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셰 총재는 지난 15일 독일 슈피겔(Der Spiegel)과의 대담을 통해 "우리는 현재 그리스발 채무 위기를 시작으로 극단의 긴장을 경험하고 있다"며 "재정 위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의 경험을 떠올리며 금융시장에서는 재정 위기 도미노 현상은 "반나절의 짧은 시간 내에도"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지금의 경제 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찾아온 유로존의 가장 어려운 시기이며, 재정 관리 방식에서의 '엄청난 도약(a quantum leap)'이 필요하다고 트리셰 총재는 주장했다.
트리셰 총재는 최근 채무 위기에 시달리는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하는 문제와 관련한 논쟁에 대해서는 기간제 예치금(term deposits) 판매를 통해 시장에 발생하는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향후 ECB는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앞서 ECB 정책이사인 악셀 베버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ECB의 국채 매입 결정이 향후 유로존에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동안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그리스 재정 적자와 관련해 유로존의 구제 금융을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정작 독일은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재정적자 및 경제의 경쟁력을 높여 왔으나 그리스를 비롯한 이른바 '피그(PIGS)'국가들은 자국의 경제 취약성을 등한시하며 공공 부채를 늘려왔고,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저금리 수혜를 통해 소비지출 및 부동산 호황이 발생시킨 점이 독일인들을 분노하게 했기 때문이다.
트리셰 총재는 이와 관련해 "독일이 구제 금융과 관련해 예민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하지만 지난 12년 이상 그래왔듯이 이번 일로 독일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또 그는 EU 각국의 정부들이 재정 위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강한 행동방침을 마련한다면 우려하는 위기 상황이 도래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10일 독일이 동참한 ECB의 국채 매입 결정은 유로존의 재정 위기 국가들이 경제 위기에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총 7500억 유로 규모의 긴급 구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일단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ECB의 국채 매입으로 그간 짙어지던 금융 시장의 위기 확산 우려가 줄어들었으며 그리스 채무 위기가 장기화 될 것이란 경계심도 위축됐다.
하지만 ECB가 국채 매입 프로그램과 관련해 매입 규모와 배분 정도에 대한 계획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ECB의 지원이 충분한 수준이 아니며 그리스가 결국 파산하고 말 것이라며 시장의 안도감은 점차 색이 바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금요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그리스 구제 금융 합의 이후 소폭 반등하던 유로화는 1.24달러 수준으로 다시 밀렸으며 자금 시장 역시 그리스 구제안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번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진행될 경우 지나친 인플레이션이 유발 될 것이란 우려감에 시장은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엥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로화의 안정과 유로존 국가의 경제적 자립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유로존 국가들은 경제적 안정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가 채무와 관련된 규제를 비롯해 각국의 협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주 수요일 유럽위원회(EC)는 유로존 국가들이 의회에 예산안을 회부하기 전에 다른 나라에게 상호평가를 받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EC는 국가 채무 관리에 무책임한 국가에 대한 징벌적 성격으로 EU 퇴출 등 강도높은 규제 방안도 함께 제출했다.
이러한 '상호평가' 방안이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가 재정 문제에 대한 주권과 관련한 문제여서 각국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국채 담보물의 가치에 대한 우려가 최근 자금시장을 경색시키고 있는 등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사태와 같은 것이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 부도사태는 국채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고 이에 따라 채무 구조조정이 뒤따르게 된다. 그리스만 부도난다고 해도 국채 담보 상각 규모가 500억~70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연쇄적인 국가부도 사태는 유로시스템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트리셰 총재는 슈피겔지가 최근 몇주 사이 개별적인 실책은 없었는지 묻자 "내가 평가할 사안이 아니라 역사가 평가해야 한다"며, "지난주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는 ECB가 흠잡을 데 없이 잘 해왔다고 논평한 바 있다"고 대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