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29일. 10여년의 논란끝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2002년 11월 1일 시행)'이 제정·공포되었습니다. 당시 주택 세입자의 경우에는 민법상 ‘임대차’에 관한 규정보다 먼저 적용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해 보호를 받는 반면, 상가 세입자에 대해서는 민법 적용만으로는 임차인의 보호가 충분하지 않았다는데 시민사회 및 정치권의 의견이 일치하였기 때문에 이 법률이 제정되었던 것입니다. 특히 1997년 IMF관리체제 이후 급격한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상가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반환할 임차보증금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가건물을 담보로 과도한 대출을 받았다가 부도를 낸 후 잠적하면서, 임차인들은 거액의 임차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길거리로 내몰리는 현상이 속출하게 되었던 것이 법제정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법제정과정에서 논의는 되었지만 입법화에 성공하지는 못한 쟁점이 있었으니 바로 ‘권리금’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특별법 제정여부를 두고도 찬반양론이 대립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부차적인 문제였던 권리금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나 노력도 할 틈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상가권리금 법제화 논의’는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010년 1월 법무부가 상가 권리금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마련코자 충남대에 용역 발주한 ‘상가 점포의 권리금에 관한 연구’결과를 보고 받아 검토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상가권리금 문제가 다시금 논의되고 있는 배경에는 지난해 1월 ‘용산 철거민 참사’가 있습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이 참사의 원인이 되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상가권리금 폭탄을 맞은 용산 상가세입자들의 생존권이나 재산권이 핵심이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울지하도상가와 관련해 경쟁입찰 방법으로 민간위탁을 추진하였던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강북권에 대해서는 경쟁입찰을 잠정 유보하고 3년 연장계약을 체결하여 지하상가 세입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용산이나 서울지하상가 세입자들이 거론하는 문제가 무엇이었을까요.
용산의 경우, 수천만원 또는 1억~2억원의 권리금을 내고 입점하였더라도, 뉴타운·재개발로 인한 상가세입자의 보상금은 관련법령에 의해 3개월 영업이익과 점포운영비용 등의 휴업보상금과 약간의 이사비가 전부였으며(평균 2500만원선), 이는 분양권 등으로 이주보상을 받는 주택세입자들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한편 서울시 지하상가의 경우에도, 잘되는 곳은 평당 1억원 가량의 권리금을 내고 들어간 상황에서, 지하상가의 주인인 서울시가 상가세입자들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민간위탁하겠다고 하면, 세입자들간에 돌고 돌았던 권리금은 결국 마지막 세입자의 부담으로 소위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개발업자나 건설사가 어떻게 책정되었는지도 모를 정체불명의 권리금마저 보상해야 한다면, 부동산시장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비용만 증폭시키고 결국 분양가만 높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도시정비 또는 개발과정에서 권리금보호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권리금을 음성화된 상태로 그냥 놔둔다 하더라도 문제는 간단치 않습니다. ‘장사가 잘 될테니 권리금 5000만원도 싼 것이다’라는 말만 믿고 상가를 얻은 A가 권리금이라도 받을 요량으로 다른 세입자 B에게 자기가 당한 것처럼 똑같이 속이던가 아니면 권리금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되는데, 이 또한 적절치 않은 것입니다. ‘보호하고 자실 것도 없이 권리금은 우리나라의 기형적 제도인 만큼 아예 없애버리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권리금 자체를 폐지시킬 경우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상가세입자들은 마지막 폭탄 돌리기의 당사자가 되는 꼴이어서 연착륙을 위한 해법이 간단치는 않습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권리금을 공탁하도록 하여 나중에 사정변경이 생기면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데 공탁된 권리금 말고 음성적인 권리금을 요구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권리금법제화의 영향 때문인지 일부 지역에서는 권리금이 10%이상 폭등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임차보증금과 월세가 폭등했던 일을 보는 것 같습니다.
권리금문제의 책임은 부동산업자에게도 있습니다. 권리금은 임차보증금과 달리 중개수수료가 법정화되지 않아 부동산업자로서는 많이 부를수록 이득이며 권리금계약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때로는 부동산업자가 상가를 매집한 다음 가장임차인을 내세워 전매차익이외에도 권리금까지 챙기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상가를 분양받아 권리금에 프리미엄까지 받아가라’고 현혹하는 분양광고가 즐비한 현시점에서 누군가는 욕심을 줄이거나 양보해야 권리금문제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요./ 변호사 임상구












