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지급기(ATM)이나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송금절차가 간편해진 만큼 원래 수취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가능성도 많아졌는데, 이럴 땐 우선 은행에 연락하여 송금금액에 대한 지급정지신청을 요청하고 수취인으로 하여금 환급신청에 동의해 줄 것을 부탁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해 계좌가 이미 지급정지·가압류 등의 조치가 되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얼마 전 맡았던 사건 중에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유통업을 하는데 송금할 곳이 많아 정신이 없던 차에 계좌 끝자리가 ‘1141’로 끝나는 것을 착오로 ‘1114’로 끝나는 계좌로 송금한 것이었습니다.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구하고 수취인과 연락을 시도하였지만, 수취인의 계좌는 사실상 폐업상태에 있었던 회사의 휴면계좌였던 관계로 연락두절이었습니다. 은행은 그냥 돈을 줄 수는 없고 판결이라도 받아와야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수취인회사를 피고로 하여, “피고(수취인회사)는 원고로부터 아무런 법률관계없이 송금받았으니 부당이득을 반환하여야 할 것인데, 그 방법으로서 피고가 은행에 대해 보유한 예금채권 중 부당이득만큼의 금액을 원고에게 양도하고, 채무자인 은행이 송금인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위 양도사실을 통지하라.”라는 취지로 소장을 접수시켜 결국엔 승소판결을 받아 오입금된 돈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공시송달 진행).
그런데 만약 이 사건에서 수취인 회사에 대한 채권자가 있어 위 예금채권을 압류 및 추심· 전부(강제집행)해 놓은 상황이라면, 의뢰인은 착오송금된 돈 전부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 이 사건처럼 수취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승소하겠지만, 승소판결문을 가지고 착오송금된 돈을 모두 찾는 것이 아니라, 예금채권을 압류·추심한 사람과 나누어 갖거나, 심지어 선순위 압류·전부권자가 있으면 한푼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법률용어로는 ‘채권압류와 채권양도의 경합상태’). 그래서 의뢰를 받은 변호사들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다가, 형사판결문 하나를 찾게 되었습니다. “수취인이 자신 명의의 계좌에 착오로 송금된 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등 임의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판결(대법원2005도5975 등)이었습니다. 법적으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 위 형사판결을 보면 착오송금된 돈은 수취인의 돈이 아니라 송금인의 돈이라는 것을 전제한 것처럼 해석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착오송금된 돈은 ‘은행이 관리하는 송금인의 돈’이므로 은행을 상대로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하급심판결은 이러한 변호사들의 주장에 대해 오락가락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오입금금액과 관련하여 ‘은행과 수취인 사이에 예금계약이 성립하는가’ 하는 것인데, 일부 판결에서는 예금계약이 성립하므로 강제집행이나 은행의 상계처리를 막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하기도 하고(전주지법 2005나1585, 울산지법 2008가단3434), 예금계약은 성립하지 않지만 오입금금액에 대해서 수취인이 곧바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을 아니므로 제3자이의소송을 통해 강제집행을 막을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결하기도 했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07나1196 판결). 그러던 2009년 8월 서울중앙지법의 한 재판부는 송금착오와 관련된 소신을 밝히면서 “제3자가 수취인의 예금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을 한 경우, 송금의뢰인이 오류송금과 관련해 수취인에게 부당이득반환채권만 가질 뿐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권자의 집행을 저지하지 못한다고 본다면, 수취인의 무자력의 위험을 오로지 송금의뢰인으로 하여금 부담하게 하고 압류 및 추심권자는 송금의뢰인의 착오만으로 횡재하는 결과가 돼 불합리하다. 또한 이러한 해석은 전자금융거래법 제13조1항 및 헌법 제23조 사유재산권의 보장에 반한다.”고 하여 오입금된 돈에 대한 제3자의 강제집행을 막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09나10347).
하지만, 결국 이 항소심판결은 대법원(2009다69746)에서 파기되었는데, 그동안 대법원 2005다59673, 2007다51239 판결 등에서 밝힌 바와 같이 수취인과 은행간 예금계약의 성립을 인정하고 착오송금이라 하여 제3자의 집행을 막을 수 없다는 취지로 최종적인 판단을 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에는 송금절차에 있어 송금인은 확인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송금착오가 아님에도 송금착오라 허위주장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변호사 임상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