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이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기 시작하고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판 '플라자합의'에서 과거 일본의 역할을 맡아야 하는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지금으로부터 25년전 소규모 그룹이 새로운 세계경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뉴욕 플라자호텔에 집결했다. 당시 세계 경제의 5개 주도 국가들이 모여 합의한 내용은 공동으로 미국 달러화 가치를 평가절하하여 세계경제의 리밸런싱을 달성하자는 것이었고, 이는 국제적 경제협력의 분수령이 됐다.
FT는 오늘날 세계 주요국들 사이에서 환율과 글로벌 경제의 리밸런스, 적자 축소 등에 대해 깊은 균열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플라자합의'정신을 일깨우는 것은 매우 귀중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주요 20개국(G20)이 그 같은 '그랜드바겐'을 이끌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보는 야심찬 영혼들도 있다. 미국 씽크탱크인 피터슨 경제연구소(P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과 같이 글로벌 경제 통치성의 성립이 가능하다고 보는 낙관론자는 과거와 마찬가지 잠재적 상충관계가 지금도 존재한다고 본다.
버그스텐은 달러화 약세를 통해 미국 경제를 부양한 '플라자합의'에 이어 1987년 달러화 가치의 안정을 추구한 '루브르합의'를 통해 미국 정부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여지를 획득했다고 본다.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짐 베이커씨에게 그 효과가 어느 정도냐고 했더니 적자를 약 10%~2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버그스텐은 "이는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라면서, 지금 중국이 마찬가지 약속을 하게 되면 미국 재정 건전화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지금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의 데이빗 로스코프(David Rothkopf) 펠로우는 "1985년 일본은 선진국 그룹의 일원이었고 준비가 된 나라였지만, 중국은 자신을 대형의 분산된 경제라는 독특한(sui generis) 경제로 간주하면서 마찬가지 규칙을 실행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 무역 및 경제협력 아카데미의 연구원의 메이신위는 올해 초 "급격한 위앤화 평가절상은 중국처럼 초기 발전도상에 있는 경제에게는 과거 일본에 비해 그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일본이 매우 발전된 선진국이었던 반면 현재 중국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중심이고 이윤마진이 박한 만큼 급격한 평가절상은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항상 과거 '플라자합의'가 결국 일본에게는 재앙이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곤 한다. 이 합의로 인해 일본은행(BOJ)이 엔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내렸고 이에 따라 막대한 부동산 거품이 발생해 1980년대 말 거품 붕괴에 이은 '잃어버린 10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앞서 버그스텐 소장은 좀 더 똑똑한 중국 경제학자들은 이런 주장이 가짜이며, 일본의 잘못된 금융 규제가 거품의 진짜 원인이라는 점을 알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어쨌거나 이 대목은 중국으로서는 유용한 '논란거리'가 된다.
한편 과거 '플라자합의'를 이끌기 위해서 미국은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과 일본을 협력할 수 있도록 몰아가는데 주력해야 했는데, 지금은 그런 협력이 더욱 어려운 조건이다.
지금도 G20 내에서 중국의 환율조작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의견들을 모아 중국을 궁지에 몰아넣는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 개시도 이런 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대목이다.
부시 행정부의 G20 셰르파 대표였던 사이들리 오스틴 법무법인의 파트너 댄 프라이스(Dan Price)는 G20 포럼이 결성되었다는 것 자체가 글로벌 금융 위기 발발 이후 매우 중요한 성과였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글로벌 경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환율과 재정적자에 대한 합의를 넘어서 유럽의 국채 위기 문제, 독일의 경상흑자 나아가 유럽 고용시장의 경직성과 같은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포럼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G20이 이러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랜드바겐'을 이룰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