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은 자사주 매입을 넘어 매입한 주식을 아예 소각까지 하는 상황이다.
자사주 소각은 주당순이익의 증가로 이어져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주식 유동성 관리에 실패했음을 기업 스스로 자인한 꼴이어서 주가에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반영되지는 않는다.
‘참이슬’을 주력 상품으로 국내 소주시장 1위 기업인 진로의 경우 대표이사를 비롯해 계열사 경영진들까지 나서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계열사 임원이 총출동해 진로 주식을 매수했는데 주가는 제자리다.
진로를 계열사로 둔 하이트진로그룹 측은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 돼 경영진들이 나서 자사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23일 진로 주가는 3만3700원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상장 시초가인 4만 100원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진로 경영진이 이렇게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는 까닭에는 다음달 19일 만기가 도래하는 리얼디더블유의 풋옵션 행사 권한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디더블유는 지난해 6월 재무적투자자(FI)자격으로 하이트홀딩스가 보유한 주식 441만주를 주당 5만 2282원에 사들였는데, 풋옵션 만기일인 7월 19일 진로주가가 매입 당시 가격을 밑돌 경우 연 6%의 수익률을 보장받고 해당 주식을 팔 수 있는 권한(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때문에 진로 측으로서는 손실을 막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기에 경영진이 총출동해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진로 측은 다음달까지 총 1300억원을 투입해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진로 측 관계자는“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7월까지 자사주를 최대한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자사주 매입이 주가가 저점일 때 주로 이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최근 증권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공격적인 것은 증권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는 것.
솔로몬투자증권 손미지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권업계 최대주주 지분변동 신고건수는 4월 29건에 이어, 5월 47건, 6월(15일 현재)까지 20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5부터 2009년까지 4년간 증권업종 월평균 신고건수 25.9건과 맞먹는 수치로 현재 주가가 저점에 있음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손 연구원은 “최대주주의 자사주 매입은 주로 사이클상 저점에 나타난다”며 “대주주 입장에서는 자사주 취득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하에서 경영의지를 확실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평가 된 자사주 매입으로 향후 매각차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주로 대주주주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대신증권, KTB투자증권 등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확대됐다.
이밖에도 한샘, 대우증권, KCC, KG케미칼, NHN, 한미약품, 태영건설, 빛과전자, 대화제약, 셀트리온 등이 최근 자사주 매입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은 10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482만주 가량을 무상 소각키로 해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회사 내부자금 또는 잉여자금으로 매입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실적이 되는 종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자사 주가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여 볼 만 하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자사주 매입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매도로 이어져 주가 변동폭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