급증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유럽 국가들의 경기 역시 바닥을 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비록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민주화운동이 확산되면서 이들 국가들의 정정불안이 국제 원유값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을 기폭하는 등 대외 불확실한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국가들의 성장세가 진행되면서 수출호조, 경상수지 흑자기조 지속 등으로 국내 외환보유액은 조만간 30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 시대, 위기관리능력 회복

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전하거나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보유하고 있는 대외지급 준비자산을 말한다. 외환보유액이 많다는 것은 국가의 지급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며 위기관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긴급할 때 국민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민간부문의 해외차입이 막혀 대외결제를 못할 때나 외환시장에 외화가 부족하여 환율이 급등할 때 시장안정의 중요한 실탄으로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래 10년만에 다시 커다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외환보유액이 2700억달러에 근접했으나 글로벌 위기가 터지자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수 백 억달러가 빠져나가는 등 대외지급능력에 대해 회의가 만연돼 있었다.

다행히 미국과 통화스왑이 체결되고 뒤이어 중국과 일본과도 통화스왑 계약이 체결되면서 외화유동성 부족 사태를 면할 수 있었다. 이후 거의 1년이 돼서야 글로벌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글로벌 위기의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 시대를 맞이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잔영을 말끔히 씻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외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무엇보다 각종의 대외적인 리스크(Risk)로부터 국내 외환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자신있게 보호하고, 국내경제의 견실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토대가 튼튼히 구축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 외환보유액 논란 촉발, 미국 재무부 보고서의 파장

그렇지만 국내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 시대를 맞이하면서 위기관리능력을 회복한 것과 함께 앞으로는 외환보유액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환보유액 규모가 커지면서 △ 원/달러 환율의 하락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 △ 외환보유액의 적정규모와 관리비용 △ 국내통화량 증가 등 통화정책과의 상충 △ 외환보유액의 운용 등의 문제가 그것이다.

외환시장의 개입 논란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이미 얘기가 되는 과정이었지만 해외쪽에서 먼저 촉발됐다. 지난주 미국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2010년 하반기 세계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원화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또 미국 재무부는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고 3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 환율유연성을 더 높이고 시장개입을 줄일 여지가 있다"고 외환보유액 규모와 연관지어 환율정책기조가 변할 수 있다는 점까지 제기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수출 호조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및 채권투자가 증가한 데 따라 유입되는 외화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커졌다고 보고, 향후 외환보유액의 추가 증액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위기를 벗어난 것이 얼마되지 않은 상태여서 지난 2005년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를 돌파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너무 많다는 주장이 아직은 힘을 갖기가 쉽지 않은 상태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규모인 3000억달러 가까이 확보하며 세계 6위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韓美), 한중일(韓中日) 중앙은행간 통화스왑이나 G20체제의 국제적인 공조강화를 고려할 때 외화유동성 체계는 한층 견고해졌다.

특히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매수개입을 해서 외환보유액이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미국 재무부의 지적은, 비록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해 11월 G20 서울정상회의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간의 대외불균형에 대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합의했고, 정부도 이를 가장 큰 성과로 내세웠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 IMF는 환율정책에 대한 감시활동을 적극적으로 펴 상호감시체계와 정책수단을 제시할 예정이다.

미국 재무부 보고서 등의 영향은 단순히 의회보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입을 통해, IMF를 통해 G20로 전파되고, 향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해를 크게 제약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산업계에서 환율하락이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키므로 환율하락을 방어해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그렇지만 국제적으로 ‘환율조작국’으로 낙인찍힐 경우 국가적으로든 산업적으로 더 큰 손실에 직면할 수도 있다.


◆ 국내 통화량 팽창과 물가 급등, 그리고 통화정책

다행히도 국내 외환보유액의 증가 속도는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다. 지난 2009년의 경우 지속적으로 매월 증가 또는 급증세를 보였기는 했지만, 2010년에 들어서는 몇 달 증가했다가 감소하는 등의 등락상황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통화정책의 근간이 되는 기준금리는 지난 1월 올리긴 했지만 2.75%로 3.00% 미만에 그치고 있고, 올들어 물가는 국내외 요인이 겹치면서 한국은행의 ‘인플레타겟’, 즉 물가목표치인 3±1%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인 셈이다.

국제적으로 유가와 곡물류 철강 비철금속 등 각종 원자재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한파와 폭설, 구제역 파동 등으로 국내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물가비중이 큰 서비스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속에서도 유독 전세값만은 급등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상최저의 기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다보니 통화량이 급증한 상태이고, 여기에 대외부문의 자본유입으로 외환보유액이 급증한 만큼 국내 원화유동성이 팽창한 상태이다.

국내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이 금리정상화를 부르짖고는 있으나 금리인상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한국경제는 다시 통화팽창 속에서 경기순응적 자본쏠림 현상의 덫에 걸리는 자충수를 두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 금리를 올리지 못함으로써 국내외 유동성이 팽창되어 버블화될 경우 자칫 대외불안요인이 확대될 경우 급속한 자본이탈로 곤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IMF 외환위기를 겪던 시절에는 외화유동성 고갈에 따라 외자유치를 위해 금리를 올리는 고육지책을 썼고 대외개방정책도 폈었다. 그렇지만 두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경제펀더멘탈을 튼튼히 유지하는 거시정책을 펴면서 과도차입을 지양하고 버블화되지 않도록 건전성을 확충하는 외환 및 금융정책을 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

또 외환보유액 운영 면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겪은 바 있다. 해외금리가 국내금리보다 낮음에 따라 ‘역마진’이 발생, 한국은행 수지가 3년이나 적자를 면치 못해 통화정책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던 기억이 있다.

외환보유액을 구성하는 해외유가증권의 운용수익이 국내통안증권 발행비용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때 가용외환보유액을 따로 발표하기까지 하면서 유동성의 중요성을 깨쳤다면 수익성의 중요성을 크게 배웠던 계기가 됐었다.

한국은행이 김중수 총재의 주도로 외자관리국을 외화자금운용원으로 재편하려는 것도 외환보유액의 운용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로 커졌고 국내외 금리구조가 현격한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운용의 내실화를 추구해야하겠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상징으로서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 시대에는 외화건전성 관리강화와 자본유출입 규제 등의 효과를 바탕으로 거시경제정책의 건전성과 통화정책의 정상화 등 긴밀하고 세밀한 접근이 중요하다.

특히 국제유가나 원자재가격 상승 등 대외충격을 완충하려면 물가를 안정시키는 물가정책이 최우선해야 한다. 외환보유액도 단순하게 환율방어 차원에서가 아니라 통화량 팽창 등에 따른 물가자극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관리되고 운용되어야 한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수급조절 등 미시정책 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위해 통화 및 거시경제정책의 조합을 새로 짜야 한다. 또 이를 실천함으로써 정부와 한국은행 등 정책당국의 의지를 뚜렷이 보여줘야만 인플레 기대가 만연되지 않을 것이다. 2월 금융통화위원회는 그 잣대가 될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경제부장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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