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은 임기 1년 남짓, 목표실현 불리한 환경 첩첩
[뉴스핌=한기진 기자] 지난 18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협의회, 김중수 한은 총재가 먼저 입을 뗐다.
“서울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각종 금융규제 관련해 결말 지어질 것입니다.”
초청받은 10개 은행장들의 시선은 일제히 김 총재로 향했다. 그리고 경청.
민유성 산업은행 행장이 홀로, 김 총재에게 질문을 던졌다. “미국의 볼커룰 관련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이에 김중수 총재 “나라마다 (상황과 입장이) 좀 다릅니다.”
이날 민유성 행장은 볼커룰에 대한 큰 관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다른 은행장들은 침묵했다. 왜 유독 민 행장의 관심이 더 컸고 질문으로까지 이어졌을까.
◆ 볼커룰에 산은 M&A 구상 차질 우려?
민유성 행장은 평소 국내에서 은행과 비은행에 대한 M&A(인수합병)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또 내년 상장목표도 세웠놓았다.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이후를 대비한 포석이다. 2020년 글로벌 20위권 CIB(기업금융기반 투자은행)로 발돋움 하겠다는 비전을 공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당장은 수신기반의 확장과 심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데, 산은이 원하는 바대로 전략을 펼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45개에 불과한 국내 점포망 확대가 절실하지만 금융당국의 허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신 택한 전략은 일반고객을 겨냥한 무점포 인터넷기반 여수신 시스템 구축과 거액자산가를 겨냥한 청담동 PB점포 등 신개념 복합점포의 개점이다.
또 100명의 계약직 예금모집인을 모집했고 씨티은행 출신으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프라이빗뱅킹 담당 임원을 거친 구안숙 부행장에게 개인금융센터를 맡겼다.
다만 이같은 책략은 차선책이었던 만큼, 한계가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또는 해외에서 다른 은행 인수에 눈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민유성 행장에게 금융기관 M&A 등 대형화를 방지하는 미국의 `볼커룰'이 국내 도입할 가능성 만으로도 그로서는 신경이 쓰일 법도 하다.
김중수 총재는 "(논의 우선순위는) 첫 번째가 금융규제안이고 다음이 볼커룰과 은행세 등"이라고 했다.
◆ 다른 대형은행 비해, 민 행장에게 주어진 시간 너무촉박
볼커룰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준비중인 것으로 핵심은 상업은행(CB)이 투자위험도가 높은 투자은행(IB) 업무를 하면서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CB와 IB를 분리하는 것이다. 또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가 M&A를 한 뒤 합병 은행의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제도 담고 있다.
볼커룰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G20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미국의 금융규제방안들을 무시할 수는 없어 받아들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최근 정부가 당초 입장을 바꿔 은행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은행세는 미국과 영국이 금융위기 수습과정에서 투입된 구제금융 비용을 금융기관이 부담하도록 하는 게 취지다. 금융위기를 정부의 금전적 지원없이 극복한 우리나라 은행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결국 볼커룰은 민 행장에게 골치거리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도 볼커룰의 시장점유율 10% 규정에 해당하지만 이들 은행들은 이제 새로운 CEO가 임명됐거나 장기적으로 전략을 일관되게 가져갈 수 있는 경영풍토가 조성된 곳들이다. 반면 지난 11일 취임 2주년을 맞은 민유성 행장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1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