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 공백을 거쳐 지난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지 50여일,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신수종사업으로 내놓은 분야는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분야였다.
물론 상당부분이 이 회장 복귀전인 세종시 투자계획을 밝혔던 당시와 크게 다를 것 없지만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모든 검토를 끝내고 투자규모 및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이와함께 녹색투자와 고용창출 효과를 강조했다는 점, 오늘이 삼성생명 상장일이란 점을 감안하면 전일 삼성의 발표가 삼성생명 상장 차익에 따른 여론 부담 완화, 녹색과 고용창출을 중심에 둔 정부정책에 대한 화답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들리는 부분이다.
◆ 5대 신사업 기준은 '내부 기술역량+시장성'
이건희 회장은 지난 10일 저녁 한남동 승지원에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불러 삼성의 5대 신수종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방침을 확정했다. 경영복귀후 처음으로 주재한 사장단회의인 만큼 진지함과 긴장감이 묻어난 자리였다. 3시간여 이어진 이날 회의에는 김순택 부회장(신사업추진단장),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이재용 부사장, 이학수 상임고문(옛 전략기획실장) 등 삼성의 핵심 간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삼성그룹측은 "계열사별 투자규모는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분야별로 주관회사가 잠정 결정된 상태"라며 "예산확보 및 계열사간 역할은 신사업추진실을 중심으로 이미 협의된 사항들"이라고 전해왔다.
삼성이 밝힌 23조원 투자는 향후 10년동안 일정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균형감 있게 투자될 전망이다. 예컨대 당장 시설투자가 이뤄지는 경우 당해년도의 투자규모가 클 수는 있지만 조절을 해가면서 투자규모를 정해간다는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향후 먹거리와 시장성에 대한 꾸준한 조사를 한 결과이기 때문에 연도별 투자규모가 크게 차이가 나진 않을 것"이라며 "예산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밝힐 순 없지만 새로운 자금조달 보단 유보금을 통한 투자비중이 다소 높을 것"이라고 전해왔다.
◆ 삼성의 정부정책 코드 맞추기?
이날 발표한 삼성의 신사업은 기존 세종시 투자발표를 비롯해 기존에 거론됐던 분야가 상당수 포함됐다. 때문에 재계에선 신사업 투자방침을 확정지으며 이 회장이 강조한 부분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건희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환경보전과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색산업에 투자해야 한다. 또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은 기업의 사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한 투자로 기회를 선점하고 국가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해야한다는 점, 젊고 유능한 인재를 많이 뽑아 실업해소에도 노력해야 한다 점도 당부했다.
한국의 대표기업으로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부응하려는 코드맞추기였다는 냉소적인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날 삼성은 4만 5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개 관계자는 "세종시 투자발표 당시와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는 내용"이라고 전제한 뒤 "삼성이 이 회장 경영복귀에 대한 부정적 여론 차단을 중시하는 상황인데다 6.2 지방선거가 코 앞이고 (삼성)생명 상장 차익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해왔다.
물론 삼성측은 신사업 선정 기준이 시장성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라는 입장이지만 삼성 내부적으로도 이번 신수종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내부적으로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는 반응이고 2차전지 분야도 LG전자와 SK 등 여타 국내 대기업들이 이미 투자에 착수하거나 뛰어든 상태다. 결국 글로벌 경쟁이 아닌 LG와 SK그룹 등 국내기업들간 안방 경쟁이 가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증권사 한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삼성 계열사별로 투자규모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최근 거론되던 것을 종합정리해 발표한 것인데 향후 행보를 주시할 필요는 있다"며 "물론 정부의 신성장동력사업에 삼성이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측면이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같은 분석은 앞서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10대 핵심 녹색기술과 삼성의 신사업 투자 부문이 상당부분 중복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한 임원은 "삼성이 발표한 신사업부문이 기존에 거론됐던 사업들이라 특별히 새로운 것들은 아니다"며 "일부 사업부문이 10년 투자규모 치고는 크지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리 삼성이라 한들 초기부터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었을 것"이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