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국회 모독죄라뇨. 역시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란 게…"
금융투자협회 임원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두고 여의도 증권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푸념이다.
국회는 이번 국감 기간내 여느 때처럼 정부부처를 포함해 기업인 등을 대거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한 가운데 증권업계는 그런대로 조용한 편이었다.
올 상반기 시총 4000억원대의 대형 코스닥업체인 네오세미테크 상장폐지에 따른 논란 말고는 크게 눈에 띄는 사안이 없었던 거다.
그렇지만 이 가운데 증권가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한 사람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금투협의 최봉환 전무가 주인공. 국회는 국회 비하 광고를 심의해 통과시킨 사유에 대해 심문하려고 당시 담당 임원이던 그를 불렀다고 한다.
문제의 광고는 올해 초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합금융이 통합 기념으로 새롭게 선보인 '와이 낫 체인지(Why Not Change)'란 이미지성 광고다.
당시 이 신문광고는 금융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광고모델도, 금융상품도 없이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와이 낫 체인지'란 문구만 들어있었다. 얼핏 보면 금융회사 광고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광고 카피였기 때문.
그리고 사진 아래에 '국민을 위해 금융도 변해야 합니다'란 카피를 얹어 메리츠증권의 향후 변화에 중점을 둔 전략을 암시했다. 물론 빠르게 트랜드가 변하는 금융시장과 상품 만큼 국회도 변해야 하지 않냐는 풍자적인 뉘앙스도 담겨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고 논란도 일부 있었지만 광고업계와 증권가에선 상당수가 '아이디어가 과감하고 신선했다'는 평가를 했다.
그런데 국회는 이를 문제 삼고 광고를 허용한 협회를 질타한다. 사실 헌법에 언론출판의 자유가 인정되는 만큼 협회가 증권사의 광고안 모든 것을 심의할 수는 없다. 광고가 투자자들을 현혹하는지, 그런 문구나 이미지가 있는지가 심의의 주된 기준이다. 위법성이나 국가 차원의 적합성, 권력기관의 명예훼손 여부 등 포괄적으로 하는 심사가 아니다. 공적기관이 아닌 민간기관에서 심의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광고심의에 대한 막강 권한을 갖는 금투협으로서도 보다 신중하고 균형감 있는 잣대를 갖출 필요는 있지만 이는 업계 자체의 자정 노력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다.
당시 국회는 이 광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고, 해당회사는 즉각 광고를 중단했다. 사장은 공문을 보내 국회측에 공식 사과까지 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광고심의를 맡았던 협회도 광고 심사규정을 다시 추가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국회는 담당자의 책임을 물었고 당시 광고심의를 맡았던 협회 실무팀장은 기존업무와는 전혀 다른 부서로 이동되는 억울함을 겪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업계로선 억울하지만 결국 이렇게 마무리된 사안을 두고 국회가 국정감사란 기회를 이용해 또 다시 칼을 꺼내든 것이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대대로 풍자와 해학의 나라였던 대한민국은 보이질 않는다. 권력기관에 대한 풍자섞인 광고카피 하나, 풍자로 보기도 어려운 웃어넘길만한 사안을 갖고 일년내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해마다 국감때 나오는 말 중 하나가 무차별적 증인채택이다.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면 정치권은 매번 자제하겠다고 약속하지만 매년 국감때마다 마구잡이로 증인을 불러 마치 죄인처럼 호통치는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국가 예산이 적법한 곳에 제대로 쓰였는지, 현재 추진되는 정부 정책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인지 여부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할 국감장이 의원 개인의 권력을 시위하기 위한 장소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다.
가벼운 광고카피도 웃어 넘기지 못하는 옹졸함과 편협함을 드러내는 국회. 올해도 어김없이 국감은 시작됐지만 국민들의 기대수준은 상당히 떨어진 게 사실이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