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안보람 기자] 한국은행 이성태 고문이 "내년도 통화정책 여건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가수준이 올해 고점을 지났거나 지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기사이클과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금리 정상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이성태 고문은 풍부한 유동성이 실물 자산 가격으로 옮겨질 경우, 적시에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는 금융이 제대로 돌지 않아 완화적 통화정책이 실물에 잘 먹히지 않지만, 제대로 돌기 시작하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3일 한국은행 이성태 고문은 '2011 신한금융투자 리서치 포럼'에서 특강을 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성태 고문은 지난 4월 4년 임기의 한국은행 총재직에서 퇴임한 뒤 이날 처음으로 외부 공식 행사에서 강연을 가져 주목을 끌었다.
이성태 고문은 현재 2.5%의 기준금리가 적절한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전직에 있는 사람으로 지금 평가하긴 곤란하다"면서 "역사적 시점을 바탕으로 해서 그때 그때 행동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고문은 "단지 경기사이클이 오가는 얘기는 할 수 있겠다"며 "경기사이클이 항상 상승할 수는 없고, 언젠가는 하강했다가 상승할 수 있지만 하강 신호를 보낼 때는 선택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물가가 최고점을 지났거나 지날 것으로 본다"며 "내년 통화정책 담당자들의 고민이 커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준과 방향이 같은 쪽을 지시하면 쉽지만, 그렇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수준과 방향이 지시하는 게 같은 쪽인지 아닌지, 그것이 어려울 때는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2.5% 기준금리에서 가령 내년에 경기 내려가고, 물가가 올해 4.1%까지 갔다가 안정된 쪽으로 간다면 당국자들의 정책선택이 뭘까는 누구든 예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성태 고문은 미국의 양적완화 등에서 비롯된 자산가격의 상승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 고문은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늘여도 금융기업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면서도 "제대로 가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실물에 잘 먹힐 때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돈이 잘 도는 때를 맞춰서 거둬들인다는 것이 쉽지 않다"며 "돈이 전파되는 것을 보고나서 거둬들일 가능성이 많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밀어내는 것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아직 검증된 바 없다"며 "옛날처럼 금융이 발달되지 않아 긴밀했을 때는 본원통화정책만으로 금융을 움직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양적완화라는 게 아주 옛날 금융원론에서 배우던 것 처럼 단순하지 않은 게 현실이고, 현재는 그 전파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느려서 본원통화를 늘리고 줄여도 즉각적으로 금융으로 가는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고문은 "지금 상황으로봐서는 양적완화로 인해 자산가격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문제는 사람들의 경제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어서 돈이 돌기 시작할 때 중앙은행이 때를 맞춰 거둬들 일 수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성태 고문은 지난해 9월 한은 총재 시절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했으나 결국 금리를 인상하지 못했던 데 대해 짧게나마 해명했다.
이 고문은 '당시 한은은 금리인상을 원했지만 금통위원들의 반발로 해산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묻는 질문에 "한은 금통위는 합의제 기구라 의장이 혼자 결정할 수 없다"며 "과정이 어떠했든 한은이 취한 행동이 결론"이라고 에둘렀다.
평소 통화정책의 신뢰를 이루는 최대 기반이 '언행일치'라고 강조하던 이성태 총재였으나 당시 금리인상이 물건너가면서 시장에서 호된 비판을 한 몸에 받기도 했었다.
[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